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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북대화, 신중하되 실기해선 안 돼

대화에는 상대가 있다. 손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한쪽의 일방적 의지만으로 대화가 이루어질 순 없다. 타이밍이 맞아야 하고, 대화의 목적과 필요성에 서로가 공감해야 한다. 적대적 관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불행한 대치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대화는 필요하지만 진정성이 전제되지 않은 대화는 자칫 불신만 키울 수 있다. 당연히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러나 신중함이 지나쳐 대화의 기회 자체를 놓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화를 위해서는 신중하되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



 새해 들어 북한의 대남(對南) 대화 공세가 뜨겁다. 신년 공동사설(1월 1일)과 정부·정당·단체 연합성명(1월 5일)에 이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1월 8일)를 통해 북한이 남북 당국 간 회담의 무조건 개최를 촉구하고 나섰다. 남북적십자회담과 금강산관광 재개회담, 개성공업지구회담도 제안했다. “우리의 대화 제안에는 아무런 조건도 없으며, 그 진의를 의심할 것도 없다”는 말도 했다. 거의 대화를 애걸하는 수준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정부의 ‘5·24조치’에 조평통이 “남한 당국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일체의 당국 간 대화와 접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일단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 중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민간인 사망자까지 발생한 것이 불과 한 달 반 전이었다. 북한의 제의를 덥석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태에 대해 일언반구 사과도 없이 무조건 대화를 하자고 나선 것도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외면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19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변국들 간에 서서히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6자회담에 앞선 남북대화의 필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대화 제의를 무작정 거부하다가는 북한의 도발 책임은 뒷전으로 밀리고 대화 거부의 책임을 우리가 뒤집어쓰게 될 가능성도 있다. 최악의 경우 주변국들의 대화 압력에 마지못해 끌려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압박과 대화의 투 트랙이다. 철저한 안보 태세와 국제공조로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면서도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의 문은 열어 놓아야 하는 것이다.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무조건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조건을 붙인 역제의로 북한에 다시 공을 넘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납북자 문제 등 인도적 문제를 다룰 적십자회담은 조건 없이 수용하되 당국 간 회담에 대해서는 확실한 조건을 붙이자는 것이다. 예컨대 천안함과 연평도 사태에 관한 사과와 책임 있는 조치, 재발방지 대책, 북한 핵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는 조건으로 당국 간 회담 수용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긴장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남북한 모두에게 부담이다. 정부의 신중하면서도 현명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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