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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책임대국 중국’은 어디에







정용환
홍콩 특파원




한반도 정세를 다루는 홍콩의 신문과 방송 뉴스를 보다 보면 시점이 동북아에 고정된 그래픽 지도가 자주 등장한다. 지도에는 중국의 동북부 연안과 남중국해 일대, 한반도와 일본·대만이 꽉 차게 들어온다. 이 지도에선 서해가 흡사 육지에 둘러싸인 지중해(地中海)처럼 보인다. 특히 시점을 좀 더 홍콩 쪽으로 갖고 와 그린 지도에선 서해가 지중해처럼 보이는 효과가 더 두드러진다. 서해는 한·중이 접하고 있는 바다가 아니라 여러 나라의 이해가 교차하는 지리·정치학적인 바다라는 메시지가 읽혀진다. 중국의 민족주의 논자들이 미 항모 조지 워싱턴함의 서해 진입을 ‘만주사변에 이은 국치’라며 격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의 크기에 대한 이미지도 달라진다. 중국의 면적은 한반도의 43배다. 하지만 이 지도에선 네댓 배 정도 크기의 국가로 보인다. 어떤 신문의 그래픽에선 한반도 주변의 중국 노출 부분이 일본의 두 배 정도로 그려질 때도 있다.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14개국과 접경하는 대국 중국이 아니라 서해를 둘러싸고 인접국들과 경쟁하는 동북아 지역의 사이즈 좀 큰 나라라는 착시가 생길 정도다. 북한 문제와 서해 일원에서 일어나는 한국·일본과의 갈등 탓에 이런 느낌은 더 강해진다. 일전에 중국 정책 전망 세미나에서 만난 홍콩대학의 한 교수는 “한반도 격변은 대미(對美) 전략과 결부돼 있기 때문에 장기적 효과를 따지며 체면 차릴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김정일의 사망과 후계체제의 안착을 둘러싼 한반도 격변 시나리오는 중국이 특히 신경 쓰는 안보 사안 가운데 하나다. 서쪽의 티베트 정세도 달라이 라마가 서거할 경우 한바탕 소용돌이가 불가피하겠지만 중국은 ‘차이나 판첸 라마’를 준비하는 등 보험도 있기 때문에 사안의 경중이 다르다.



 올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동칠 때 우리는 중국의 책임 있는 대응을 기대했다. 국내 언론과 외교 당국은 중국이 ‘책임대국’ ‘G2(미국·중국)’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북한이 날뛰지 못하도록 고삐 좀 잡아달라는 국제 여론을 전달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국가의 위신 추락을 감수하며 북한을 감쌌다. 중국이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본다는 의미의 ‘중국 특색의 천안함·연평도 사건’이라도 있느냐고 질타해도 귀를 닫은 듯했다.



 그런 가운데 불법 조업한 중국 어선에 대한 주권적 합법 단속 사안마저도 주저 없이 힘을 과시해 눈앞의 자국 이익만 챙겼다. 올 한 해를 돌이켜볼 때 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전략을 짜는 나라가 아니라 동북아시아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한국·북한·일본·대만과 함께 치열하게 파이 경쟁을 하는 지역 파워라는 인상을 각인시켰다. 유서 깊은 문명국으로서 중국이 글로벌 경제력에 걸맞게 국제정치 무대에서도 책임대국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것은 난망한 일일까. 아니면 중국에 ‘전략적 인내’를 하며 중국적 문제 해결 방식의 실체가 무엇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할까. 새해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정용환 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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