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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강한 구제역 바이러스 강추위 속 전방위로 번져

명품 한우의 고장인 강원도 횡성에 이어 중부전선 최전방 지역인 철원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방역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최전방 철원도 뚫렸다

강원도는 25일 “철원군 동송읍 관우리 김모씨의 한우농가에서 기르는 한우 280마리 중 두 마리가 구제역 증상을 보임에 따라 24일 국립과학수의검역원에서 정밀검사를 했다”며 “그 결과가 오늘 나왔는데 구제역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강원도에선 횡성 3곳과 대화·화천·춘천·원주·철원 각 1곳 등 모두 6개 시·군 8개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철원은 돼지 12만여 마리, 소 1만2000여 마리 등 모두 13만6000여 마리의 우제류를 사육 중인 도내 최대 축산단지다.

크리스마스인 이날 경북 안동과 예천, 경기 파주·고양·연천 등 5개 지역의 소 13만3000여 마리에 대한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이 일제히 시작됐다.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안동은 전 지역, 나머지 지역은 구제역 발생농가를 중심으로 10㎞ 이내의 한우가 접종대상이다.

접종은 앞으로 열흘간 계속된다. 마지막 예방 백신 접종 2주 뒤부터 정밀검사를 해 구제역에 걸리지 않았다고 확인되면 도축장 출하 및 거래가 가능하다.

이번 구제역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피해 규모도 역대 최대다. 2000년 3월 구제역 때 살처분한 우제류(발굽이 두 개인 동물)는 2116마리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32만4000여 마리다. 불과 10년 만에 살처분 우제류 숫자가 153배가 됐다. 2002년 16만 마리와 비교해도 두 배 수준이다. 이런 반갑지 않은 기록이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초동 대응이 늦었고 확산을 막기 위한 기본 수칙을 지키지 않은 점이 우선 꼽힌다.

박봉균(53)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달 23일 경북 안동에서 돼지가 많이 죽었을 때 신고나 진단이 적기에 안 되고 29일에서야 구제역 진단이 내려졌다”며 “(방역 당국의) 초기 진단이 늦은 게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소장수’로 불리는 한우 수집상이 소의 상태를 점검하려고 입을 만진 후 여러 농장을 왕래한 것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박 교수는 분석했다.

김순재(78) 건국대 수의학과 대우교수도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 구제역 바이러스는 이미 공기 중에 배출이 된 상태”라며 “그럼에도 동물·가축의 유통, 사료 및 분뇨차의 왕래, 상인들의 가축 매매를 중단시키지 않고 평상시대로 놔둔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역학 조사에서 분뇨차가 안동에서 경기 지역으로 구제역을 옮기고 다시 가축 관련 차량이 횡성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겨울철’이라는 시기적 요인도 피해를 키웠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열에는 약하고 추위에 강하다. 겨울철에 전파력이 여름철에 비해 세진다는 것이다. 얼어도 동면 상태로 존재하다가 추위가 풀리면 다시 활동하는 특성이 있다. 한파가 겹쳐 소독 및 방역 작업에도 어려움이 컸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이날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돼지는 빼고 소에게만 접종을 하기로 한 이유는 뭘까. 돼지는 구제역 바이러스 증식과 배출량이 소보다 3000배가 더 많지만 전파 속도는 호흡량이 많은 소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소부터 백신을 접종, 구제역 전파 속도를 늦춰 보겠다는 계산이다.

국내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구제역에 걸린 가축에 대한 처리는 살처분이 원칙이다. 살처분으로 구제역을 막으면 3개월 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신청할 수 있다. 그래야 가축 수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하게 되면 구제역을 퇴치하고 6개월이 지나야 신청이 가능하다. 일부 축산 농가가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이유다.

김순재 교수는 “살처분 정책이 최선의 방역 체계지만 가축 도축 수가 많아지면서 장비와 인력은 물론이고 매몰장소가 턱없이 부족해 야산에 묻는 경우도 생겼다”며 “이 과정에서 구제역이 더 퍼질 우려가 있어 백신 투약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살처분 보상비가 크게 늘어나는 점도 작용했다. 조우형 횡성군청 축산과장은 “백신접종을 한 소는 고기·우유를 먹어도 인체에는 전혀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 접종은 접종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백신을 맞은 가축은 구제역이 발병을 안 할 뿐이지 구제역 바이러스 보균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백신을 맞더라도 항체가 약하게 형성되면 구제역에 가볍게 걸린 상태가 된다. 하지만 쉽게 적발하기 어려운 게 문제다. 백신을 맞은 가축을 신속히 도축해야 하는 이유다. 이는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는 데도 필요한 조건이다. 김 교수는 “백신을 맞은 소나 돼지는 도축하기 전까지 지역 간 이동을 제한하고 지속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등의 철저한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구제역 방지 대책에 대해 박 교수는 축산 방역에 대한 인프라를 총체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구제역은 2000, 2002년 상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당시에 비해 지금은 산업구조가 바뀌고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된 만큼 새로운 방역 체계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가 담당하는 방역정책을 중앙집권적으로 바꿔 국가방역청 등을 만들고 ▶구제역 발생 시 가축 이동 허가제 및 수집상과 판매상 이동 제한제를 실시할 것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구제역 바이러스를 들여온 것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킨 것도 결국은 사람이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체”라며 “축산 농장주들이 가축에게 이상 증상이 발견되면 미적거리지 말고 즉시 신고를 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살처분과 백신 접종의 동시 처방으로 조만간 구제역 바이러스 확산을 중지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축산농가들이 철저하게 소독을 하고 대비를 하는 데다 전체적으로도 발생 건수가 줄고 있어 다음 주가 고비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 수의사는 “애완견 등 작은 동물 치료 전문 수의사는 많은데 소나 돼지 등 큰 동물을 연구하는 수의사들은 돈벌이가 안 돼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외국처럼 국가안보 차원에서 큰 동물 전문가를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제역 발생 이후에도 쇠고기와 돼지고기 소비자 가격은 크게 변동이 없다. 소의 경우 살처분한 두수가 사육 두수의 1.6%이고 돼지는 2.8%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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