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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일 함장과 타블로에게 위로를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박경덕 칼럼

지난 22일 오후 5호선 전철을 탔다. 드문드문 빈자리가 있는 한가로운 오후의 전철이었다.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쳐 들려다 문득 맞은 편 자리에서 잠든 해병을 발견했다. 검은색 바탕에 빨간 해병대 문장이 있는 더플백을 안고 머리를 푹 수그린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팔각으로 각 잡은 모자 앞 부분에는 예비군 마크가 붙어 있었다. 오늘 전역해 귀가하는 해병 같았다. 순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전사한 서정우 하사가 생각났다. 같은 해병인 데다 서 하사가 전사할 당시 제대를 얼마 남겨두지 않았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어쩌면 서 하사를 잘 아는 입대 동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그 예상이 맞았다.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를 인터뷰한 기사 속에 서 하사가 전사하지 않았다면 22일이 만기제대하는 날이라는 대목이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잠든 해병에게 ‘참 수고 많았다. 잠깐만이라도 푹 쉬라’는 위로의 말을 마음속으로 건네고 전철에서 내렸다.



올 한 해도 다 갔다. 이번 주 토요일이면 새해가 시작된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이다. 2010년을 보내기 전에 그들의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줘야 한다.



우선 천안함 폭침 사건 때문에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 그 한가운데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중령이 있다. 최 중령은 침몰된 천안함의 함장으로 국방부 검찰단으로부터 전투준비 태만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기소는 면했지만 징계위에 회부돼 징계유예 처분을 받았다. 징계유예 처분은 6개월이 지나면 징계효력이 사라진다. 대신 경고장을 받고 군 인사 카드에 관련 기록이 남는다.



최원일 중령은 자신이 지휘하던 함정과 생때같은 부하들을 잃었다. 게다가 불명예 기록을 가슴에 새기는 ‘자자형(刺字刑)’까지 받았다.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는 군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형벌이 아닐 수 없다. 군인의 실수는 있어선 안 되겠지만 군인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방부 결정에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최 중령은 한파가 몰아닥친 24일 오전 천안함 침몰 사고 희생장병들이 묻힌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과 함께 ‘46용사 특별묘역’을 둘러봤다. 묘비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며 무릎 꿇고 고인들의 희생을 애도했다. 최 중령은 “지난 9개월간 먼저 간 전우들을 한시도 잊은 적 없다”며 “만약 적이 다시 도발한다면 강력히 응징해 백배, 천배의 고통을 되돌려 주겠다”고 다짐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중의 아픔을 딛고 최 중령은 다시 일어섰다. 그는 먼저 간 부하들의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최 중령을 도와줘야 한다. 그가 자신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불어넣어줘야 한다. 그러자면 그의 마음속 상처부터 치료해줘야 한다. 그에게 위로가 필요한 이유다. 최 중령을 위로하는 것은 비명에 간 천안함 46용사와 그 가족·친지를 위로하는 일이기도 하다.



또 한 사람이 있다. 가수 타블로(본명 이선웅)다. 그는 1년 넘게 이어진 학력위조 논란에 지금 만신창이가 돼 쓰러져 있다.



그의 불행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스탠퍼드대 졸업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타블로의 이름이 없다’는 한 누리꾼의 주장이 불씨였다. 타블로는 그동안 결백을 주장했지만,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답답한 나머지 방송사 제작진과 함께 직접 스탠퍼드대를 찾아가 졸업을 증명해 보이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결국 올 10월 경찰이 직접 타블로의 졸업 사실을 확인해 발표하기까지 논란이 1년 가까이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타블로는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다. 박호상 서초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은 “타블로가 9월 첫 경찰 조사에서 ‘내가 죽어야 이 모든 게 다 끝난다’고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타블로는 당분간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 역시 누구보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다. 모든 국민이 그가 다시 웃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올 한 해도 많은 사람이 인터넷에서 근거 없는 중상모략에 시달렸다.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은 사람도 있다. 타블로를 위로하는 일은 인터넷 세상에서 상처 입고 고통받은 모든 사람을 위로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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