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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40) “우리가 중국 경제에 편입된다고?”

며칠 전 무역협회가 한중 무역관련 조찬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세미나 주제는 '위안화 무역 결제 확대와 우리의 대응'이었지요.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위안화 무역결제의 현황을 알아보고, 우리 기업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습니다. 우리은행 실무 책임자가 나와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세미나가 끝나고 헤어지려는데, 평소 알던 한 기업인이 다가와 이렇게 묻습니다.



"한 기자님, 그런데 중국과의 무역을 위안화로 결제하게 되면 우리나가 중국 속국 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않아도 대중 무역의존도가 심해 걱정이라는 판에, 화폐도 위안화로 쓰면 우리 경제 전체가 중국에 편입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농담 반 진담 반, 그러나 그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습니다. 나라 경제를 고민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에게서 중국을 보는 이 땅 비즈니스맨들의 복잡한 심사를 읽게 됩니다.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그리고 이어진 서해안 중국 어선 불법어로 사건 등을 지나면서 중국은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위안화 결제=중국 경제 편입'이라는 도식 뒤에는 이 같은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돈 벌 곳은 중국뿐인 게 현실인지라, 중국을 피해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더 복잡합니다.



무역을 봐도 그렇습니다. 중국 수출 1000억 달러 시대입니다. 중국 통계로는 올해 양국 교역 2000억 달러를 돌파한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중국 수출이 지나치게 많다'고 걱정합니다. 무역의존도가 심하다는 얘기지요. 업계도 심드렁한 반응입니다.



기우(杞憂)는 아닙니다. 우니나라 전체 수출의 4분의1이 중국으로 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홍콩을 포함하면 30%가 넘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대중국 수출이 줄어든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경제가 중국에 코 꿰여가고 있다'라는 얘기도 나올법 합니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 생각이 여기서 끝나서는 안됩니다. 좀더 넓은 시각으로, 깊게 봐야합니다.



우선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 심화 문제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겁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 의존도 심화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도 말입니다.



일본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중국이 일본의 최대 교역대상국으로 등장한 것은 2004년이었지요. 우리나라보다 1년 늦었습니다. 아시아를 떠났던 일본이 아시아를 중시해야겠다고 돌아온 것도 중국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일본은 중국이 자국 국채를 사들이고, 기업 주식을 사들이는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멀리 브라질 역시 지난해 중국이 최대 교역대상국으로 부상했습니다. 아프리카는 중국이라는 나라 덕에 세계의 관심을 끌었고, 자원 부국 호주는 중국의 원자재 매입 덕택에 금융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이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칼럼에서 자세히 언급하겠습니다). 세계가 중국에 코 꿰어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흔히들 중국을 세계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세계 경제성장의 약 50%를 끌어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지난 18년 동안 약 100배 증가했다는 것은 그 동력을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얘기도 됩니다. 우리가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극복한 것도,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탈출 할 수 있었던 것도 어느 정도 대중국 수출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대중 교역의존도 심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해서 문제점이 없다는 것은 더 더욱 아닙니다. 해결해야지요. 교역 대상을 다변화 해야합니다. 그렇다고 대중국 교역의 중요성을 낮춰서는 안됩니다. 그럴 수록 중국과의 교역은 더 키워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교역 구조를 뜯어 보지요. 대중국 수출 중 상당 부분은 현지 진출 기업(투자기업)이 한국 본사에서 부품을 수입하면서 발생합니다. ‘투자연동형’수출이지요. 베이징에 진출한 현대자동차가 핵심 부품을 한국에서 가져가는 식입니다. 이는 고부가 부품은 한국·일본·대만 등에서 만들고, 중국은 이를 조립해 수출(내수판매)하는 동아시아 분업의 한 단면입니다. 중국이 세계공장으로 부상하기 시작한 1990년대 형성되기 시작한 분업구조이지요. 실제로 우리나라 중국 수출의 70~80%는 중간재(부품·반재품)입니다.



우리나라가 이 분업구조의 한 축을 담당했고, 그게 수출 증가로 나타난 겁니다.



이를 가능케 했던 요인은 단 하나, ‘기술’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경쟁력이 중국 기업보다 높았기에 고부가 부품을 수출할 수 있었지요. 베이징현대자동차는 소나타를 만들 수 있는 엔진을 중국에서는 찾을 수 없으니까 본사에서 수입해 간 겁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상황이 낙관적인 것 만은 아닙니다. 자국 기업의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중국이 부품 수입을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국내 부품 수출에는 적신호입니다. 베이징현대의 경우 진출 초기 부품의 약 60%를 한국에서 수입해 갔으나 지금은 (엔진 포함)90%이상을 중국에서 자급한다는 게 이를 보여줍니다. 중국의 부품기술이 높아질 수록 우리의 대중국 수출은 줄어들 겁니다. 그 기술이 중국 자체 개발이던 외국 투자기업 기술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국 땅에서 일괄 생산이 가능하다(full-set공업구조)는 게 중요할 뿐입니다.







게다가 중국은 2002년 후진타오 체제 등장 이후 추진한 자주창신(自主創新)전략의 하나로 부품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철도를 만들고, 보잉과 에어버스에 뒤지지 않은 항공기를 만들고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입니다. 가전 기계 등 일부 분야에서는 우리 부품의 수출 감소를 우려해야 할 판입니다.



중국이 성장하면, 중국 내수시장이 확대되면 자연히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도 늘어날 것이라고요?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한 발 앞선 기술(서비스)이 없다면 중국시장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기술 없는 한국 기업과 협력하자고 할 중국 업체는 없습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기업도 기술력이 딸리면 '야반도주'를 해야할 판입니다.



무역의존도 심화를 걱정해야 한다고요?

저에게는 사치스러운 말로 들립니다.



우리의 기술력이 딸리고, 중국에서 팔 제품(서비스)이 없다면 대중국 수출은 그냥 줄어들 뿐입니다. 무역의존도가 아닌 ‘수출상품 부재’가 한·중 교역의 문제로 부각되는 날이 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 게 양국 교역구조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일은 변화하고 있는 중국 비즈니스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입니다. 중국의 기술 추격, 무역에서의 위안(元)화 결제, FTA 등 급변하고 있는 교역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교역의 양도 중요하지만 퀄리티(질)도 높여야 합니다. 핵심은 역시 한 발 앞선 기술입니다. 확보하고 지켜야 합니다. 양국간 외교 갈등이 경제적으로 파급되지 않도록 정부의 갈등 관리도 중요합니다. 그게 '위안화 무역결제=경제속국'이라고 생각하는 착한 우리 기업인들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무역협회 세미나는 파산 분위기였습니다. 나에게 질문을 던졌던 그 기업인과 어깨를 나란히 걸어 나왔지요. 그의 질문에 제가 답했습니다.



"무역 결제를 달러로 한다고 우리나라 경제가 미국에 편입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의 얼굴이 환해 집니다.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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