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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적어도 세 번은 들리게 하라

‘좋은 스피치는 이대로 이렇게 하세요’라고 딱 짚어 제시할 순 없는 일이다. 만일 그런 이상적 매뉴얼이 있다면 이 세상엔 같은 스피치로 가득할 테고 그건 더 이상 좋은 스피치가 아니게 되니까. 빌 게이츠는 게이츠의 스타일, 스티브 잡스는 잡스의 스타일로 할 때 그다운 좋은 스피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나는 게이츠도, 잡스도 아닌 나라는 점이다. 다만 나만의 스피치를 준비하는 가운데 파인 곳을 메우고, 복잡한 가지를 치고, 모난 데를 조금 부드럽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잔잔한 매뉴얼은 무엇일까.

좋은 연설의 노하우

기본적으로 오늘날의 스피치는 자연스럽다.고대의 웅변가나 약장사가 하는 연기처럼 과장된 스피치, 혹은 웅변학원에서 대회 준비용으로 배우던 반공연설 따위를 요즘의 청중은 좋아하지 않는다. 주의 깊은 계획과 준비를 했지만 처음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듣는 이의 마음을 파고든다. 아마 시대적 흐름, 세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스피치의 내용은 진정하고 적절해야 한다. 연설을 해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연설팀에서 써줬으나 아직 정확한 나의 의견이나 정책으로 무르익지 않은 말을 전할 때, 상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말들을 해야 할 때, 얼마나 진땀이 나는가(어쩜 이미 땀 같은 건 나지도 않게 인이 박였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내 마음과 내 생각으로, 그게 어렵다면 조화를 이룰 수 있을 정도로, 청중과 경우에 맞는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 좋은 스피치의 시작이다. 흥미를 갖고 모인 청중인지 수동적인 청중인지, 그들이 듣는 목적은 무엇이며 그들의 신념과 가치는 어떤지, 청중의 수·성비·나이·교육수준 등에 따라 스피치는 변주되어야 한다. 또 스피치를 하는 시간대는 하루 중 어느 때이며 주어진 시간은 어느 정도이고 장소는 어디인지, 청중은 무엇을 기대하고 와 있는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어떤 청자에겐 축복이, 다른 청자에겐 재앙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스피치의 구조는 대개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뉜다. 잘 구조화된 스피치는 잘 지어진 건물에 비유된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한 번의 스피치에서 세 번 정도 들리도록 한다. 서론에서는 청중에 대한 호의를 표시하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중요성을 말함으로써 흥미를 끌고 주요 내용의 윤곽을 제시한다. 본론은 청중이 이해하고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과 순서로 말한다. 또 일관성을 갖고 흥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애쓴다. 항목화가 필요하다면 다섯 항목을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 글이라면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으면 되지만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말은 여섯을 넘어가면 기억하기 쉽지 않다. 결론에서는 주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 주고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다. 청중의 기억을 도울 만한 방법을 제시하거나 강한 기억과 인상을 남길 문장을 고심해 넣는다. 청중은 연설의 시작을 듣고 연사의 인상을 형성하고, 끝을 듣고 내용을 기억한다고 한다.

전달 방식은 명쾌하고 간결한 것이 어렵고 복잡한 것보다 좋다. 내용들을 장황하고 애매한 문장 속에 숨기지 말고, 될 수 있는 한 힘 있고 명징한 단문 속에 담도록 하자.
모든 스피치엔 목적이 있다. 특히 정치연설인 경우 더 그렇다. 청중으로부터 어떤 반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때 좋은 방법은 결과지향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말하기 위해서 왔다’가 아니라 ‘여러분에게 이것을 알게 하기 위해 왔다’고 하는 식이다. 둘째, 구체적으로 말해야 한다. ‘이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보다 ‘이것을 그만두게’ 하기 위해서가 더 구체적이다.

셋째, 보다 현실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당장 그만두게’보다는 ‘이것을 피하는 데 한 발짝 가까이 가게 하고자’ 한다고 말함으로써 강한 주장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변화를 주저하는 청중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여러분께 소통에 대해 말씀드리려 한다’보다는 ‘여러분이 의사소통에 있어 좀 더 나은 능력을 갖도록 스스로 노력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강연하겠다’고 말하는 식이다. 그건 번드르르한 말치레가 아니라 ‘나’보다 ‘여기 계신 여러분’을 위해, 그 여러분의 ‘여러 가지’에 대해 고민하며 스피치를 준비했다는 방증이다.

좋은 스피치란 결국 말하는 나를 떠나 듣는 타인을 지향하는 스피치다. 말 전과 말 후, 즉 행동과 실천까지 책임지는 스피치다. 스피치는 아니지만 요즘 정치인의 말실수 사례가 도마에 자주 오른다. 그게 꼭 말만의 실수였을까 하고 나는 생각한다. 진짜 몰랐고 사석에선 비슷한 이들끼리 실컷 하는 얘기였을 것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말만 안 했으면 되는데’라고 후회하고 있겠지만 청중은 바보가 아니다. 당신의 말이 바로 당신을 말한다.




유정아는
1989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KBS 9시 뉴스’ ‘열린음악회’ 등을 진행했다. 97년 퇴사해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연세대 신문방송학 석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중앙대·서울대 등에서 말하기 강의를 했다. 서울대에서 6년간 수업한 강의록은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로 출판됐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KBS ‘명사초대석’과 국회방송 ‘원로에게 듣는다’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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