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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찬 바람 불어야 어느 풀이 강한지 안다”

조환익 사장
2008년의 어느 날 저녁 코트라(KOTRA)의 중국 칭다오(靑島)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무역관). 중국 세관 공무원들과 상견례 겸 저녁식사를 하러 사무실을 나서는 직원들의 얼굴엔 비장감이 감돌았다. ‘부패하기 쉬운 품목은 우선 통관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한국 상품, 특히 우유에 적용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이 이날의 사명이었다. 우유 같은 신선식품은 신속한 통관이 생명이고 여기엔 세관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무역 1조 달러 시대 ‘야전 사령관’ 조환익 코트라 사장

양장석 당시 센터장은 “한국 우유의 중국 수출 길을 여느냐, 못 여느냐가 이 자리에 달렸다. 전원 장렬히 전사(?)하자”고 엄숙히 선언했다. 알코올 도수 70도가 넘는 독한 술을 물 마시듯 하라는 지시였다. 술을 호기롭게 마시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중국인의 성향에 맞춰 ‘관시(關係)’의 벽을 뚫기 위해서였다. 미리 위장약까지 챙겨먹고 전투(?)에 임한 코트라 직원들은 결국 현장에서 모두 만취해 뻗어버렸다. 덕분에 중국 세관원들과 관계는 매우 돈독해졌다. 이로써 열흘 넘게 걸리던 한국 우유의 통관이 코트라 칭다오 물류센터를 통해 짧게는 다섯 시간 만에 가능해졌다. 중국의 멜라닌 분유 파동까지 겹치면서 한국 우유는 중국 시장에서 대히트를 했다.

조환익(61) 코트라 사장은 “해외 곳곳에 뻗어있는 코트라 KBC는 사람으로 치면 신경망에 비유할 수 있는 핵심 전력(戰力)이자 수출 경쟁력의 근간”이라며 “2011년엔 중국 내륙과 아프리카를 위주로 12곳의 KBC를 신설하는 등 더욱 공격적으로 한국 상품의 마케팅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서울 염곡동 코트라 본사에서 만난 조 사장은 새해 초 코트라가 주최하는 두 개의 큰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해외 주요 KBC 센터장들이 생생한 현장 정보를 소개하는 ‘2011년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6~7일 서울 롯데호텔)’와 외국 바이어 1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수출 상담회인 ‘바이코리아 2011(11~1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이다. 조 사장은 “2010년 한국이 세계 7대 수출대국으로 도약한 데 이어 2011년엔 수출과 수입을 합친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며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도 신흥시장, 새로운 기회 열린다”
-2011년은 무역 1조 달러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분야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남다르다. 1974년 무역 100억 달러를 달성한 이후 37년 만에 100배나 성장하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가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이룬 성과라서 더욱 값지다. 한편으론 수출 확대를 위한 전략적 접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선진국 시장에선 글로벌 기업과 기술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개척 신흥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중앙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조 사장은 1973년 행정고시 14회에 합격했다. 상공부 사무관 시절부터 주로 통상 업무를 담당하며 현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산업자원부에서 무역투자실장과 차관을 지냈다. 이후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을 거쳐 2008년 7월 코트라 사장에 취임했다. 지금까지 세계 70여 개국, 100여 군데의 현장을 방문하는 등 실전 경험이 풍부한 ‘수출 야전 사령관’이란 평가를 받는다.)

-2010년엔 수출이 30% 가까이 늘어 사상 최대의 실적(4674억 달러)을 올렸다. 2011년 수출 전망은 어떻게 보나.
“2011년 수출 증가율은 10% 안팎으로 예상한다. 수출 증가세가 꺾이는 건 틀림없지만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2010년의 화려한 실적에는 2009년 수출이 14%나 줄어든 데 따른 ‘기저효과’도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 정도의 경제 규모에서 기저효과가 사라졌음에도 수출이 10%가량 늘어나는 것은 대단한 성과다.”

-코트라 해외 KBC를 한꺼번에 12곳이나 늘리겠다고 했는데.
“신흥시장 개척은 언제나 중요한 과제다. 코트라라는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중국 KBC를 현재 8개에서 15개로 늘릴 것이다. 상반기는 충칭(重慶)과 선양(瀋陽)에 KBC를 신설하고 하반기에도 5곳을 추가로 세운다. 특히 인구 2800만 명의 충칭은 중국 서부 대개발의 거점 도시여서 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에티오피아·카메룬·가나의 아프리카 3개 국에도 진출한다. 3월에는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아프리카 최초의 한국 상품전 개최를 준비 중이다. 러시아와 동남아에도 각각 1곳의 KBC를 추가할 것이다.”

-2006년 105개였던 KBC를 감사원의 ‘방만경영’ 지적 이후 99개까지 줄였다. KBC 신설은 공기업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가.
“선진국은 줄이고 신흥국은 늘리는 것이 조직 개편의 방향이다. 현 정부의 기본 원칙도 무조건 줄이라는 것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지만 생산성이 높은 곳, 일하는 조직은 확대하는 것이다. KBC 신설의 초점은 중국 서부 내륙과 사하라 사막 이남의 ‘블랙 아프리카’다. 진작에 진출했어야 하는데 솔직히 늦은 감이 있다. 중국 동부 연안은 이미 외국 기업의 투자를 가려서 받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서부는 아직 기회가 열려 있고 한국 기업의 진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국과 달리 선진국 시장은 아직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을 다시 봐야 한다. 요즘엔 ‘일본도 신흥시장’이란 말을 자주 하고 다닌다. 과거 일본 시장은 한국 상품을 무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일본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다. 합리적인 소비자들은 한국 상품을 많이 찾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엔고 덕분에 일본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한국 상품의 가격은 더 싸졌다. 한국산 부품을 조달하려는 일본 업체도 하나 둘 생기고 있다. 한국과 바다로 연결되는 일본 서부와 북부 연안 지역에선 한·일 간 해상 물류비가 일본 국내 육상 물류비보다 경쟁력이 있다.”

-새해 벽두에 ‘세계시장 진출전략 설명회’와 ‘바이코리아 2011’이란 행사를 연이어 개최한다. 어떤 행사인가.
“세계시장 설명회에선 해외 KBC 센터장들이 현지 시장에 대한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입장료가 10만원이나 되는데도 예년의 경우 회의장 통로까지 가득 찰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세계 각국의 바이어를 초청해 수출 상담을 벌이는 바이코리아 행사는 이번이 4회째다. 1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말에 기획했다. 당시 내부에서도 냉소적인 시각이 없지 않았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정면 돌파밖에 없다는 역발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목표는 500명이었지만 내심 해외 바이어가 300명만 와줘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700명이나 신청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에는 참가 신청만 1000명이 넘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새해 화두로 ‘질풍경초(疾風勁草)’를 제시했다. 무슨 뜻인가.
“중국 『후한서』에 나오는 말로 ‘세찬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강한 풀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새해엔 마치 거센 바람이 불어닥치듯 수출 시장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코트라가 현장에서 열심히 뛰어 우리 수출기업에 큰 힘이 되자는 의지를 담았다.”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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