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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엄지족보다 마당발로 살자







스테판 투미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총지배인




한국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에 ‘발이 넓다’는 말이 있다. 인맥이 두텁다는 뜻이다. 또 인맥이 두터운 사람을 가리켜 ‘마당발’이라고 한다. 외국인인 내가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왜 하필 발을 인용했는지 조금 의아스러웠다. 하지만 그 말의 속뜻과 그 유래를 듣고는 그 표현에 크게 매료됐다. 지금처럼 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은 시절에는 직접 발로 뛰어 인맥을 쌓았다. 또 동양에서는 의학적으로 발을 제2의 심장이라고 일컫는다.



사람을 사귀는 것이 만나고, 마음을 주고받는 행위라는 것을 감안할 때 발을 인용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발=인맥’의 공식이 퇴색되고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네트워크 형성이 활발해지면서 더 이상 지인이 많은 사람을 가리켜 발이 넓다는 표현을 쓰기가 무색해졌다. 발이 넓다보다는 오히려 손이 빠르다거나, 크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싶다. 인터넷 등 문명의 발달과 ‘속도’를 중시하는 풍조는 발 대신 손을 선택했고, 인간관계 형성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이제까지 일면식도 없던 사람과 거리낌없이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주고 받는다. 국경을 초월해 범세계적으로 한꺼번에 수많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순기능이다.



 그렇지만 손으로만 맺은 관계는 한계가 있다. 범위는 넓되 깊이가 얕고, 지속적이기보다는 일회성일 확률이 높다.



이와 반대로 발로 맺은 관계는 범위는 좁되, 깊이가 있고, 지속적이다. 발이 기다림과 세월이 만들어 낸 숙성된 발효음식이라면, 손은 주문과 동시에 자판기에서 튀어나오는 인스턴트 음식이다.



인간관계란 진정성이 배어 있어야 한다. 전화기에 수신된 짧은 문자메시지만으로 상대방의 마음결을 온전히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문자메시지로 인해 오해가 생겨 관계 자체가 실종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만큼 글은 말보다 어렵다. 80바이트, 140자 짧은 글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또 진정한 인간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우선 문화나 배경,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여기에 신뢰와 시간이 버무린 우정이 쌓여야 된다. 문자나 전화만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손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뉴스를 접할 수 있어도 종이 신문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잉크 향기에 대한 미련만은 아니다. 개인 차는 있겠지만, 신문과 인터넷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다. 신문 한 장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망라돼 있다. 인터넷은 보고 싶은 기사를 클릭해야 볼 수 있다.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다.



텍스트와 그에 맞는 이미지가 적절히 결합된 지면에 비해 모니터 속 뉴스는 왠지 건조하다. 문명의 혜택이 관계 형성에 혁명을 가져왔지만, 오늘날 여전히 마당발이 유효한 것도 이와 마찬가지다.



 새해엔 빠른 손만 믿고 발을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 볼 일이다. 또 평소 회사 일에 묻혀 소홀했던 친지나 가족들을 발로 뛰어 만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



스테판 투미거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 총지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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