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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데이

공휴일인 성탄절이 올해는 토요일이라고 아쉬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ㆍ중국ㆍ일본의 동양 삼국에서 이날이 공휴일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1949년 6월에 지정됐으니 60년 넘게 쇠고 있다. 동아시아에선 서구 식민지 경험이 있는 홍콩과 마카오 지역에서만 휴일이다. 영국과 영연방 국가 대부분에선 성탄절과 다음 날도 쉰다. ‘복싱데이(boxing day)’라고 한다. 홍콩·마카오도 쉰다. 중국으로 반환된 뒤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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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복싱이란 상자를 뜻하는 박스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유래는 명확하지 않은데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우선, 영주나 상인이 성탄절에 파티를 준비한다고 수고한 농민이나 일꾼들에게 보너스 개념으로 음식, 의류, 농기구나 동전을 나눠준 데서 비롯한다는 설이 있다. 교회에서 헌금이 들어 있는 상자를 열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준 것이 기원이라는 주장도 있다. 성탄 우편물 때문에 더 바빴을 우체부가 성탄절 다음 날 집에 배달차 찾아오면 작은 선물 상자를 선사해 위로한 것이 유래라고도 한다.

어떤 게 정확한 유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남을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지주가 땅을 가꿔준 농민에게 베풀고, 상인이 수고한 일꾼에게 선물을 돌리고, 교회가 지역 주민 가운데 가난하고 낮은 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우편 서비스를 받은 주민들이 추위 속에 배달하러 다니는 우편배달부를 위로하는 것은 공동체와 종교 생활 모두에서 중요한 일이다. 한국에서 성탄절을 앞두고 불우이웃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는 이슬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이 끝난 직후 사흘간 벌어지는 축제가 그것이다. 1년에 한 달씩 해가 떠있는 시간에는 단식을 하는 라마단의 종료 축제다. 에이드 울피트르(‘에이드 알피트르’ 또는 ‘이드 알피트르’라고도 함:줄임말은 에이드)라고 부른다. 라마단 기간 중 낮 시간 단식으로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이를 마감하는 사흘간의 축제 동안에는 수많은 가축을 도살해 영양가 있는 고기 음식을 풍성하게 즐긴다.

그런데 그 축제에는 의무와 조건이 있다. 가장은 모든 가족이 고루 축제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비용을 마련할 의무가 있다. 그래서 평소 열심히 일하든지, 인간 관계를 잘해서 부자 친척에게 돈을 얻어내든지, 어떻게든 그 비용을 만들어야 한다. 부자는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에게 음식을 나눠줘 함께 축제를 즐기게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 이런 의무를 충족한 다음엔 가난한 사람을 포함해 공동체 내 모든 사람이 함께 즐겨야 한다는 게 이 축제의 존재 조건이다. 에이드 울피트르 축제를 하는 사흘의 기간은 무슬림(이슬람교도) 국가에선 공휴일이다. 올해는 9월 10일, 내년에는 8월 31일부터 사흘간이다.

종교 축일은 그 행사 자체만으로도 성스럽지만 뒷마무리도 중요하다. 기독교나 이슬람이 세계 종교로 발전한 것은 이렇게 이웃과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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