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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서 품위 지키려면

대도시 2000가구를 대상으로 올해 노후생활비를 조사해보니 월 213만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가구당 준비액은 137만원밖에 안 된다 (삼성생명 10월 조사 결과). 40~50대 베이비 부머들이 준비해 놓은 노후자금은 만성 적자다. 경제난과 고용불안으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진다.

서울의 중소기업에 다니는 51세의 박모 이사. 언제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자녀들이 대학을 다니고 있어 별다른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박 이사는 지난여름 어느 금융회사가 추산한 자신의 노후자금 규모를 보고 깜짝 놀랐다. 60세에 은퇴해 월 생활비로 25년간, 200만원씩 쓸 경우 총 4억원쯤 필요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와서다(물가상승률 3%, 투자수익률 4% 가정). 하지만 어느 정도 품격 있는 노후생활을 위해선 월 300만원가량이 필요하다. 그럴 경우 노후생활비는 총 5억4000만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박 이사의 보유 자산은 아파트(시가 4억5000만원)와 금융자산(1억2000만원) 등 5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자녀들의 대학 교육과 결혼까지 감안하면 이 정도로 자신이 꿈꾸는 노후생활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박 이사의 사례는 은퇴를 앞둔 우리나라 베이비 부머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자산 규모가 노후자금에 턱없이 못 미칠뿐더러 그 역시 대부분 부동산에 잠겨 있다. 또한 50대 중반 무렵 자녀들에 대한 목돈 지출이 예상되는 반면 직장을 그만둬야 돼 근로소득이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 박 이사는 만 63세가 넘어야 국민연금공단에서 월 130만원가량의 노령연금을 탈 수 있다. 당연히 지출을 줄이고 소득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처지다. 박 이사의 해법은 무엇일까.

첫째, 은퇴생활 비용을 좀 더 확보해야 한다. 은퇴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부부용 생활비, 남편 사망 후 10여 년간의 부인용 생활비, 부부용 간병비용, 취미 생활용 자금, 상속세 등으로 구성된다. 자금 규모가 부담스럽다면 자녀 교육·결혼 비용과 같이 덩치 큰 항목은 자녀들과 합의해서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또한 자동차를 처분하고, 불필요한 경조사 비용을 줄이고, 아파트 평수를 줄여 씀씀이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둘째, 연금과 보험 용도를 다시 해석해 봐야 한다. 박 이사가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만 60세까지 보험료를 계속 낸 뒤 만 63세가 되어야 한다. 별다른 노후 준비가 없는 베이비 부머에게 국민연금의 의미는 작지 않다. 기존의 국민연금을 잘 유지하는 한편 그것으로 충당되지 못한 플러스 알파 부분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연금이나 변액연금과 같은 연금상품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종신보험의 경우 남편(가입자) 사망 시 지급되는 보험금은 부인의 노후 생활자금으로 안배될 수 있다.

셋째, 은퇴 후 생활상을 잘 조절해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값비싼 아파트를 매각한 뒤 교외 아파트나 전원형 실버타운으로 옮기면 적어도 현재 집값의 절반가량을 현금화해 은퇴비용에 보탤 수 있고 생활비도 절약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요즘 서울 근교의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너무 돈에만 초점을 맞춰 은퇴계획을 세우는 것도 곤란하다. 자금사정이 빠듯한 살림에서 노후자금을 완벽하게 준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퇴 후에도 뭔가를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자산관리, 인생스타일, 자녀관계, 삶의 마감방법 등을 주제로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자. 은퇴 설계는 결코 돈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돈 없는 노후생활도 불행하지만 외롭고 지루하고 의미 없는 생활 역시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우재룡 연세대 경영학박사(투자론). 한국펀드평가사장, 동양종합금융증권 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행복한 은퇴설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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