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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세기가 바보들이 다스리는 세상 된 까닭은

인류는 과연 진화하기만 할까.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낫기만 할까. 다윈의 ‘종의 기원’에 따르면 경쟁 속 적자생존이 생물의 진화를 낳았다. 만약 어떤 이유로 진화가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시민들이 책을 멀리한다면… 정치인들이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거대기업이 눈앞의 이익만 좇는다면… 이 사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봄직한 가정이다. 영화는 사람들의 이런 생각을 때로 과장해 세상을 풍자하기도 한다.

영화 속 미래 이야기 2006년 개봉한 이디오크러시(Idiocracy)

미국 20세기 폭스사 영화 중 2006년 개봉한 ‘이디오크러시(idiocracyㆍ마이크 저지 감독)’라는 제목의 코믹 SF영화가 있다. 이디오크러시는 ‘바보’를 뜻하는 ‘idiot’과 ‘통치’ 또는 ‘정치’의 뜻을 가진 ‘cracy’를 조합한 단어다. 우리말로 바꾸자면 ‘바보들이 다스리는 세상’쯤 되겠다. 미국에서 흥행에 실패하고, 국내에는 개봉도 되지 않았지만 국내 영화 매니어들 사이에 꽤 알려진 영화다. 한글과 영어자막이 있는 DVD를 인터넷을 통해 살 수도 있다.

2005년 워싱턴DC 외곽. 미 육군의 한가한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사병 조 바우어가 육군의 비밀 프로젝트인 동면실험에 실험대상으로 참여한다. 동면 기간은 1년.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이 불행한 사나이는 500년 뒤에 깨어난다. 그가 깨어난 2505년은 바보들의 세상이다.

영화 ‘idiocracy’의 포스터.
바보로 설정한 논리가 재밌다. 똑똑한 부부는 아이를 적게 또는 낳지 않고, 멍청하고 튼튼한 커플은 자손을 많이 낳는다. 수백 년이 흐른 뒤 지구는 바보들로 넘쳐난다. 사람들은 TV와 오락ㆍ섹스ㆍ정크푸드만 즐긴다. 농사를 짓는 법도, 책을 읽고 공부하는 법도 잊어버린다. 국가는 형식적으로 힘센 바보 대통령이 다스리지만, 실제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기업이다.

스타벅스는 매춘 프랜차이즈로 바뀌었고,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엔 식음료 공산품뿐 아니라 대학까지 있다. 마시는 물도, 밭에 뿌리는 물도 모두 ‘게토레이’ 같은 스포츠 음료 ‘브론도’다. 순수한 물, 즉 H2O는 화장실용으로만 쓴다. 물 대신 스포츠 음료를 뿌린 작물은 말라 죽는다. 바보 시민들은 이유도 모르고 기근에 시달린다. 국민의 절반이 이 스포츠 음료회사에서 일하고, 정부 고위관료들도 이 회사의 후원을 받는다. 기업 지배의 어두운 부분을 극대화한 내용이다.

2005년의 평범한 사나이 조는 바보 세계에서 ‘전 인류 중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똑똑한 머리로 세상을 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내무부 장관이 된다. 그는 황량한 밭에 스포츠 음료 대신 물을 줘, 농작물이 살아나게 한다. 인류를 구한 공로를 인정받은 조는 결국 부통령을 거쳐 미국의 대통령에 오른다는 황당한 결말로 영화가 끝난다.

언뜻 어설픈 시나리오에 유치한 영화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개인과 사회ㆍ국가가 눈앞의 욕구에만 취해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머잖은 미래에 세상이 끔찍하게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을 풍자했다. 남보다 더 큰 거석상을 세우기 위해 경쟁하다 마지막 남은 나무까지 베어버려 종족의 멸망을 맞았다는 이스터섬의 비밀이 남태평양 외딴섬만의 얘기가 아니다.

조만간 바닥날 자원이 영원할 것처럼 소비해대는 21세기 인류가 바로 똑똑하지만 바보들이 다스리는 세상의 주인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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