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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재범률, 4% 아래로 낮춰 보겠다”

지난달 1일 문을 연 국내 최초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의 설립의 뒤에는 김승규(67·사진) 전 국정원장이 있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냈다. 또 경기도 분당의 한 보수 개신교단 교회에서 장로를 맡고 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소망교도소의 설립 주체인 개신교 선교단체 ‘아가페’의 전문위원장이기도 하다. 보수 교단의 장로와 ‘진보’ 정권의 장관이라는 타이틀이 조금은 어색해 보일 수도 있다. 그는 국정원장 시절 간첩단 사건을 수사하다 당시 정권 핵심인 386 세력과 충돌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 전력이 있다. 그는 진보 코드보다는 국정원장으로서의 원칙을 고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8일 고문 변호사로 있는 삼성동 법무법인 로고스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국내 첫 민영교도소 설립 주역 김승규 전 국정원장

-원장 퇴임 후 어떻게 지내셨는지.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을 위해 뛰느라 바빴다. 1999년에 관련법이 이미 통과되긴 했지만, 그간 모금이 잘 이뤄지지 않은데다 여주 주민들이 반대해 설득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군수가 민영교도소 반대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사람이라 설득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군수는 물론, 주민들도 민영교도소의 취지를 이해해줬다.”

-개인적으로 꽤 오랫동안 기독교 민영교도소 설립에 관여했다고 들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에서 1995년 12월 민영교도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나도 워터 게이트로 사임한 미 대통령 닉슨의 법률고문 찰스 콜슨이 쓴 본 어게인(Born Again)이란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재범률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때 교회라면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서울고검 검사 시절인 이듬해 민영교도소 설립운동에 참가했다. 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법무장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민영교도소 건의서를 제출했다. 김 대통령은 ‘내가 교도소에 살아보니 심각한 상황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독교인이 교도소를 하면 잘 할 것 같다’고 허락했다. 그래서 결국 99년 12월 민영 교도소 등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이 국회를 통과됐다.”

찰스 콜슨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징역형을 살면서 ‘범죄의 재생산’이 벌어지는 교도소의 현실을 목격하고 출소 후 본 어게인이라는 책을 썼다. 국내에는 ‘거듭나기’라는 이름으로 출판됐다. 김 전 원장은 당시 검사 등 법조인뿐 아니라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재범률’이 화두였다고 말했다.

-소망교도소가 지난해 12월 1일 문을 열었다. 재소자가 몇 명이나 있나.
“30명 들어와 있다. 최대 수용가능 인원이 368명이다. 재소자 심사를 거쳐 올해 2월까지 절반 정도를 채울 예정이다. 이미 신청자가 500여 명에 이를 정도이기 때문에 인원을 채우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왜 종교단체에서 교도소를 운영하나.
“교도소를 분류하자면 국영과 민영으로 나눌 수 있다. 또 민영 중에는 영리형과 비영리형이 있다. 국가가 재정난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민간에 운영을 위탁하는 것이 영리형이다. 소망교도소는 비영리형인데 종교단체가 재소자의 교화를 최우선 목적으로 운영한다.”

-교도소가 원래 재소자를 교화하는 곳 아닌가.
“잘 알다시피 기존 교도소는 교화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교도소는 범죄자들 사이에 소위 ‘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범죄의 기술을 새로 배우는 곳이 돼버렸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과자의 재범률(출소 후 5년간 벌금형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평균 50%를 넘어서고 있다.”

-소망교도소는 그걸 낮출 수 있다는 얘기인가.
“우리의 목표는 재범률을 4% 아래로 낮추겠다는 거다. 그래서 모든 교도소들이 본을 받고 따라하는 교도소가 되겠다는 거다.”

-민영교도소라고 재범률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재소자들의 마음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범죄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소자 300명에 1대1로 멘토가 될 자원봉사자가 600명이 넘는다. 이들이 매주 한 시간 이상 재소자의 얘기를 들어주고 인생을 상담한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위해 지난 6년간 교육을 받아 왔다. 또 소망교도소를 열기 전 지난 6년간 여주 국영교도소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시범운영을 해왔다. 이들의 재범률은 6%로 아주 낮게 나타났다.”

-외국의 모범사례를 벤치마킹했다고 들었다.
“미국의 제2 제스터 교도소와 브라질의 휴마이타 교도소다. 이 두 곳은 모두 기독교 선교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형 교화 교도소다. 미국의 재범률은 70%, 브라질의 재범률도 75%에 이르지만 두 교도소를 나온 범죄자의 재범률은 각각 6%와 4%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이다.”

-소망교도소는 범죄가 가벼운 재소자를 골라 받고 있는 것 아닌가.
“맞다. 법에 따라 남자 재소자 중 징역 7년 이하, 20~60세 이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조직폭력·먀약·공안사범 등은 제외됐다. 우리는 중죄를 지은 사람 등 제한 없이 수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법무부가 ‘경험이 없는 민영교도소에서 어떻게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다룰 수 있겠나’며 반대해 그렇게 됐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법을 바꿔서라도 재소자 제한 없이 수용할 것이다. 브라질의 휴마이타 교도소와 미국의 제2 제스터 교도소도 재소자의 범죄에 제한이 없지만 재범률을 크게 떨어뜨렸다.”

-“국민세금으로 기독교 선교한다”는 지적도 있다.
“답답한 일이다.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요, 범죄를 줄이는 데 고민해보지 않은 한가한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기존 교도소가 하지 못하는 일을 민영교도소가 할 수 있다는 데 무엇이 문제인가. 참 종교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재소자들의 근본 마음을 변화시켜 재범률을 낮추겠다는 거다. 국가가 범죄 때문에 치르는 비용이 엄청나다. 범죄를 줄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보겠다는데 무슨 방법인들 어떻겠나. 불교나 다른 종교에서도 할 수 있다. 선한 일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는 인터뷰 전부터 “정치 얘기하려면 인터뷰 안 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간첩단 사건 수사 중에 청와대 386 참모들과 갈등 끝에 국정원장에서 사임한 것과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한 원세훈 현 국정원장의 정세 판단 등에 대한 질문을 했지만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다. 그런 얘기하면 쓸데없이 분란만 일어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정원장 사임 당시 이임사에서 “가슴 뿌듯했던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간첩수사 등 국가안보 책임
기관의 사명을 다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치를 하실 생각은 없나.
“나는 자유인인 지금의 삶이 좋다. 남은 생애 동안 남을 위해 힘 닿는 데까지 섬기면서 살고 싶다. 정치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

-본인의 정치적 성향은 무엇인가. 도중에 실세들과 충돌로 물러나긴 했지만 ‘진보정권’으로 불린 과거 노무현 정부의 핵심요직에 있지 않았나.
“나는 진보하고 상관이 없다. 서로 이념이 같다기보다는 불러서 간 것이다. 노 대통령하고 알지 못하는데 어느 날 청와대에서 식사하러 오라고 해서 갔다. 두 시간 동안 질문해 보시더니 장관을 할 맘이 없느냐고 물으시더라. 나는 장관 안 한다고 했다.”

-그래도 결국 법무장관에 국정원장까지 지냈다.
“임명장 받으러 오라는 데 안 받을 수 있나. 노 대통령이 ‘장관 하라는데 안 하겠다는 사람 처음 봤다’고 그랬다. 대통령이 나의 스타일을 좋아한 것 같다. 그분은 지역이나 이념을 초월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게 좋은 것이다. 좁은 땅에서 동서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보수·진보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나. 균형 있게 하는 것은 국가 발전에 좋다. 교대로 정권이 바뀌는 미국을 봐라. 보수가 집권해 파이를 키우고 진보가 들어서서 분배를 하고…. 긴 역사의 흐름으로 봐야 한다. 우리 사회는 북한 문제가 있어서 미국의 보수·진보와는 좀 다른 것 같다. 통일되고 나면 이런 첨예한 대립이 많이 없어질 것이다. 지금의 모습은 성장통이라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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