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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정치인 7인의 목소리·말 분석해 보니

억양 변화 주면 호감도 더 높일 수 있어-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목소리는 주파수와 화음, 공명감이 매우 안정적이다.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다. 하지만 음의 강세와 억양이 단조로워 장시간 들으면 답답하게 느껴지고 청중의 집중력이 약화될 수 있다. 억양에 변화를 주고 좀 더 활기찬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또 말 중간중간에 웃거나 밝고 경쾌한 리액션·추임새 등 비(非)언어적 소리를 섞어 주면 대중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붙들어 두는 데 효과적이다. 호감도도 높아질 수 있다.박 전 대표는 자신만의 연설 스타일과 말의 특징을 구축했다. 형식 면에서 간결한 단문 중심이면서도 중문을 적절하게 잘 섞어 구사한다. 2006년 지방선거 직전 '대전은요?'라고 한 발언은 단답형의 대표적 예다. 내용에서는 부쩍 안보와 경제를 중심으로 공동체 철학을 드러내고 있다. ‘조국’ ‘선진 대한민국’ ‘비전’ ‘통합’ 등의 어휘 구사에 익숙하다. ‘오로지 여러분과 대한민국이 있을 뿐’ ‘국민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바칠 것’ 등 소명을 중요시하는 표현도 자주 등장한다. 박 전 대표의 연설은 따뜻하고 겸손이 느껴진다. 비판할 때도 다른 정치인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징이 드러난다. 야당 시절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비판할 때도 ‘굉장히 우려가 됩니다’ ‘참 나쁜 대통령’ ‘더 이상은 안됩니다’는 식으로 단호하지만 차분한 표현을 사용했다.


간결하게, 강약 조절해 말하면 효과적손학규 민주당 대표
음성 분석기기를 통해 본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목소리는 가느다란 ‘하이 톤’이다. 무리하게 강한 소리를 낼 경우 무게감과 신뢰감을 떨어뜨릴 수 있는 목소리다. 그 때문에 투쟁가의 이미지를 심겠다고 강하게 발성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오히려 목에 힘을 빼고 옆 사람에게 부드럽게 이야기하듯 말할 필요가 있다. 유머를 섞어 말하거나 웃는 소리를 크게 내는 것도 청중에게 호감과 매력을 주는 데 효과적이다. 신뢰감도 더할 수 있다.

교수(서강대 정치학과) 출신인 손 대표는 만연체의 설득형 문장을 많이 사용한다. 긴 문장을 풀어놓으면서 자신의 소신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스타일이다.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문장이 길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 청중이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말을 간결하고 분명하게 다듬고 강약 조절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손 대표는 과거 ‘희망’ ‘통합’ ‘시대’ ‘실용’ 등의 용어를 자주 썼다. 이성에 호소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꾸고 최근 대표에 취임하면서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표현이 늘었다. ‘분열’ ‘위기’ ‘절망’ 등 자극성 강한 말들로 투사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최근 장외투쟁에선 ‘국민 탄압’ ‘민주주의 압살’처럼 더 격렬한 표현으로 강한 리더십을 부각하고 있다.


결단력 보이려면 저음으로 천천히 말해야-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한나라당) 서울시장은 말에서 뛰어난 지적 이미지를 풍긴다. 억양이 좋고 타고난 목소리의 톤도 부드럽다. 속도 조절도 유연하다. 대화하기엔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로서는 자칫 결단력이 약해 보일 수 있다. 강한 신념을 보이고자 할 때는 낮은 저음으로 간결하고 천천히, 단호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 이때는 목소리의 크기가 중요하다.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하면 경망스러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형식 면에서는 말의 길이(문장)가 뒤섞여 있다. 단문을 선호하는 듯하다가도 중문이 튀어나오고, 복문도 자주 섞인다. 아직 자신만의 독특한 연설체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선 서울시 각 국·실의 여러 담당자가 쓴 것처럼 통일성이 없다. 내용 면에서는 ‘창의’ ‘열정’을 내세워 세련된 행정가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디자인’ ‘꿈’ ‘희망’ ‘문화’ ‘삶의 질’ 등 감성에 호소하는 용어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담담한 말, 담담한 문체가 가진 영향력과 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오 시장은 최근 인터뷰에서는 강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무상급식 문제로 야당과 각을 세우면서다. ‘끝간 데 없는 복지 포퓰리즘’ ‘여기서 밀리면 끝’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패러다임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등의 표현을 자주 써 투사 이미지를 다듬고 있다.


감성 자극에 능숙, 직설화법은 부담 줘-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은 끊거나 쉬지 않고 말을 한다. 한 문장이 끝난 뒤에도 바로 다음 문장이 이어진다. 말을 빨리, 연속적으로 하는 건 언변이 뛰어나다는 느낌을 들게하고 전문성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 사투리 억양이 섞일 경우 신뢰감이 떨어지고 안정감이 없어 보일 수 있다. 상대에게 불안감을 주는 요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장과 문장 사이에 잠시 쉬고, 말의 전환을 위해 억양과 목소리의 강도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명쾌한 의미 전달을 위해서는 오히려 다소 단조롭게 말을 이어 나가는 게 도움이 된다.

유 원장의 연설은 ‘노무현 스타일’의 변형이다. 단문 중심으로 날 선 예리한 문장이 특징이다. ‘행동하는 양심’ ‘사람 사는 세상’ ‘깨어 있는 시민’ 등 감성을 자극하는 용어 사용에 능숙하다. 다른 주자들에 비해 비교와 대구도 가장 잘 사용한다. “의로움을 위해서 이익과 생명을 버렸던 노무현 정신”이 아니라 “의로움을 위해서 이익을 버렸고, 의로움을 위해서 생명마저 버렸던 노무현 정신”이라는 표현이 그렇다. 청중에게 호응을 유도하는 문장도 많다. 그러나 장년층까지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서는 독설가 이미지를 주는 비수 같은 직설화법보다는 따뜻한 표현이 필요하다.


투박하고 꾸밈 없지만 맑은 발성 필요해-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문수(한나라당) 경기지사의 목소리는 꾸밈이 없다. 화려함이 없는 투박한 목소리를 갖고 있다. 말의 높낮이도 안정적이다. 대중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과도하게 목에 힘을 주면 거칠고 쉰 목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화음 형성이 안 돼 신뢰감이 떨어질 수 있다. 크게 발성할 때는 목소리를 맑게 내도록 하고 성대와 후두의 근육을 풀어 주는 훈련도 필요하다. 또 말끝을 높이기보다는 낮게 하는 게 지적인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

최근 들어 김 지사의 연설 내용이 확 달라졌다. 이전엔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희망’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성장엔진’ 등 경기도를 부각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개헌론 비판을 시작으로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라든지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라는 말도 많이 한다. 국가적 리더십을 부각하는 뉘앙스가 짙다. 또 ‘규제 완화’ ‘규제 철폐’ ‘투자 유치’ ‘경쟁력 강화’ 등의 말을 자주 쓴다. 시장주의 철학과 경제관을 드러내는 용어들이다.
대개 문장이 긴 편인데도 핵심을 찾아 힘을 줘서 말한다.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한 이미지는 불안감을 줄 수도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너무 매끄러워 오히려 호소력 떨어질 수도-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방송기자 출신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대중연설에 뛰어나다. 안정적이면서 목소리 음질이 좋고 관리도 잘 돼 있다. 신뢰감 있고 발음도 정확해 메시지 전달도 잘 된다. 너무 매끄러운 게 흠이라면 흠이다. 방송기자 시절을 기억하는 청중은 정 최고위원의 연설을 듣고도 함께 호흡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너무 완벽을 기하면 인간미가 안 느껴져 호소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뛰어난 연설력 때문에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
정 최고위원은 다양한 문장을 구사한다. 단문 중심이면서 장문은 물론 만연체의 문장도 종종 쓴다. 긴 문장 안에 상당히 많은 내용을 담는다. ‘우리에게는 승리의 색깔이 있습니다. 황금색 노랑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승리했고, 개나리 노랑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승리했고, 저는 오렌지 노랑이었습니다’ 같은 말이다. 화려한 수사를 선보이는 훌륭한 화술이지만 자칫 말이 많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통합의 용광로’ ‘독주와 독선의 아바타들’ 같은 말처럼 비유에도 능하다. 말에선 ‘통일’ ‘진보’ ‘인권’ ‘복지’에 대한 철학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대화’ ‘평화’ ‘소통’ ‘담대한 진보’ ‘보편적 복지’ ‘한반도’ 같은 용어를 익숙하게 사용한다. 여당에 대한 비판은 온건한 편이다.



안정적인 중저음, 문장 긴 것은 흠-김두관 경남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무소속)는 중저음의 안정적인 주파수를 갖고 있다. 음색도 좋다. 상대방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다. 다만 사투리가 섞인 말투는 단점이 될 수 있다. 자칫 대중에게 지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높낮이가 없고 억양 변화가 적어 장시간 들으면 지루해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는 듯 말의 속도를 줄이고 강약을 조절하면서 능숙하게 말을 이어 나간다.

2006년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눈을 감고 두 손을 번쩍 들며 격정적으로 외치는 그의 모습은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하지만 정작 연설문에서 드러나는 말의 스타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닮지 않았다. 문장(말)이 중문 이상으로 긴 편이다. 문장은 ‘서울, 지방과 수도권이 균형발전하고 상생하는 나라가 되도록 힘쓸 것입니다’처럼 당위적인 내용을 평이하게 서술한다. 지역 정치인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말들이 주를 이룬다. ‘변화’ ‘상생’ ‘균형발전’ ‘공동체’ 등의 용어를 자주 쓴다. 그의 관심이 아직 지역(경남)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김 지사는 중앙정치 경험이 적다. 그 때문에 그의 연설에선 중앙정치 차원의 큰 담론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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