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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한우의 비명









소는 지구상에서 인간 다음으로 많은 포유류다. 가축으로 길들여진 것은 8000년 전이다. 우리 한우는 몽골과 중앙아시아 계통으로 중국의 옌볜(延邊)한우, 일본 ‘와규(和牛)’와 같은 뿌리라고 한다. 삼국사기는 신라 지증왕이 밭갈이를 권하며 비로소 ‘일소’가 됐다고 전한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재산목록 1호다.



 유치진은 연극 ‘소’에서 그 비중을 보여준다. 소작인 국서네의 유일한 재산이자 생계수단이요, 장남의 장가 밑천이자 차남의 창업비용이다. 그런 소가 끌려가면서 집안이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런 소이기에 조선시대엔 함부로 도축하지 못하도록 우적(牛籍)을 둔다. 뿔 모양, 털 색깔, 가마 위치를 기록한 우적대장(牛籍臺帳)은 1970년대까지도 면사무소의 주요 장부였다.



 한우는 황우(黃牛)가 대표적이지만 흑우(黑牛)와 백우(白牛)도 있다. 엄마 닮은 얼룩송아지나 시인 정지용의 ‘향수’에서 ‘게으른 울음을 우는’ 얼룩빼기 황소 모두 칡소다. 얼룩무늬가 호랑이와 비슷해 호반모(虎斑牡)로도 불린다. 일제강점기 누렁이 단종(單種)화에 사라졌다가 최근 복원돼 울릉도에 400여 마리가 사육 중이다. 흑우는 제주 특산이다. 승정원일기는 인조 13년 제주 국가방목장에 보호 사육하도록 청하는 계(啓)가 기록돼 있다.



 경운기의 등장으로 일거리를 잃은 한우는 먹을거리로 재조명된다.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영국과 프랑스인은 쇠고기를 35개, 동아프리카 보디족은 51개 부위로 나누는데 한국인은 120개 부위로 나눠 먹는다”고 경탄해 마지않았다. 현재 시판 쇠고기도 부위별 명칭이 39개다. 갈비도 본갈비·꽃갈비·참갈비·갈빗살·마구리·토시살·안창살·제비추리로 8가지나 된다.



 최근에는 ‘브랜드 한우’다. 사료와 거세 시기, 비육방식 차이로 저마다 최고 육질을 내세운다. 남해화전·하동솔잎·합천황토·참예우·토바우 등 이름도 갖가지다. 그런데 전국 방방곡곡에 한우의 비명이 애처롭다. 구제역 때문이다. 청정지역 강원도는 대관령·하이록·치악산·횡성·늘푸름에 이어 한우령까지 6대 브랜드가 모두 당했다. 영화 ‘워낭소리’의 누렁이는 구제역 시대의 전설이다. 무려 40년을 살았다. 소의 평균수명이 20년인데, 도축 적령인 24~30개월도 못 누리고 살(殺)처분된 가축이 60만 마리를 넘는 실정에서랴. 주인공 최씨는 구제역 성금으로 100만원을 기탁했지만 과연 언제쯤 경쾌한 워낭소리, 게으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박종권 논설위원·사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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