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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잘나가는 제품 중국에서도 먹힐 것으로 생각하면 착각”





박근태 중국 한국상공회의소 회장









“중국 시장을 대하는 한국 기업들의 태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박근태(56) 주중 한국상공회의소(한국상회) 회장의 말이다. 그는 “한국 기업인들이 중국을 생산기지로만 봤는데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시장이자 글로벌 경쟁무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근본적인 변화’다. 박 회장은 중국에서 26년 동안 비즈니스를 했다. 경제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통이다. 베이징 한국대사관 부근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6일 박 회장을 만났다.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과 20% 이상의 임금 인상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더욱 힘겨운 경쟁이 예상되는 올해 그에게 한국 기업의 생존 비법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2010년 성적표는 어떤가.

“지난해 한·중 교역액이 2000억 달러를 넘었다. 2012년에 이루려 했던 목표를 2년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이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본다.”



-앞으로 전망은 어떤가.

“한·중 경제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올해는 중국의 12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는 해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바뀔 듯하다. 한국 기업도 이에 맞춰 서비스 분야에 역점을 두고 중국 소비자의 다양한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실은 직시해야 한다. 이제 중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기업은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자꾸 ‘중국에 의존한다’고 말해 봐야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면 기술을 뺏긴다’ ‘합작을 하면 중국 기업에 노하우 전수가 되고 한국 기업은 남는 게 없다’는 식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에 투자를 전혀 못 한다. 삼성과 LG가 최첨단 7.5세대, 8세대 LCD TV를 왜 한국이 아닌 중국에 짓겠는가. 결국은 중국 시장이 한국 시장의 10배, 100배 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중국에 생산거점을 두지 않으면 결국 세계 LCD 시장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시절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하

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긴축과 임금 상승이다.



-중국 정부가 은행들의 대출을 제한하고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올해 2분기(6월 말)까지는 긴축정책을 폈다가 이후 조금씩 풀어 줄 듯하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과도하게 사회간접자본에 돈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고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업은 미리 자금을 조달해 둬야 한다. 판매대금을 회수하는 일도 잘해야 한다.”



-중국의 임금 인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제3국 수출이 아닌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하는 한국 기업은 임금 상승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 베이징 지역 노동자 평균 임금이 20% 이상 올랐다. 기업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 해결책은 중국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현지화’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현지화해야 할까.

“한국 기업들인들은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 중국에도 잘 팔릴 것으로 본다. 착각이다. 중국은 한국과 다르다. 예를 들면 대만의 한 라면업체는 처음에 중국 전 지역에 한 종류 라면을 팔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입맛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후 그 회사는 같은 라면이지만 지역에 맞게 맛을 조금씩 바꿔 크게 성공했다.”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 기업은 없는가.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 사람들이 한국 옷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한국 여성들이 좋아하는 색감과 중국 여성들이 선호하는 색감이 아주 다르다. 또 중국의 젊은 사람 취향과 중·노년층의 취향이 다르다. 이 사실을 조사하고 알아내는데 만도 족히 1~2년은 걸린다. 이랜드가 차이점을 잘 간파해 현지화에 성공했다.”



-중소기업들이 시장 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이기 힘들지 않을까.

“막연히 중국 인구 13억 명이란 점만 보고 뛰어들면 100% 망한다. 한국 본사는 중국 현지법인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스스로 시장 조사를 벌일 수 없는 회사들은 KOTRA나 무역협회, 한국상회 등의 컨설팅을 받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한·중 외교관계가 삐걱거리는 듯하다. 불똥이 경제 분야로 튈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박 회장은 “한·중 외교관계가 정교하게 더 다듬어져야 경제관계도 잘 풀린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에서 정경 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 않는가.

“정치와 경제가 분리됐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지도자 간의 사이가 좋아야 한국 기업인들도 힘을 얻을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 수는 4만6000개다. 이 가운데 4000개 이상이 자영업 수준이다. 그들의 어려움을 한국 지도자들이 해결해 줘야 한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한국에 기회보다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 과거에 한국 기업인들은 중국 제품이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 중국 지리(吉利) 자동차가 세계적인 볼보자동차를 인수했다. 세계의 유수한 브랜드를 중국이 통째로 인수합병(M&A)하고 있다. 중국의 기술력이나 경쟁력이 한국을 추월하는 일은 시간 문제일 수도 있다. (목소리를 높이며) 한국은 중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지를 주시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을 경쟁자로만 볼 게 아니라 상생의 파트너로 봐야 한다. 한국 언론이 중국을 경쟁자로 부각시키면 한국 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써니리 중앙SUNDAY 객원기자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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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회장은 한국상회(韓國商會) 리더이면서 CJ 중국 본사의 대표다. 그는 1984년 중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해 홍콩에 첫발을 내디뎠다. 92년 한·중 수교 이후엔 대우차이나 대표로 활약했다. 중국에서만 26년을 지낸 셈이다. 한국상회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다. 중국 46개 지역에 지부를 두고 있고 회원사는 모두 5800곳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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