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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 빠진 대통령 신년 연설

이명박 대통령이 일에 욕심이 많고, 실제로 쉬지 않고 일해 많은 성과를 거둬온 것은 사실이다. 이 대통령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은 4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일 것이다. 어제 신년연설은 대통령의 이런 평소 소신과 태도가 집약돼 있다. 시종일관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이다.



 특히 경제분야를 집중 강조했다. 5% 성장을 이루면서 물가를 3%로 안정시키겠다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엔 의욕이 넘친다.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선진화’와 같은 시대적 화두가 정말 제대로 구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민심을 읽은 정책과 다짐이 눈길을 끈다. ‘연평도 이전과 이후가 같을 수 없다’는 선언은 단호하다. 이에 걸맞은 확고한 대북 억지력을 갖추고 국방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다짐은 당연하다. 그러면서도 ‘대화의 문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유연한 자세 역시 현실주의 외교정책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임기 중 큰 선거가 없는 해다. 벌여놓은 중요 과제들을 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그저 열심히 일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신년 연설에서 정치분야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는 것은 걱정스럽다. 더구나 대통령의 의지·의욕과 무관하게 올해는 임기 4년 차에 해당된다. 대통령이 아무리 ‘일하는 사람에겐 권력누수가 없다’고 강조해도 일을 마무리할 시간이 별로 없다. 레임덕까지는 아니라도 국정 장악력은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각종 정치 비리로부터 자유로운 편이었다. 이는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떠받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덕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치상황이 올해부터는 변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의 예를 보자. 이 대통령은 임기 초 엄청난 도심 촛불 시위에도 불구하고 FTA를 밀어붙였다. GDP의 85%를 무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FTA의 필요성은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협상은 끝났지만 국회 비준이 더 어렵게 됐다. 여당 내에서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이다. 여당 중진인 외교통상위원장이 ‘FTA 비준에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나라당 수도권 의원 22명도 ‘몸싸움을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두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풀 수 없는 난제다. 의원들이 대통령 지시를 따랐다가 내년 봄 선거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를 얼마나 설득하느냐 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대화와 설득, 중재와 타협의 리더십이다. 여당 내부는 물론 야당까지 필요한 모든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것이 곧 대통령이 원하는 ‘정말로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해’를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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