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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분노하라’









에밀 졸라(Emile Zola) 하면 ‘나는 고발한다(J’accuse)’가 떠오른다. 1898년 1월 13일자 프랑스 신문 로로르(L’aurore, 여명)에 쓴 이 글은 ‘드레퓌스 사건’의 부당성을 폭로했다. 그는 “진실이 땅속에 묻히면 조금씩 자라나 엄청난 폭발력을 축적하고, 마침내 터지는 날에는 세상 모든 걸 날려버린다”고 일갈했다. 이미 『제르미날』을 쓴 유명 소설가였다지만 신문 30만 부가 하루에 팔렸다니 그 파장을 짐작할 만하다. 그는 “프랑스가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인가, 자유와 정의를 인도할 나라인가를 묻고 있다”고 호소했다. 사건의 흐름은 바뀌었고, 12년 만에 드레퓌스에게 무죄가 확정됨으로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졸라의 행동은 사회 정의에 대한 갈망과 분노가 역사를 바꾼 사례로 남는다.



 요즘 프랑스에서 『분노하라(Indignez-vous)』는 도발적인 책이 선풍적인 인기다. ‘나는 고발한다’에 버금가는 ‘충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100만 부 판매를 눈앞에 둔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저자는 93세의 노인이다. 레지스탕스로 활동했고 ‘유엔인권선언’ 초안 작업에 참여한 외교관 출신이다. 개인적 카리스마에다 3유로(약 4500원)의 싼 책값과 30쪽의 짧은 분량이 ‘분노신드롬’에 일조했다. 하지만 “레지스탕스(저항)의 기본 동기는 분노였다”는 저자 스테판 에셀이 던진 화두가 그 핵심에 있다.



 그는 “분명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분노는 고귀하다. 젊은이들의 무관심은 가장 나쁜 태도다”라고 강조한다. ‘사회 양극화, 외국 이민자에 대한 차별대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본의 폭력’ 등을 분노의 대상으로 들었다. 그리고 비폭력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라고 주장한다. 지금 프랑스는 분노를 속으로 삭이며 화병이 날 지경이다. 청년 실업자들은 넘쳐나고, 주당 35시간제의 사회주의적 실험은 실패로 끝났고, 국제 위상은 떨어지는 현실에 직면한 게 프랑스다.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게 분노신드롬의 원천이다.



 긍정적인 분노의 외침은 변혁의 힘이다. 어느 나라든 전쟁과 혁명을 헤쳐나오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저력은 분노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1789년 대혁명과 1968년 5월 혁명을 경험한 프랑스는 공화주의적 전통이 있다. 부조리에는 분노한다는 그것이다. 프랑스판 ‘정의란 무엇인가’ 논란이 어디로 튈지 지켜볼 일이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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