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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를 ‘국민횟감’으로 만든 교수님





인공수정 기술 개발한 이영돈 제주대 교수



광어 인공 수정란 생성법을 개발한 제주대 이영돈 교수가 연구실에서 광어 생태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있다. 이 교수는 광어에 적용했던 기술을 응용해 최근엔 다금바리(자바리) 등 바리류 양식에 도전하고 있다. 성공하면 대표적으로 비싼 생선인 다금바리가 보다 싸게 식탁에 오를 전망이다.





“한 3년쯤 있으면 양식 다금바리를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지난 4일 이영돈(53) 제주대 교수(해양과환경연구소)는 자신 있는 어투로 이렇게 얘기했다. 제주 다금바리는 식도락가들이 최고로 치는 횟감이다. 양식이 안 돼 자연산밖에 없고, 그나마 잘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선 다금바리가 ㎏당 22만원에 팔렸다.



 이 교수가 이런 생선을 도회지 식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다. 광어 연구에서 거둔 탁월한 성과 덕분이다. 광어 역시 비싼 생선이었지만 1990년대 초 대량양식 기술이 개발되면서 가격이 내려갔다. 요즘은 전국 횟집에서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으뜸 횟감 자리에 올랐다. 그에게 ‘광어왕’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연유다.



 그는 부산으로 나가 박사과정을 마치고 91년 고향 제주의 대학에 전임강사로 돌아왔다. 갈고닦은 선진 이론을 어업 인구가 많은 고향에서 최대한 풀어놓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마침 인기어종으로 떠오른 광어 양식이 제주에 막 보급되던 때였다. 그런데 양식장마다 공통적으로 겪는 골칫거리가 있었다. 양식을 하려면 수정란이나 치어가 필요한데 이게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광어 수정란을 인공적으로 얻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연 산란기인 봄에만 알을 구할 수 있어 급증하는 수요를 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양식어민들은 하릴없이 ㎏당 500만~600만원씩 주고 일본에서 수정란을 사왔다. 그나마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 부르는 게 값이었다. 양식 어류를 뭍으로 내다 파느라 물류비가 들어 원가부담이 심한데 이래서는 수지를 맞추기 어려웠다.









제주시 함덕 해수욕장 근처에 위치한 제주대 ‘해양과 환경 연구소’에서 기르는 광어의 수중 사진. 광어는 일조량이 많아지고 수온이 오르기 시작할 무렵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무릎을 탁 쳤다. ‘제대로 도전할 만한 과제가 나타났다’는 생각 때문이다. 광어의 인공수정 기술 말이다. 자신도 있었다. 석·박사 과정 때 전공이 물고기의 성(性) 결정과 분화, 생식 문제였다. “학교에서는 송사리를 갖고 연구했는데 이걸 조금만 바꾸면 광어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물고기의 산란은 일조량과 수온의 영향을 받는다. 광어는 춘분이 지나 낮이 길어지고 수온이 오르면 알을 낳는다. 기온이 떨어지고 밤이 길어질 무렵 국화가 꽃을 피우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런 ‘생물시계’를 조절해 주면 1년 내내 수정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그렇게 쉽다면 왜 그때까지 시도한 사람이 없었을까 하고 묻자 “콜럼버스의 달걀 아니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때론 아이디어가 기술보다 중요하다. 박사과정만 이수하고 아직 논문을 쓰지 못한 그는 아예 이 연구를 박사논문 주제로 삼았다.



 생각보다 순탄치는 않았다. 연구용 양식 수조를 빌리는 일부터 막혔다. 양식장 주인들은 이 교수의 설명에 “말도 안 된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날 믿고 1년만 지켜봐 달라”며 매달려 간신히 수조 2개를 얻었다. 이론은 완벽했다. 1년치 운영 프로그램을 짜고 수온과 빛을 조절해 나갔다. 노심초사하며 연구소와 양식장을 시계추처럼 오가길 1년, 보란 듯이 인공 수정란이 나왔다. 양식어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욕심 부릴 만도 한데 기술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그땐 순진하기도 했지만 제 연구 덕분에 돈 벌고 좋아하는 양식어민들 얼굴을 보면 모든 걸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 교수는 이 연구에서 다른 중요한 실험을 함께 진행했다. 제주의 지하 해수를 양식장 물로 활용하는 일이다. 제주는 현무암이 많아 비가 오면 곧바로 땅에 스며든다. 거꾸로 해안에선 바닷물이 스며들어온다. 농도 차이 때문에 담수와 해수는 섞이지 않고 60~70m까지는 담수층, 그 아래는 해수층을 이룬다. 이 지하 해수는 깨끗할뿐더러 연중 섭씨 16~17도를 유지한다. 광어가 가장 좋아해 산란하는 온도가 18~22도인데 지하해수를 끌어올려 보통 바닷물과 섞으면 큰돈 들이지 않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서 제주는 광어 양식 경쟁력에서 우위에 서게 됐다. 더불어 광어 생산량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제주의 광어 양식장은 1990년대 초 50곳이던 것이 2000년대 들어 300곳 이상으로 늘었다. 생산량도 1995년 3500t에서 3만t으로 늘어 국내 공급의 절반 이상을 대기에 이르렀다. 농림수산식품기술평가관리원 신완식 사업관리실장은 “우리 국민이 광어를 비교적 값싸게 즐길 수 있는 건 이 교수 연구 공이 절반쯤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요즘 이 기술을 바릿과 생선으로 확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금바리로 불리는 자바리와 능성어·북바리 등이다. 이미 원천기술은 확보했다. 다만 바리류들은 수온이 20도 이상 돼야 자라는데 이를 위해서는 난방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그는 “비용을 낮추고 건강한 수정란을 얻는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약 3년 정도 있으면 양식 다금바리를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양식어민들에 대한 경영컨설팅도 중요한 업무다. 주로 생산성과 수익을 높이는 방법을 물어오는데 답을 주기 쉽지가 않다고 한다. “기술개선은 이제 한계에 달했고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쪽으로 생산 방식을 바꾸는 게 정답인 것 같다”는 이야기다. 구제역 파동에서 보듯 건강하지 못한 생산시스템은 결국 문제를 일으킨다. 양식도 건강한 방식으로 바꿔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현철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이영돈
(李榮敦)
[現] 제주대학교 해양과환경연구소 교수
195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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