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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은 고속성장 마지막 해, 내년부턴 장기 불황에 빠질 수도”





베이징대 마이클 페티스 교수의 중국 경제 진단

“중국 경제도 균형을 잃었다. 투자를 앞세운 성장 전략의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 금융시장 전문가인 마이클 페티스(53)의 경고다. 그는 중국 최고 비즈니스스쿨인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光華管理學院) 교수다. 중국 학계에 뿌리내린 몇 안 되는 파란 눈의 학자다. 미국 월가 사람들이 꼽는 최고 중국통이다. 현장을 아주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다. 중국 경제학자들과는 달리 ‘중화 애국주의’로 수정체가 혼탁해지지 않았다. 중국 경제 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할 줄 안다는 얘기다. 중앙SUNDAY가 올해 중국 경제가 어떻게 굴러갈지를 물어볼 만한 적임자인 셈이다. 그와 6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2011년 중국 경제가 얼마나 성장할 것 같은가.

“너무 직설적인 물음이다. 중국 경제 상황을 먼저 설명한 뒤 내 예상치를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불쑥 물어보니 비밀을 털어놓겠다(웃음). 내가 보기엔 올해 연 9% 정도 성장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올해도 중국 경제의 성장엔진은 잘 작동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지난해 성장률을 10.3% 선으로 추정했다. 2009년엔 8.7% 성장했다. 올해 9%대 성장이 이어진다면 호황의 연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 25일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많은 전문가가 올해도 중국의 긴축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페티스 교수는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9%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가 돈줄을 죄는데 경제가 9% 이상 성장할 수 있을까.

“올해 중국 정부가 신규 대출을 7조5000억 위안(약 1275조원) 선에서 억제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뜻대로 대출이 억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돈이 풀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보이지 않는 곳’이란 무엇인가.

“지난해 중국 정부는 신규 대출을 7조5000억 위안 선에서 억제하려 했으나 10조5000억 위안이나 풀려 나갔다. 편법이나 불법 대출이 급증한 탓이다. 중국 지방정부들이 편법으로 발행한 채권만도 공식 발행치의 두 배다. 편법으로 발행한 채권은 장부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인민은행이 계속 기준금리를 올리면 긴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중국 채권이나 자금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다. 기준금리나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내린다고 기대한 만큼 긴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 중국 정부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처지도 아니다.”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주석이 신년 연설에서 ‘신중한 통화정책’을 내세웠다.

“정치적인 선언과 실제 정책은 다를 수 있다. 중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 유동성은 기대만큼 줄어들지 않고 해외 단기부동자금(핫머니)이 밀려들 수 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태다.”



페티스 교수에게는 ‘우상 타파주의자(Iconoclast)’라는 수식어가 곧잘 따라붙는다. 그가 경제 전문가들의 다수 이론이나 권위자의 학설에 반기를 들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가 앞으로 10여 년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통념에 대해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올해 중국 경제가 9% 성장한다면 ‘중국 경제의 장기 고도성장 가설’이 맞는 것 아닌가.

“미국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최근 연 9% 성장이 중국 경제의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했다. 위기 등 구조적 변화 이후 최적 성장 수준이 그 정도라는 얘기다. 메릴린치 분석·전망대로라면 중국의 장기 고도성장 가설은 맞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말인가.

“내가 보기엔 2012년 이후 중국 성장률이 아주 빠르게 떨어질 듯하다. 비관적인 경제 분석가들은 연 6~7% 정도를 내다봤다. 내 생각엔 연 5~6% 수준에 그칠 듯하다.”



성장률 5~6%! 중국 기준으로 보면 극심한 침체다. 중국 정부는 경제가 적어도 연 8%는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시골에서 끊임없이 흘러드는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뒤집어 말하면 중국 경제가 2012년부터는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페티스 교수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처럼 음울한 전망을 즐겨 하는 전문가는 아니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너무나 비관적인 말이 나왔다. 선뜻 믿기지 않았다.



-근거를 좀 밝혀 줄 수 있을까.

“글로벌 경제뿐 아니라 중국 경제 자체도 균형을 잃었다. 너무 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그렇듯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소비를 늘리려 하지만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고 있다. 투자도 은행 대출금이나 외국 핫머니가 대부분이다.”



-투자가 계속 늘어나면 되는 것 아닌가.

“은행 대출을 무한대로 늘리며 투자를 부추기면 한국도 올해 당장 9%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이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투자 위주 성장전략의 한계다. 내가 보기에 올해가 중국의 투자 위주 성장전략의 마지막 해다. 내년부턴 그 전략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이 인플레이션에 시달린다는 말인가.

“지난해 11월 중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억제 목표치인 3%를 넘어섰다. 하지만 중국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에 시달릴 것 같지는 않다. 일시적으로 농산물이나 에너지값이 뛸 수는 있다. 은행이 마구 꿔 준 돈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가파르게 끌어올릴 듯하다.”



-자산 거품이 발생한다는 말인가.

“1980년대 후반 일본 시중은행들이 돈을 마구 빌려 줬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물가는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대신 주가와 부동산값이 치솟았다. 중국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페티스 교수는 현재 중국이 87년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일본은 세계 경제의 희망이었다. 그해 10월 미국과 유럽은 주가 대폭락(블랙 먼데이)을 겪었다. 다급한 미국·유럽의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일본에 달려갔다. 그들은 세계 경제가 가라앉지 않도록 일본이 ‘글로벌 경제 리더답게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때까지도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라는 열등감에 시달리고 있던 일본 경제정책 담당자들은 미국과 유럽 쪽이 몸을 낮추며 요청하자 승리감을 느끼며 돈줄을 풀었다. 페티스 교수는 “그 결과가 바로 가미카제 거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일본의 버블 이후 궤적을 밟을까.

“중국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자산 거품에 시달린다면 일본을 닮아 갈 가능성이 크다. 기업과 가계에 돈을 꿔 준 시중은행들은 일본 은행들처럼 부실 자산 때문에 애를 먹을 것이다. 이른바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sheet recession)이다.”



-대차대조표 불황이란 무엇인가.

“금융회사가 부실 자산에 시달리다 보니 돈을 빌려 주지 못해 경제가 장기간 침체되는 현상이다. 일본식 장기 불황이 대표적 예다. 중국도 내년 이후 비슷한 사태를 겪을 수 있다. 내가 2012년 이후 중국의 연간 성장률을 5~6% 정도로 본 까닭이다.”



-중국이 불황의 늪에 빠지면 한국 등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까.

“에너지나 자원을 중국에 수출하는 나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처럼 첨단 완제품이나 부품을 수출하는 나라들은 자원 수출국보다는 타격이 덜할 것이다.”



-중국이 장기 불황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은.

“뾰족한 대책은 없다. 원론적인 처방만 있을 뿐이다. 내수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영화 등으로 공공 부문의 자산을 민간 부문에 이전해야 한다. 위안화 가치를 올려 일반 국민의 씀씀이를 늘려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낮엔 금융 교수, 밤엔 록큰롤 클럽 주인

중국 베이징의‘신촌’인 청푸거리. 양대 명문인 베이징대와 칭화대가 주변에 있다. 젊은이들의 거리답게 그곳엔 늘 새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언더그라운드밴드 전문인‘클럽 D-22(사진)’다. 시끄러운 록 사운드를 헤치고 클럽 D-22에 들어서면 건장한 서구인이 맞는다. 바로 클럽의 주인장인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다. 그는 강의가 없는 날이면 D-22에서 바텐더를 맡는다. 2008년 페티스 교수는 동업자 2명과 함께 거금 22만 달러(약 2억5000만원)를 모아 D-22를 차렸다. 동업자 가운데 한 명은 투자은행 골드먼삭스 출신이다.



 페티스 교수는 비즈니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중국은 1960년대 미국과 비슷하다”며“경제는 호황이고 대중문화가 분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분야 교수로서 중국 현대사의 최대 호황을 눈으로 관찰하면서 동시에 클럽 주인으로서 중국 대중의 문화적 에너지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그는 기획사까지 운영하고 있다. 재능 있는 록 음악 뮤지션들을 발굴해 키우고 있다. 그는 클럽과 기획사 운영 때문에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매주 1000달러씩 손해를 보고 있는 것. 그래도 마냥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페티스 교수는 8년째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2003년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교수로 영입됐다. 이전까지는 월가에서 잘나가는 채권 트레이더이면서 투자은행가였다. 마지막 근무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JP모건에 흡수된 베어스턴스였다. 그는 2003년까지 14년 동안 한국과 멕시코·필리핀·아르헨티나 등의 채권을 인수해 매매했다. 신흥시장 경험이 많았던 그는 2001년 아르헨티나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해 상당한 명성도 얻었다. 그는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1997년에 경험했듯이…” “한국이 90년대 초반에 대출 규제를 풀었듯이…” 등의 말을 자주 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해서도 알 만큼 안다는 방증이다.



 페티스 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mpettis.com)에 엄청나게 많은 글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 관심이 많은 월가 이코노미스트나 펀드매니저라면 하루에 한 번은 들러 그의 글을 읽는다고 한다. “그의 분석이나 전망은 아주 사실적이고 구체적”이라고 미국의 유명 컨설팅업체인 로디엄그룹의 파트너 대니얼 로슨이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페티스 교수는 전형적인 코스모폴리탄이다. 그는 58년 스페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미국인이고 어머니는 프랑스인이다. 청소년기는 남미 페루와 파키스탄·아이티·튀니지에서 보냈다. 고등학교는 고향인 스페인에서 졸업했다. 그는 75년 미국 컬럼비아대에 들어갔다. 그때까지 그가 미국에서 보낸 기간은 모두 합쳐 2주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컬럼비아대에서 국제 관계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강남규(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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