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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연주와 문학·철학·요리 …골프 관두면 어디로 튈지 나도 몰라

김인경은 골프 못잖게 기타 연주 솜씨도 뛰어나다. 비틀스의‘블랙버드’를 똑같이 연주할 정도다. [JNA 제공
여자 골프 세계랭킹과 LPGA 투어 상금랭킹 7위인 김인경(22)은 손바닥은 물론 손가락 끝에도 굳은살이 박여 있다. 골프 스윙연습 틈틈이 기타를 연주하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 비틀스의 블랙버드(blackbird)다. 부러진 날개로 날아오르려는 검은 새의 슬픔과 의지에 대한 노래다.

LPGA의 ‘4차원 소녀’ 김인경

“요즘 20대는 비틀스를 좋아하지 않는데 평범하지 않다”고 했더니 김인경은 “투어에서 내 별명이 4차원이거든요”라며 웃었다. 그는 비틀스 매니어다. “최근 어떤 잡지에서 비틀스 명곡 100곡을 선정했는데 그중 95곡이 아는 노래더라”고 김인경은 말했다. 비틀스 팬 중에서도 평범하지 않다. 그는 존 레넌이 아니라 폴 매카트니를 좋아한다. “실험정신이 좀 덜 했는지는 모르지만 희망을 노래했고 음색이 더 아름답고, 아직 살아 있잖아요. 살아 있다는 것은 중요해요. 레넌은 일찍 세상을 떠나서 신비감이 좀 더해지지 않을까요.”

동료들이 4차원이라고 할 만하다. 프랑스에 가서 제대로 된 요리를 시키고 싶어 프랑스어도 배우고 있다. 골프 치는 데 프랑스어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다른 선수들이 안다면 “네 볼이나 쳐”라고 했을 것이다. 책도 많이 읽는다.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 와서 대형서점을 훑어 책을 한 보따리 샀다. 그는 감명 깊게 읽은 책 배움의 기술의 저자 조시 웨이츠킨에게 e-메일을 보냈고 그가 사는 뉴욕에 갈 일이 있으면 만나기로 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관심이 많다. 김인경은 “철학이나 문학을 배우고 싶고, 작가가 되고 싶다”며 “정말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독특한 면이 많았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심이 커 쓸데없이 켜져 있는 불은 다 끄고 다녔다고 한다. 한영외고를 다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을 갈 때 따라온다는 부모님에게 “혼자 가야 미국 문화도 배울 수 있고 대선수가 된다”며 만류할 정도로 씩씩했다. 2006년 말 LPGA 투어 Q스쿨에서 1위를 했는데 “첫 상금은 LPGA 정규대회에서 받겠다”면서 상금 5000달러를 화끈하게 기부해 버렸다.

그의 집은 가난하지는 않지만 부자도 아니다. 그의 유학 비용을 대느라 고생한 아버지 김철진(58)씨는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 내복이라도 사준다던데 약간 서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그러나 쓸 때는 확실하게 써야 한다고 여겼다고 한다.

신인이던 2007년 김인경은 ‘울지 않는 소녀’가 되어 유명세를 탔다. 웨그먼스 LPGA에서 2홀을 남기고 3타를 앞서다 오초아에게 역전패를 당했을 때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김인경은 “지금 울 수 있지만 나는 울지 않겠다. 나는 랭킹 1위 선수와 잘 싸웠고 경험을 얻었다. 이 경험으로 인해 더 밝은 미래를 봤다. 올해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나의 많은 우승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널리즘 교과서에는 기자는 기자회견장에서 냉정해야 하고 인터뷰 대상자에게 박수를 쳐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미국 기자들은 19세 소녀에게 박수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은 그렇게 하고 박수를 받긴 했지만 역전패로 첫 우승을 날린 기억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김인경은 오초아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 생각했다. 3년여가 지난 지난달 김인경은 그 빚을 갚았다.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고는 상금 전액 22만 달러(약 2억5000만원)를 기부한 것이다. 반은 오초아재단에 나머지 절반은 미국에 내기로 했다. 김인경은 “오초아가 ‘너 정말 우리 재단에 기부하는 것 맞느냐’고 몇 번을 물어보더라”며 웃었다. 김인경은 “오초아가 불우 어린이들을 돌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옛날 역전패 기억 같은 것은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자상한 한국인 김인경의 이야기가 멕시코에 대서특필됐고 오초아와 그의 오빠는 김인경에게 편지를 보내 “진정으로 감사한다. 멕시코에 너의 집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라”며 고마워했다.

김인경이 골프 밖의 것에 정신이 팔려 있는 것은 아니다. 김인경은 세계 랭킹 1위가 되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 어울려 다니면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까워 다른 선수들과 별로 친하지 않다. 미디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안니카 소렌스탐의 가방을 멨던 테리 맥나라마를 캐디로 쓰고 있다.

동갑내기이자 세리 키즈로 불리는 신지애·최나연 등이 최고 자리에 올라갔기 때문에 라이벌 의식도 느낀다. 김인경은 드라이버 거리가 244야드로 최나연(252야드)과 신지애(237야드)의 중간이다. 페어웨이 적중률이 75.6%로 매우 높다. 김인경의 진짜 무기는 아이언이다. 그린 적중률이 72.9%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김송희에 이어 LPGA 투어 3위다. 그린 적중률은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다. 성적과 직결된다. 최경주는 “드라이버 멀리 치는 선수는 신경 쓰지 않는데 아이언이 정확한 선수는 무섭다”고 말했다.

김인경은 아이언을 신지애나 최나연처럼 똑바로 치지 않는다. 여자 선수 중에는 드물게 페이드와 드로, 저탄도와 고탄도 샷을 구사하는 선수다. 김인경은 “드라이버 거리가 긴 편은 아니어서 롱아이언으로 딱딱한 그린에 공을 세우려 기술 샷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기술 샷으로 김인경은 “라운드당 8번 정도 버디 찬스를 잡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퍼트가 좋지 않았다. 올해 라운드 평균 29.9개를 쳐 55위다. 신지애(그린 적중률 68.7%·30위)와 비교해서 김인경은 그린 적중률도 높고 핀에 가까이 붙이는데 라운드당 평균 1.1개의 퍼트를 더 했다. 김인경은 “연습 시간의 80%를 퍼트에 쓴다”고 말했다.

승부욕이 강한 김인경은 코스에서 마음대로 안 되면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싸움닭처럼 지기 싫었어요. 올해 US여자오픈에서 3등을 했는데 우승을 못한 것이 억울하고 속이 상했어요. 페테르센이나 미셸 위 같은 장타자들보다 드라이버 거리가 적게 나가는 것에도 스트레스를 받았죠. 브리티시 여자오픈 2라운드 오후 조에서 경기했는데 엄청난 비바람이 불어 같은 조에선 대부분 컷 통과에 실패했죠. 결국 3등을 했는데 비바람이 아니었다면 반드시 우승할 수 있었고 우승을 꼭 해야 했기 때문에 화가 치밀었어요. 나를 괴롭히다가 깨닫게 됐죠. 결국 이것은 운명이다. 내가 경기할 때 바람이 부는 것도, 키가 크지 않은 것도 내 운명이다.” 요즘은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를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고 결과는 그냥 따라 오는 것이라고 여겨요. 결과에 집착하면 되는 일이 없어요. 만약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과정이 좋지 않았던 것이고 과정을 바꿔서 다시 하면 되는 것이죠.
제 단점이 욕심이 많아 뭐든지 빨리 끝내고 다음 것을 하려고 서둘렀어요. 빨리 가려다 사소한 것을 챙기지 못했는데 그 작은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알았죠. 나를 잘 분석하고 깊게 파악해야 하고 섬세하게 챙겨야 한다. 다른 사람을 쫓아가려 하지 말고 나의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죠.”

2006년 그는 “5년 후 1위가 되겠다”고 했다. 내년이다. 지금 추세로 보면 충분히 가능하다. 내년엔 자선 재단도 만들 생각이다. 장기적 목표는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것이다. 그러나 골프만 하기엔 이 스물두 살 소녀의 생각은 너무나 다양하다. “후반전요? 멋있죠. 골프에서 목표를 이룬 다음 전반전과 아주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나를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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