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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부드럽게, 따뜻하게 … 말러에 취한 마에스트로

“softer and warm(좀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마에스트로는 이 말을 반복했다. 거칠고 건조했던 첼로와 비올라 합주는 조금씩 다듬어져 치밀하고 투명한 소리로 변해갔다. 말러 교향곡 3번 마지막 악장의 첫 부분이다. 곡조는 평온하면서도 가슴 아린 황혼의 정경을 떠올리게 했다. 칼바람이 몰아친 24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의 서울시향 연습실에서 예술감독 정명훈은 거대한 음향 덩어리를 익숙한 솜씨로 해체·조립하고 있었다. 베토벤과 브람스의 교향곡 전곡 연주로 단원들의 기량은 고도로 숙련된 상태지만 새로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음표 하나하나마다 재해석이 필요하다.

탄생 150주년 맞아 열풍 서울시향 29~30일 공연

올해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탄생 150주년이다. 내년은 서거 100년이 된다. 말러 열풍이 세계 공연계를 휩쓸고 있는 이유다. 서울시향도 지난 8월 26일 2번을 시작으로 교향곡 전곡 연주 대장정에 나서 10월에 10번, 11월에 1번을 거쳐 오는 30일 3번 연주를 앞두고 있다. 시향 측은 30일 연주회(예술의전당) 티켓이 일찌감치 동나자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송년음악회로 특별공연을 하기로 했다.

말러의 음악은 작곡가가 사망한 뒤 반세기 동안은 잘 연주되지 않았다. 지루하고 진부한 음악으로 대접받았다. 오늘날처럼 세계의 유명 교향악단들이 다투어 연주하고 음반을 발표하게 된 데는 미국 출신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의 공이 크다. 뉴욕 필하모닉을 거쳐 빈 필하모닉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한 번스타인은 말러의 전도사가 되어 그의 음악을 끊임없이 들려주었고 세상 사람들은 비로소 말러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한국에서 말러의 음악은 최근까지도 생소한 것이었다. 바흐나 베토벤·모차르트와 달리 한국의 음악 교과서는 말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고전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말러는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가일 뿐이었다. 이런 형편에서 임헌정이 이끄는 부천시향이 1999년부터 4년에 걸쳐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나선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국내에 말러 열풍이 본격적으로 일었다. ‘말러리안’, 즉 말러 광팬들이 생긴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들은 모임을 만들고 악보를 연구하는 한편 연주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지휘자에게 전달하기까지 한다. 중독성 강한 말러 음악의 한 단면이다.

교향곡 3번은 대곡이다. 말러는 “내게 있어서 교향곡이란 작곡가가 발휘할 수 있는 기술적인 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는 일”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은 3번을 두고 한 말이다. 전체 6악장으로 성악까지 포함되며 연주에 약 100분이 걸린다. 정 감독의 이번 연주에는 오케스트라 128명, 합창단 80명이 무대에 오른다. 솔로 메조 소프라노는 2002년 캐슬린 페리어 상을 받은 스코틀랜드 태생의 캐런 카길이 온다.

정명훈 감독의 1번과 2번 연주는 호평을 받았다. ‘말러 전문가’ 김문경씨는 “어느 순간 정명훈이 혹 말러의 아바타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정 감독 자신도 “생각보다 빠르게 아시아 최고 수준, 일본 수준으로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야 한다”며 남은 연주회 준비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엔 교향곡 4, 5, 6, 7, 9, 8번이 차례로 무대에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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