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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실장에 대해 할 얘기 많지만 얘기 않겠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조현오 경찰청장









조현오(55·사진) 경찰청장만큼 화제를 뿌린 이는 많지 않다. 이력부터 그렇다. 정치외교학과(고려대)를 나와 외무고시에 합격, 외교부 사무관을 하다 경찰에 자원했다. 경찰 간부가 된 후론 다양한 인사실험으로 화제를 모았다. 경기(2009년)·서울경찰청장(2010년) 시절엔 “인사 청탁하는 사람은 공개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공개 발언으로 주목을 끌었다. 경찰청장이 돼 처음 한 경찰 인사(12월 2일)를 앞두고는 승진 대상자들의 고과 성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파격 행보는 논란을 낳았다. 서울청장 시절, 당시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은 “경찰을 지나친 실적위주 경쟁구도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 항명파동이 일기도 했다.



설화(舌禍)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8월엔 천안함 사건 유족들을 빗대 “동물처럼 울부짖고 있다”고 해 논란을 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거액 차명계좌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말해 노 전 대통령 유족과 노무현재단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변호사는 지난 20일 조 청장의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논쟁의 한가운데 있는 조 청장을 중앙SUNDAY가 만났다. 24일 경찰청장 집무실에서다. 계급장(치안총감, 큰 무궁화 4개) 달린 경찰제복을 입은 조 청장과의 인터뷰는 2시간을 넘겨 계속됐다.



*** 외교부 사무관 5년차 때 경찰 투신



-취임(8월 30일) 이후 7대 경찰개혁 과제를 내세웠는데 뭘, 어떻게 바꾸겠다는 겁니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게 친서민 경찰활동입니다. 예를 들어 교통경찰이다 하면, 그 존재이유가 뭡니까. 원활한 교통 소통과 사고예방이죠. 그런데 교통경찰을 평가할 때는 단속 건수를 갖고 합니다. 그러니 현장 경찰관은 교통 소통과 사고예방엔 관심이 없고 단속 건수 올리기에만 치중하는 거예요. 그게 잘못됐다는 겁니다. 서울청장 때 교통경찰 평가를 하면서 단속건수는 아예 보고하지 말라고 했어요. 대신 서울시내 주요 교차로 262군데의 출퇴근 시간대 교통 흐름을 주간·월간·분기별·연별로 평가하도록 했어요. 그랬더니 교통소통 속도가 전년 대비 30% 개선됐어요. ”



-말로는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경찰’이라지만 국민들 눈에 비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2008년 통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7개국인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캐나다·러시아와 비교하면 4대 범죄(살인·성폭행·강도·절도) 발생률이 우리나라가 5분의 1밖에 안 됩니다. 굉장히 치안이 안정돼 있어요. 외국여행 해보면 피부로 느끼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의 경찰처럼 유능하고 헌신적인 경찰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양질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왜 경찰이 제대로 된 평가와 인정을 받지 못합니까.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부패 비리 문제, 집회·시위 관리 때 무능하고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것, 무성의하고 불친절한 업무 행태, 일제 검문검색이나 음주단속같이 과도한 경찰력 행사, 인권침해나 가혹행위 등 때문이죠. 전 개별 경찰관의 문제라기보다 제도와 관행, 경찰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극복하지 않고선 경찰이 아무리 완벽에 가까운 치안상태를 유지하더라고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 겁니다.”



-경찰 개혁을 화두로 내세운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까.

“1990년에 경찰이 되고 나서 첫 근무지가 부산 금정서였어요. (동료가) 아들의 (학교) 생활환경조사서에 직업을 ‘공무원’이라고 적더라고요. 왜 ‘경찰’이라고 안 쓰느냐고 물어보니까 경찰관이라고 하면 애가 학교 가서 따돌림 받는다는 거예요.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몇몇 경찰관은 굉장히 성실하고 헌신적이에요. 제가 10년 가까이 외교부에 근무하면서 고시 출신이란 걸 잊고 살았는데 경찰에 오니까 고시 출신이란 이유로 주변으로부터 굉장히 존중을 받았어요. 경찰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라도 경찰에 기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한다.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는 조직은 성공한다. 공직사회는 더 그렇다. 인사가 잘되면 조직이 활력을 얻고 대국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 인사가 망가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공직 인사가 주목받는 이유다. 인사 청탁과 부조리는 경찰인사의 오랜 고질이었다. 승진·보직 인사 때 정치적 실세나 권력자를 통해 윗선에 줄을 대거나 청탁을 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런 관행에 제동을 건 게 조 청장이다. 하지만 지난 8월 국회 인사청문회 땐 “보직부탁을 한 사실이 있다. 공직생활의 오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 청장의 인사실험이 실제로 경찰을 바꿔놓고 있다고 느낍니까.

“느낍니다. 난 경찰에 들어오면서 계속 그렇게 인사를 해왔어요. 울산 남부서에서 첫 서장(98년 7월~2000년 1월)을 했는데 그때 보안을 유지하고 공개를 못하게 돼있는 인사규정을 어기고 공개적으로 인사평정위원회를 열었어요. 당시만 해도 경위 승진 때 서장이 추천하면 거의 승진이 됐어요. 경무·감찰계장 들어오게 하고 평점 잘 받고 싶으면 모두 들어와 자기가 어떻게 일해서, 어떤 성과를 거뒀다는 걸 얘기하라고 했어요. 과장들이 인사규정 안 지키면 처벌받는다고, 50명도 안 올 거라며 반대했지만 ‘내가 불이익 받고 처벌받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어요. 막상 위원회를 열자 50명을 다 채우고 추가로 의자 갖고 들어와 앉을 정도로 성황이었어요. 회의를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서열을 정해 결과를 인터넷에 올렸어요. 그리고 이 서열을 뒤집으려 하는 사람은 내가 직(職)을 걸고 가만 안 두겠다고 했어요. 당시 울산 남부서는 인사 때마다 잡음 끊이지 않는 복마전이었는데 인사 끝나고 나서 잡음이 전혀 없었어요.”



-2009년 국민권익위 평가에서 경찰이 꼴찌를 했습니다.

“38개 기관 중 38위를 했어요. 인사에서 꼴찌를 했어요.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인사 관련해서 돈 준 사람이 0.6%, 향응제공 1.0%, 돈이나 향응 제공하지 않으면 인사 제대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47.4%예요. 거기다 ‘빽’까지 동원하면 우리 조직원 100%가 일만 열심히 해선 제대로 승진하고, 가고 싶은 보직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이래 갖고선 조직 관리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또 이건 범죄행위잖습니까. 법 집행기관인 경찰이 다른 사람들이 승진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고 하면 구속시키고 형사입건하면서 자기들은 그렇게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비리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지자체나 교육과학기술부가 우리보다 청렴도가 높습니다. 청렴도가 떨어지는 우리가 지자체를 상대로 토착비리, 교과부를 상대로 수사하면 우리한테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습니까. 일부 경찰관 때문에 전체 경찰이 그런 것처럼 비춰지고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은 쳐내야 합니다.”



-직접 인사청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까.

“경찰서장 할 땐데 신문지에 500(만원) 정도를 싸갖고 왔어요. 형사입건시키겠다고 하니까 오히려 자기를 어떻게 보느냐, 내 돈은 깨끗하다고 화를 내더라고요. 자기 돈은 먹어도 괜찮다고. 내가 진짜로 감찰 부르고 형사과장 부르니까 그때 당황해서 나가더라고요. 바로 직무고발하고 구속시켜 버리려 했는데 과장들이 말렸어요. 소문이 쫙 퍼지니까 나한테 돈 갖다주는 게 없어졌어요. (경찰청장 되고 나서) 지방청장들이 귤·사과 이런 것 보내도 다 돌려보냅니다. 진심으로 하고 싶으면 청장 그만두고 나서 보내주면 그때 받겠다고 하고 돌려줘요.”



그는 부산 동래 출신이다. 부근에 동래경찰서가 있었다. 어릴 적 그는 “금테 모자 쓰고 제복 입은 경찰관들이 멋져 보여서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꿨다. 하지만 진로는 달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외무고시(15회)를 봤다. 그러다 외시 1년 선배인 허준영(전 경찰청장) 철도공사 사장이 경찰로 방향을 튼 것을 보고 어릴 적 꾸었던 경찰의 꿈을 실현한다.



“외교관 되면 국제회의 가서 국익을 위해 활동하고 이런 걸 생각했는데 외교부에 가니까 복사하고 심부름 다니고 하니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허준영 선배를 세종문화회관 길거리에서 만났는데 되게 부럽더라고요. 나도 경찰로 옮겨야겠다고 맘 먹었지요.”



-경찰 투신 20년 만에 경찰 최고봉에 올랐는데 비결이 뭡니까.

“운이 좋았죠. 총경까지는 일만 열심히 하면 할 수 있지만 경무관 승진은 안 그렇죠. 허준영 청장 아니면 어떻게 됐겠어요. 치안감 되면서부턴 그 사람 성격이 어떻다는 게 다 알려져서 필요한 자리에 인사가 됩니다. 경기청장 땐 쌍용차 노조 파업건을 처리하면서 노사관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집회시위 문화를 바꿨어요.”



-경찰청장 자리를 놓고 경합한 윤재옥 전 경기청장은 경찰대 1기입니다. 최근 서울청 소속 경찰대 1기 출신 총경들한테 수도권 전출을 독려하는 지침을 보낸 걸 놓고 비경찰대 출신인 조 청장이 경찰대 출신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가 있습니다.

“전 그렇게 옹졸하지 않습니다. 추호도 그런 생각 없습니다. 경찰의 핵심 역량으로 키워야 할 필요 때문에 경찰대가 생겼고, 양질의 우수한 자원을 한꺼번에 충원할 수 있었던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대 폐지론이 내부적으로 나돌고 있는 건, 나이 어린 사람이 상관이 돼 나이 많은 부하 직원들한테 함부로 한다, 1년에 120명씩 쏟아져 나오니까 전체 95% 이상 차지하는 순경 출신들도 다 대졸인데 경감 이상 승진하기도 어려워졌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찰대 출신들이 다른 대학 출신보다 국가관·공직관이 반듯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내 욕해도 덤덤한 공감능력 부족”



-노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의 진위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안 했는데 말실수를 한 겁니까.

“말실수라기보다 기동경찰 지휘요원을 대상으로 3월 31일 강의한 겁니다. 노동절, 5월 2일 촛불 2주기, 5·18,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두고 집회시위 관리를 잘해 달라고 얘기한 겁니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공개돼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그 부분에 대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 권양숙 여사님을 비롯한 가족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여러 번 되풀이해서 했고 지금도 같은 심정입니다. 진위 여부, 이런 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수거나 잘못된 정보에 의한 발언은 아니라고 믿고 계신 거네요.

“그게 아니라, 내가 (말)하면 큰 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



-문재인 전 실장이 1인시위를 했는데요.

“거기에 대해, 문 실장에 대해 할 얘기가 많지만 얘기 않겠습니다.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내용이 있더라고요.(※문 전 실장은 12월22일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명계좌가 터무니없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조 청장도 그건 시인하고 있는 상황 아니냐. 그 말을 인정하면 자리 보전이 어려우니까 그러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거기에 대해 할 얘기가 많지만 이야기를 않겠습니다. 이야기하면 더 큰 논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이야기 않겠습니다.… 안 그러면 가까운 장래에도 본의 아니게 이야기할 그런 경우가 있을는지는 몰라도 순조롭게 모든 게 진행된다면 이야기를 않을 생각입니다.”



-유족을 찾아가서 사과하겠다고 했는데요.

“그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과를 하려면 찾아가지 않고서 어떻게 사과가 될 수 있겠어요.”



조 청장은 전화기를 들어 커피를 가져다 달라고 주문했다. 대화는 끊어졌다. 잠시 후 직원이 커피잔을 들고 들어왔다.



화제를 돌렸다. 격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느냐고 하자 등산과 독서로 푼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덜 느껴요. 인사 청문회 앞두고 내 욕하고 비난하는 거 보면서도 참 덤덤하게 받아들였어요. 와이프한테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공감능력 부족이다’고 말했어요. 그렇지만 책임지기 싫어 비겁하게 행동한다, 정의롭지 못하다 이런 데는 굉장히 흥분해요. 그럴 땐 고함 지르고 화를 내죠.”



이정민 기자 jm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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