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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한국은행, 동맥경화 걸렸나







김종윤
내셔널 데스크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회고록에서 ‘재임 중 금리를 낮게 유지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인정도 했다. 그가 취임한 2002년 소비자 물가는 2%대 후반으로 안정됐다. 4월에 업무를 시작한 박 총재는 그런데도 5월에 기준금리를 연 4.0%에서 4.25%로 올렸다. 2001년에 서울 집값이 19%나 오르는 등 자산 거품 징후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박 총재는 그땐 선제적으로 돈줄을 조여야 한다는 매파였다. 그는 회고록에서 “나는 금리를 계속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이 해에 서울 집값은 31%나 올랐다. 정점이었다. 박 총재가 고민한 건 신용카드 위기에 따라 당시 고조되던 금융 혼란이었다. 그는 당초의 소신을 버리고 자산거품 위험보다는 금융시장 안정을 택했다가 ‘집값 폭등을 불러일으켰다’는 멍에를 쓰게 됐다.



 통화정책은 이렇게 어려운 거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건 구조적으로 어렵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그래서 항상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숙명이다. 매번 고민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 압력과 비난도 많이 받게 된다. 새해 들어서는 그 강도가 심해질 전망이다. 연초부터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당장 13일이 첫 번째 시험대다. 한은법에 정한 한은의 목적은 ‘물가 안정’이다.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뜻이다. 그런데 연초에 한은에서 나오는 신호가 어정쩡하다. 지난해에도 한은에서 보내는 전파는 잡음이 많아 귀 기울이는 청취자가 많지 않았지만 올 들어서는 아예 난청지역이 넓어질 것 같다.



 금통위는 올해 통화정책 운용방향에서 이렇게 밝혔다. ‘기준금리는 경제가 견조한 성장을 유지하면서도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데 중점을 둬 운영하겠다’. 정부가 주장하는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구호를 한은이 앵무새처럼 따라 했다. 이 정도면 해독을 못하게 만드는 방해전파다.



 아서 블룸필드 박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국제수지과장이었다. 그가 1949년 9월 한국을 찾아 중앙은행 설립을 도울 때 가장 중요시한 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이었다. 통화정책을 한은이 맡는 것은 위헌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김수선 의원은 “금통위가 대통령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지면 대통령은 ‘껍데기 대통령’이고, 조선은행 총재는 ‘알맹이 대통령’이냐”고 따지기도 했다(1950년 4월 18일).



 국회는 그럼에도 블룸필드 박사의 안을 받아들였다. 50년 5월 5일 재석 102, 가 78, 부 6으로 역사적인 한은법을 통과시켰다. 한은의 혈관에는 이런 ‘중립·자율’이라는 피가 60년 넘게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한은, 지금 환갑이 넘으니 동맥경화에 걸렸나 보다. 혈액순환이 여의치 않으면 협심증·뇌경색 같은 큰 병에 걸리게 된다. 한은이 시름시름 앓게 되면 경제는 위기다.



김종윤 내셔널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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