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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걸린 할머니, 매 맞는 남편 … 그들 감싸 안는 따뜻한 부부





그물망복지센터 오강흥·김명순씨



김명순(오른쪽)·오강흥씨 부부가 7일 서울 중구의 한 임대아파트를 찾아 위암 수술을 받은 뒤 병원에 갈 형편이 안 돼 고민하는 이모(73)씨의 사연을 듣고 있다. 서울형 그물망복지센터에서 봉사하는 부부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현장 상담가’다. [김성룡 기자]





7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임대아파트. “할머니, 방 따뜻하게 해두고 계시라니까.”



  이모(73)씨의 집에 손님이 찾아왔다. 김명순(56·여), 오강흥(60)씨 부부다. 난방비를 줄이려 찬방에서 지내는 할머니가 안타까워 잔소리부터 한다.



  “얼마 전에 파출소에 찾아가서 ‘나 간첩이니까 잡아가 달라’고 했어. 차라리 감옥이 나을까 싶어서.”



  지난해 5월께 위암 수술을 받은 할머니는 통증에 시달리지만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하루하루 먹고살기도 빠듯해서다.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싶지만 자식이 셋이나 돼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젊었을 적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온 뒤, 자식들과 등을 지고 산다는 하소연도 소용없다.



  이씨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김씨 부부는 상황을 꼼꼼히 기록한다. 세간과 방바닥 온도, 냉장고 안도 살핀다. 어려움을 서울시에 최대한 자세히 알리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김씨 부부의 보고서를 검토한 뒤 이씨를 도울 방법을 찾아 앞으로 지원을 하게 된다.



  김씨 부부는 이 할머니와 같은 이들을 일주일에 1~2명 만난다. 서울형 그물망복지센터로 전화를 걸어와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직접 찾는 ‘현장 상담가’이기 때문이다. 중구 일대에서 활동하며 매 맞는 할아버지부터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까지 만나지 않은 이들이 없다. ‘봉사 마당발’이라고 소문난 이유다.



 그물망복지센터에는 이런 봉사자가 400명 있다. “남편의 암이 재발했다”고 전화를 걸어온 이를 찾아가 병원을 연계해 무료로 치료해 주기도 했고, “사업이 부도나 자식들의 교복비가 없다”는 가장에게 옷값을 지원해 주기도 했다. 현장 상담가들의 적극적인 호소 덕이다.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도 김명순씨는 이미 유명한 마당발이었다. 7년 전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대한적십자사 서울 중구회장도 맡고 있다. 다문화가정 지원, 탈북자 돕기 등 그가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런 김씨에게 그물망센터에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어려운 이웃들 대부분은 목소리가 너무 작거든요. 그들의 입이 되어주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알게 된 거죠. 동시에 정부의 ‘귀’ 역할도 하고요.”



  남편도 매일 일지를 작성하며 열성적으로 봉사하는 아내를 보며 마음이 열리기 시작해 현장상담 부부가 됐다. 부부가 ‘찰떡궁합 자원봉사자’가 된 건 고된 세월 덕이다. 20대 때 의류사업을 크게 벌이다 부도가 났다. 월세를 내지 못해 아이들과 살림살이를 안고 길바닥에 나앉았다.



  “친척집에서 더부살이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죠. 집 없는 설움이며, 아이들 밥 제대로 못 먹이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김씨는 아직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난다.



  유통업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은 부부의 얼굴에 주름이 지기 시작한 10년 전 일이다. 크게 여유롭지는 않지만 따뜻한 밥 먹고 살 정도는 됐단다.



  “어려울 때 필요한 건 ‘구세주’가 아니에요. 누군가가 내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거든요. 그런 ‘귀’를 열어두고 싶었을 뿐이에요.”



  귀는 부부에게도 열렸다. “젊었을 때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남에게 나누어줄 것들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됐어요.”(남편 오씨)



  부부의 꿈은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펴내는 일이다. 아내가 글을 쓰며, 남편의 생각도 함께 녹인다.



  그물망복지센터는 지난해 3월,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의 집으로 직접 상담가를 보내 복지 정보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문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구나 콜센터(1644-0120)로 전화하면 된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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