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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대책반장과 돌격대장







이정재
경제데스크




권력의 속살을 보기란 좀체 쉽지 않다. 구중심처(九重深處)에서 노니는 습성 때문이다. 그러다 가끔 민초들에게도 속내를 드러내곤 하는데, 그게 인사다. 12·31 개각도 그렇다. 집권 후반기 이명박(MB) 정부의 속내가 담겼다. 경제 쪽은 두 사람을 보면 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다. 금융·산업계에선 “MB 정권이 초기의 시장주의를 포기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시범케이스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소리도 나온다. 정부 개입을 즐기고 강조하는 두 사람의 스타일 때문이다.



 면면을 살펴보면 시장의 우려도 이해할 만하다. 김석동과 최중경. 둘은 많이 닮았다. 고집 세고 추진력이 강하다. 세간의 웬만한 비난엔 끄떡도 않는다. 덕분에 관료에겐 흔치 않게 별명도 많다. 김석동은 ‘관치의 화신’ ‘해결사’ ‘대책반장’으로, 최중경은 ‘최틀러(최중경+히틀러)’ ‘독일병정’ ‘돌격대장’으로 불린다. 두 사람은 인연도 남다르다. 경기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2년 선배인 김석동이 행정고시는 1년 후배다.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득실대는 고교 동기들 간에 ‘최고의 천재’로 꼽힌다. 재무부 시절 요직인 통화계장 자리도 물려주고 받았다.



 최고의 공통점은 ‘관치 본능’이다. 두 사람은 관치주의자임을 구태여 숨기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2003년 카드사태 때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로 스스로 관치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금감위 국장이던 그는 은행회관에 은행장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곤 노란 봉투를 하나씩 돌렸다. 봉투엔 카드사 부실을 막기 위해 은행별로 책임져야 할 금액이 적혀 있었다. 반발하는 은행장에겐 “당신 때문에 나라 망하면 책임질 거냐”며 몰아붙였다. 좀체 가닥을 못 잡던 카드사태는 일주일 만에 가닥이 잡혔다.



 최 내정자도 만만찮다. 수출론자인 그는 “환율은 시장에 맡겨두면 안 된다”는 게 소신이다. 2003~2005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시절엔 달러당 1140원을 마지노선 삼았다. 환율이 더 떨어질 기미만 보여도 돈을 풀었다. 장관이 말려도 소용없었다. 수십조원을 거침없이 쏟아부었다. 시장에선 “최중경과 맞서지 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선물시장에도 개입해 수조원을 깨 먹었지만 끄떡 안 했다. 되레 “수출이 안 됐으면 더 큰 손실이 났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후 달러당 1140원은 ‘최중경 라인’으로 불린다. 한 외환딜러는 “특정 환율에 사람 이름이 붙은 건 처음”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1140원 근처에 오면 지금도 주춤한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정부의 시장개입 규모가 드러날까 봐 외환보유액 공표도 막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특별통계공표기준(SDDS)을 어겼다고 비난했지만 들은 체도 안 했다. 앤 크루거 부총재가 “한국의 자료를 믿을 수 없다고 공지하겠다”고 윽박질렀지만 “마음대로 하라. 그래도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틴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이쯤 되면 권력의 속내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집권 후반기 ‘관치 그립’을 더 꽉 쥐겠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의 어제 취임사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는 “존재감만으로도 시장의 질서·기강을 잡겠다”고 했다. 그간 신한금융 인사 파동, 현대건설 매각 파문, 우리금융 민영화 좌초 등이 정권의 의도와 달리 엉뚱한 쪽으로 튀는 등 영 마땅찮았다는 얘기다. 최 내정자도 “한때는 최틀러라고 불리는 걸 피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겠다”며 전의를 다졌다고 한다.



 그러나 관치는 역시 관치일 뿐이다.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옳다. 국익을 위해 꼭 해야 한다면 최소화해야 한다. 김 위원장 자신도 “관치는 평소, 정상시에는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시스템이 붕괴할 위기 때만 관치가 작동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렇다면 따져봐야 한다. 지금이 시스템 위기인가. 시스템 위기라면 진원은 어디인가. 그게 혹여 구중심처라면 어쩔 것인가.



이정재 경제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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