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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작심삼일









하루 30개비의 담배를 30년 동안 피웠다면 약 32만8500개비를 허공에 연기로 날려보낸 셈이다. 대략 30만 개비를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암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게 의학자들의 진단이다. 전체 암의 30∼40%는 담배가 원인이다.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연구는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널려 있다. 그런데도 왜 전 세계에서 10억 명이 오늘도 담배를 뿜어대고 있을까. 담배의 위험성을 몰라서일까. 오히려 반대다. 흡연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육체가 보내는 신호를 인식한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빨아들이는 순간 그 독성이 몸 안으로 퍼진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담배의 위해성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럽에 전파된 16세기 이후 지금까지 계속됐다. 성직자들은 ‘악마의 풀잎’이라고 경고했다. 쾌락과 위안의 힘을 가진 중독성 물질이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게 한다고 봤다. 의학적으론 19세기 초 담배 니코틴을 투입한 쥐가 죽는 실험을 통해 독성을 입증했다. 당시 “20세기는 금연의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래도 담배연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담배의 독성을 아는 것과 금연은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1990년대 중반 미국 코넬대 리처드 클라인(Richard Klein) 교수는 문학·철학·정신분석학 지식을 동원해 담배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그는 『담배는 숭고하다(Cigarettes Are Sublime)』는 책에서 “담배가 건강에 유익하다면 담배를 피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역설적 가정을 제시한다. “질병과 고통만 가져다줄 담배가 ‘어두운 아름다움’을 지녔기 때문”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시인 장 콕토(Jean Cocteau·1889~1963)는 “담배를 꺼내 라이터로 불을 붙이는 의식과 그 희한한 연기의 마력이 세계를 유혹해 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예찬론을 폈다. 시인 공초(空超) 오상순(1894~1963)은 ‘나와 시(詩)와 담배는/이음동곡(異音同曲)의 삼위일체…’라고 읊조릴 정도로 애연가였다.



 이제 금연은 대세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이 39.6%를 기록했다. 10년 전의 절반이다. 이 흡연자들은 새해 금연을 다짐했을 터다. 대부분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 박약을 심하게 자책하지는 말자. 흡연은 4세기 넘게 이어져온 인류의 문화다. 한순간에 없어질 게 아니다. 실패하면 또 하면 된다.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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