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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家畜

사람의 손길에 순치(馴致)되지 않은 동물을 보통 금수(禽獸)라고 적는다. 날짐승과 들짐승이라는 뜻이다. 사람이 이들을 잡아다가 기르면서 가축(家畜)의 역사는 펼쳐진다.



 요즘엔 종류가 많아졌다고 해도, 전통적으로 인류가 길렀던 가축은 대개 육축(六畜)이다. 말(馬), 소(牛), 양(羊), 닭(鷄), 개(犬), 돼지(豕)가 주인공이다. 말은 길을 달리고, 소는 밭을 간다. 개는 밤을 지켜 도둑을 막는다. 그러나 돼지와 닭, 양을 포함한 이들 가축의 큰 쓰임새는 사람에게 그 고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들 가축의 한자 명칭은 제법 많다. 시(豕)와 체(彘)는 몸집이 큰 돼지를 말한다. 저(猪)와 돈(豚)은 그에 비해 몸집이 작은 돼지다. 개의 경우도 몸집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보통 견(犬)이라고 적으면 커다란 개, 구(狗)라고 하면 작은 개다. 독(犢)은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은 새끼소, 즉 송아지의 이름이다. 양의 새끼는 고(羔), 말의 새끼 망아지는 구(駒)다.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된다’는 말이 있다. 가축을 잡아먹는 데서 나온 말이다. 회(膾)는 요즘의 한국사회에서는 생선회를 일컫는 말로 자주 쓰이지만, 원래의 뜻은 잘게 썬 육류(肉類)였다. 자(炙)는 줄로 고기를 꿰서 ‘꼬치’ 형태로 불에 굽는 것을 일컬었다는 설이 있다.



 가축 중에서 소와 양, 돼지와 개, 그리고 닭을 오생(五牲)이라고 불렀다. 제사 등의 의례(儀禮)를 행하기 전에 잡아 신앙(信仰)의 대상에게 바치는, 이른바 희생(犧牲)이었다. 희(犧)는 털 색깔이 온전한 것, 생(牲)은 몸 상태가 정상적인 가축을 일컬었다. 희생이라는 단어는 이제 자신의 이익을 좇지 않고 대의(大義)에 몸을 바치는 행위를 지칭하는 데 쓰인다.



 가축의 고기는 인류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가축은 따라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잡아먹으면서도 늘 고마움을 느껴야 할 대상이다. 요즘 발굽 달린 구제(口蹄)의 동물 중 그 가운데가 나뉜 소와 돼지의 희생이 끔찍하다.



 정상적으로 자라도 끝내 사람에게 단백질을 제공하고 생을 마감하는 게 가축의 운명이라고는 한다. 그러나 구제역이라는 몹쓸 병에 짧은 목숨이나마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비명(非命)에 숨져야 하는 그 덧없는 희생이 눈물겹기만 하다.



유광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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