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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신묘년 새 출발, 생각 벗어나기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신묘년을 건강검진으로부터 시작했다. 연말까지 미뤄오던 것을 결국 신년으로 넘긴 것이다. 먹을거리로 넘쳐나는 정초에 갑자기 혼자만 검진을 위해 단식해야 한다는 사실은 힘들었다. 매일 저녁시간대엔 냉장고 주변을 서성이던 오랜 습관을 갑자기 ‘딱’ 끊자니 여간 신경이 거슬리는 것이 아니었다. 마음을 다잡고 오늘만 참자고 외쳤지만 그럴수록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먹을거리 생각만 간절해졌다.



 생각이라는 것이 원래 끊기가 이렇듯 어려운 것이란 사실은 이미 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그는 실험실에 모인 대학생들에게 ‘이제부터 흰곰을 생각하지 말라’고 밑도 끝도 없이 주문을 하고는 몇 분 동안 흰곰이 떠오르는지를 기록하게 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흰곰’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까지도 흰곰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생각이라는 것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과정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자동적으로 유발되는 것이어서 개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흰곰’이란 단어를 듣기만 해도 그 생각이 자동적으로 머리를 어지럽히게 된다.



 이 같은 원리를 동양적으로 풀어서 설명한 책이 바로 2010년도 베스트셀러인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생각 버리기 연습』이다. 그는 잡념을 버리기 위한 나름의 혜안을 제시했는데, 자신의 감정을 마치 제3자의 이야기인 양 따옴표로 묶어서 돌이켜 보라고 했다. 즉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하는 방법을 통해 잡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음을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웨그너의 이론과 상충된다. 많은 생각은 의식적인 통제과정이 아니라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자동과정이라서 생각을 억누르고자 할수록 더욱 떠오르게 된다. 이렇게 보자면 따옴표로 묶기 위해 어떤 생각을 자꾸 떠올리는 노력이 오히려 그 생각과 연관된 자동과정을 더욱 자극시킬 가능성이 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이 그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두 학자의 이론은 이렇듯 여러 가지 차원에서 충돌했다. 이런 생각으로 고민하던 중 놀라운 깨달음이 왔다. 그것은 바로 이 순간만큼은 먹을거리 생각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대니얼 웨그너와 고이케 류노스케는 필자의 연초 건강검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먹을거리에 대한 생각을 버리게 했던 가장 좋은 방법은, 다름 아니라 먹을거리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는 일이었다. 며칠 전 교도소에서 도벽이 있는 절도범을 만났다. 그는 왜 대형 상점들에서 쓸데없는 물건들을 훔쳐야 하는 것인지 스스로도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무엇인가에 생각이 꽂히면 그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을 한탄했다. 당시 그에게 조언해 줄 수 있었던 사실은 바로 필자의 연초 경험, 잡념으로부터 주의를 환기시키는 일이었다.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아 몰입하는 일, 그것이 그에게도 강박적인 충동을 멈추게 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신묘년에는 모두 잡념을 끊어낼 만한 새로운 흥밋거리를 발굴해보도록 하자.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약력 : 연세대 심리학과 박사, 미국 범죄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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