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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길 찾자는 데 왜 막장 국회처럼 싸움질이야”

하늘님은 툭하면 기상대이변을 일으켰다. 대폭설에, 대홍수에, 살인적인 폭염과 추위에, 태풍에, 화산폭발에, 대화재에. 날지도 못하고 헤엄도 못 치는 땅짐승들이 가장 많이 다치고 죽었다.

新토끼뎐 희망을 쟁취하라

기상대이변에 대하여 쥐는 “기후는 원래 변덕쟁이, 그냥 그런 거!”라고 말했고, 여우는 “우리가 자연을 좀 파괴했나? 이건 자연의 보복!”이라고 말했고, 곰은 “지구의 종말이 다가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제 의견은 무조건 옳고 다른 의견은 무조건 틀리다는 식으로 말했기 때문에, 토론다운 토론이 될 수 없었다. 세 동물의 막장토론은 결국 격투기로 바뀌었다.
그때까지 있는 듯 없는 듯 잠자코 있던 토끼가 으르렁댔다. “여기가 대한민국 막장국회냐? 너희들 싸움질하라고 돈 걷어줬어? 그래도 우리가 배운 놈들 아니냐. 못 배운 동물들이 세금 꼬박꼬박 떼이면서 우리 배운 것들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야. 이렇게 어려울 때 해결책을 찾아달라는 거. 모두가 살 길을 제시해 달라는 거. 근데 싸움질을 해? 죽을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저 많은 동물들의 눈과 귀 앞에 부끄럽지도 않냐? 지금 중요한 건, 기상대이변의 원인이 아니라, 대책이다, 대책! 비판만 하지 말고 대책을 내놓아야지.”

쥐와 여우와 곰이 입을 모아 외쳤다. “우리는 비판하는 것만 배웠어.”
호랑이가 이기죽댔다. “토끼, 너도 토론자잖아? 여태 한 마디도 않더니, 문득 성희롱표 보온병 포탄, 완전 고철 만드는 소릴 하네. 무슨 대책이라도 있어?”

토끼가 자신감 넘치게 주워섬겼다. “물론 대책이 있지요. 기상대이변은, 그냥 그런 것이기도 하고 자연의 보복이기도 하고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서이기도 해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하늘님의 노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아니고, 하늘에 계신 분! 하늘님께서 열 받으셔서 불벼락을 내리신 거라고요.”
여러 동물이 합창하듯 말했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토끼가 여우처럼 웃었다. “물론 우리는 잘못이 없지. 우리는 그저 열심히 산 것일 뿐. 열심히 살다보면, 물고기와 싸울 수도 있고 날짐승의 영역을 침범할 수도 있지. 뭐, 인간은 자기네들 열심히 살려면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이왕이면 깨끗한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불쌍한 소, 돼지 막 죽이잖아. 구제역 안 걸려도 그냥 죽여요. 의심만 받아도 죽이고, 의심받는 차가 들렀다 가기만 해도 죽이고, 이거 뭐 다 죽이자는 거 아냐?”

토끼의 여우웃음에 기분이 나빠진 여우가 초들었다. “하늘님이 구제역을 퍼트리기라도 한다는 거야?”

“통치자인 하늘님은, 통치받는 것들이 싸우는 걸 너무 싫어하셔. 특히 가난뱅이들이 부자들한테 대드는 거, 권력 없는 애들이 권력 있는 애들한테 개개는 거, 이런 거 싫어하셔. 왜냐? 시끄럽거든. 피곤하거든. 그래서 딴에는 공정하게 공권력을 사용했지. 하지만 공권력이 공정하면 뭘 하나. 부자들과 권력 있는 애들은 별로 다칠 게 없거든. 걔들한테 벌금 몇 푼이 뭐 대수겠어. 근데 가난뱅이와 권력 없는 애들은 벌금 몇 푼에 바로 쪽박 차고 길거리로 나앉는 거야. 이게 공정이래, 으하핫! 사실 땅짐승 물고기 날짐승 모두에게 공정히 불벼락을 내리셨지. 하지만 우리는 날 수도 없고 헤엄도 못 치는 한심한 것들이기에 가장 많이 죽고 다칠 수밖에 없었지. 이게 공정이래. 으하핫, 하늘님은 참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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