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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현역’ 두 원로 배우 기려 … 국가 지정 첫 실명(實名) 공연장





‘백성희·장민호 극장’ 문열다
두 주인공 개관기념 5분 모노드라마에 객석은 기립박수



장민호(오른쪽)씨의 나이가 한 살 위라 ‘장민호·백성희 극장’으로 하려 했다. 하지만 장씨가 “레이디 퍼스트다. 연극배우론 내가 후배”라고 해 백씨 이름이 앞에 오게 됐다. [김태성 기자]





때마침 하늘에선 눈이 내렸다. 초록빛 인조잔디 위 빨간색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 생에 정말 이런 날이 올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배우 손숙(66)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건 빨간 벽돌 위에 새겨진 선명한 글씨, 바로 백성희(85)·장민호(86)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27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서 ‘백성희·장민호 극장’ 개관식이 열렸다. 연극 무대에서 오롯이 60여 년을 쏟은 두 원로 배우의 이름을 딴 극장이 생겨난 것이다. 국가 주도로, 그것도 생존 인물을 기념하는 극장이 탄생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연극사에 새로운 페이지가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왕성한 현역 배우=장민호·백성희 두 배우는 한국 현대연극의 살아 있는 역사다. 두 사람이 같이 호흡을 맞춘 작품만도 300편이 넘는다.



 장씨는 백씨에 대해 “진짜 마누라보다 내 속을 더 잘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두 배우가 위대한 건 과거에 이름을 떨치다 한물간 배우가 아닌, 80대 중반의 고령에도 현재 왕성하게 활동 중인 현역 배우라는 점이다. 올 초 공연된 ‘둥둥 낙랑둥’에서도 녹슬지 않는 연기력을 과시했다. 백씨는 아직도 아침마다 요가를 할 정도로 건강 관리에 철저하다. “고스톱을 칠 때도 꼿꼿하게 앉아 있다”는 말을 들어 흔히 ‘꼿꼿성희’로 불린다. 장씨는 출연 배우 중 가장 먼저 대본을 놓아 ‘암기민호’라는 별칭도 얻었다.











 특정 인물의 이름을 딴 기관이나 시설은 국내에선 드물다. 2008년 동국대 안에 건립된 연출가 이해랑(1916~89) 예술극장이 유일하다. 반면 해외에선 위대한 예술가의 이름을 딴 극장이 흔하다. 러시아엔 푸시킨 기념극장, 막심 고리키 극장, 스타니슬랍스키 극장, 체호프 극장 등이 있다. 영국엔 로열 셰익스피어 극장, 올리비에 극장 등이 있다. 문화부 김영산 예술정책관은 "한국 예술이 기록과 축적의 문화를 쌓는 새로운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개관식의 하이라이트는 두 노배우의 극적인 등장이었다. 그들은 뻔한 인사말 대신 5분짜리 모노드라마를 했다. 장씨는 ‘파우스트’의 한 대목을 읊조리며 노배우의 깊은 회한을 그려냈다. 백씨는 시골 아낙네의 의상을 입고 나와 무대에 털썩 앉은 채 “너무도 무심하네”라며 울음을 쏟아냈다. 객석은 모두 기립했다.



 ◆“사회 어른이 대접받아야”=백성희·장민호 극장은 본래 기무사(옛 보안사) 수송대 부지에 들어섰다. 최대 400석이 가능한 가변식 공연장이다. 전체 면적은 7600㎡(약 2300평). 백성희·장민호 극장 이외에 소극장 하나와 연습실 두 군데, 국립극단 사무공간 등이 동시에 들어섰다. 리모델링에는 28억여원이 들어갔다.



 행사에 참여한 중견 배우 우상전씨는 “서울 한복판에 자리했던, 권위주의의 상징이던 군시설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백성희·장민호 극장의 건립은 단순히 연극계만의 일이 아니다. 너무 급격히 변해 그간 소홀했던 전통을 다시금 반추하는 계기이자 우리 사회의 어른과 원로를 조명하고 대우하는 첫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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