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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IT는 14가지 유인책 써 ‘더미지니어스’ 끌어와”

이공계 기피 현상의 뿌리는 어디에 있으며 해법은 뭘까.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 서울 강남 팔레스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서울대 공대 홍국선(53·재료공학부 학부장·사진) 교수는 할 얘기가 많은 듯했다. 그런데 안색이 약간 안 좋았다. 그는 치과에서 인공뼈를 활용한 임플란트 시술을 받고 오는 길이라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인공뼈 제조기술은 그가 8년 전 개발해 특허를 딴 것으로, 인공뼈는 실제 뼈처럼 스스로 성장한다. 4년 전 상용화해 현재 정형외과의 척추뼈 수술 등에 사용된다. 지난달부터 인공뼈를 활용한 치과 치료 임상시험이 시작되자 개발자인 홍 교수도 직접 실험에 참여한 것이다. 그가 개발한 또 다른 기술(통신용 혼합원료 제조 기술)을 이용해 제자가 차린 회사는 연간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홍국선 서울대 공대 교수가 말하는 ‘이공계 기피’ 해법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이 3년째 미달됐는데 이공계 기피 현상이 정말 심각한가.
“예전엔 이공계 가면 먹고살 만했지만 직업군이 다양해지면서 기피 현상이 생겼다. 벌써 10년 전부터다. 서울대 공대에 입학지원서 내놓고 지방대 의대나 치대 붙으면 그리로 간다. 지금 같으면 나라도 이공계 안 올 것 같다. 일시적 수급문제도 있다. 기계·화공·재료공학부의 경우 2009년 말 시작된 연구중심대학(WCU)사업으로 인해 갑자기 대학원생 정원이 50명씩 30%가 늘어 미달사태가 발생한 측면도 있다. 미달되더라도 학생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대학의 고민
이다.”

-왜 이공계 기피 현상이 생기나.
“현재의 산업과 미래의 산업 간 ‘미스 매치(Miss Match)’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제조업에서 첨단산업·지식기반산업으로 바뀌는데 갑자기 그 인력을 키워내는 건 불가능하다. 연착륙이 안 된 것이다. 현실적으로 자동차·철강 등 굴뚝 산업은 대규모 인력 수급이 필요함에도 정부는 5년여 전부터 계속 나노·바이오 등 미래 신성장동력에만 연구비를 준다. 농대·수의대·자연대·의대 등 대학 연구의 60%가량이 바이오에 집중돼 있다. 전자공학 기계 분야는 5~10%에 불과하다. 학생들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요즘 20대 청년들은 살면서 두 번 크게 강타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 어려서 외환위기, 고교·대학 시절 금융위기를 겪어 대단히 현실적이고 똑똑하다. 힘들여 공부해도 대우가 안 좋은데 누가 공부하겠나. 이공계 기피 문제를 해결 못하면 국내 산업은 왕창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공계 기피도 문제지만 학부·대학원생의 이탈도 문제 아닌가.
“어떤 면에선 이탈이 더 심각하다. 이공계에서 변리사로 가거나 법대·의대로 전과하는 건 비일비재하다. 의학전문대학원을 가려는 학생들이 화학생물공학부로 우회 입학하는 경우도 많다. 이탈이 결국 석·박사 과정 미달로 이어진다.(※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이 93개 사립대학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7~2009년 전체 자퇴생 9만2699명 가운데 이공계 자퇴생은 2만9262명으로 전체의 31.6%에 달했음) 이탈 원인 중 하나는 BK21 등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대학원의 연구성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학부·대학원 교육은 도외시하기 때문이다.”

-학부·대학원 교육이란 것은 무엇인가.
“전공 강의와 학생들과의 스킨십이 반반이다. 선진국 대학 학부에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강좌가 많다. 창업이 많은 이유다. 경력관리지도도 우리는 거의 학원 수준이다.”

-선진국은 이공계생을 어떻게 관리하나.
“미국은 공대·자연대에 학생 100명이 입학하면 체계적으로 관리해 그중 90명을 박사로 키운다. 고급 두뇌로 육성한다. 수학·물리 등 한 분야에 특출난 이공계 학생을 ‘더미지니어스(Dummygenius·바보 같은 천재)’라고 부르며 대우해 준다. 미국 MIT에 가보니 학부학생을 대학원으로 끌어오기 위해 14가지 유인책을 쓰더라. 그중엔 지도교수가 기숙사에서 학생과 술 먹기, 실험실 창문을 유리로 만들어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하기, 대학원 소개 팸플릿과 배지 제작 등이 포함돼 있다. 영국은 지도교수가 일대일로 면담한다. 공대 학생은 제 발로 오지 않는다. 정부와 학교가 유인을 해야 한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정부가 이공계에 대한 정책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2차 산업(제조업) 생산성을 지금대로 유지하려면 이공계 출신을 많이 길러야 한다. 학사·석사·박사가 다 필요하다. 약간 과잉이라고 할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공계를 기간산업으로 보고 석·박사와 포스닥(박사후 과정)들은 육군사관학교에서 하듯이 단계별로 생활비 같은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내에 연구기반을 마련해 줘야 해외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고급인력이라서 우대하라는 게 아니라 국가가 박사를 키웠으면 잘 써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닥은 문과로 치면 ‘시간강사’다. 포스닥 과정자는 월 300만원가량은 지원해야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있다.”

-국내 박사를 우대하는 정책도 필요한 것 아닌가.
“일본·독일은 교수의 70~80%가 국내 학위자다. 서울대 공대의 경우 지난해 신규 채용한 두 명의 교수가 모두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연세대에서 학사·석사·박사를 받고 포스닥 2년차인 지원자를 뽑았더니 연세대 교수조차 ‘그게 정말이냐’고 되묻더라. 그런데 전략적으로 그런 게 아니라 외국 인재와 비교해도 실력이 뛰어났다. 올해 지원한 교수들 중엔 ‘네이처’지에 4~5편의 논문을 게재한 사람도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300편의 논문을 썼지만 거기에 실린 건 없다. 빨리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서울대 말고 다른 대학들도 국내 학위자를 많이 임용한다. 여기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포항공대의 치열한 경쟁구도는 국내 이공계의 경쟁력을 키워주고 있다. 공대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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