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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당신의 자랑거리는 무엇

‘디시인사이드’는 본래 디지털카메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였다. 정치·예능·게임 등 여러 주제를 다루는 게시판이 더해지면서 자유로운 형식과 내용으로 네티즌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뷁’ ‘아햏햏’ 등 듣지도 보지도 못한 유행어를 만들고 성역 없는 패러디들을 양산하면서 인터넷 문화와 트렌드의 진원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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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엔 ‘덕후(오타쿠의 한국어식 말. 병적으로 뭔가에 빠져 있는 사람)’ ‘잉여(쓸모없다는 뜻)’라 불리는 ‘갤러’들이 있다. ‘갤러리’ 유저를 가리키는 말인데 ‘갤러리’는 이슈·취미·관심에 따라 수백 가지로 세분화된 게시판이다. 정치·사회·과학·스포츠 등 일반적인 주제는 물론 ‘김연아 갤러리’처럼 특정 유명인을, ‘무한도전 갤러리’처럼 특정 TV프로그램을 전담하는 갤러리도 있다. 간혹 “별 게 다 있네” 싶은 것도 있다. 오만 가지 억울한 일을 털어놓는 ‘억울 갤러리’, 옛 추억을 끄집어내는 ‘추억거리 갤러리’ 등이 그렇다.

그중 ‘자랑거리 갤러리’라는 게 있다. ‘자랑갤’이라고 불리는 이 게시판은 말 그대로 대놓고 자랑하는 곳이다. ‘~한 게 자랑’이라는 제목만 붙이면 아무거나, 별별 소소한 일이라도 자랑할 수 있다.

‘통큰 치킨 사먹은 게 자랑’ ‘너구리에서 다시마 2개 나온 게 자랑’ ‘닌텐도DS 고스톱에서 한 번에 1680만원 딴 게 자랑’처럼 피식 웃음이 나오는 것도 있지만, ‘할아버지가 e-메일로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주신 게 자랑’ ‘겨울방학 보람차게 보내려고 통기타 산 게 자랑’이라는 훈훈한 ‘자랑질’도 있다.

지난달 21일엔 ‘자랑갤’의 ‘종결자(최고, 모든 것을 끝내는 자)’가 탄생했다. 600개 넘는 댓글이 달린 ‘중국 땅에서 애국가 울리게 만든 게 자랑’이었다. 금메달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린 ‘흙핡흙’이란 네티즌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요트 남자 레이저급에서 유일한 금메달을 딴 하지민 선수였다. “한국 언론에서 아무도 안 왔다”며 직접 인증샷을 올렸다고 했다. 주목받지 못한 비인기 종목 선수의 설움이 느껴질 법도 한데, 그보다는 “내 자랑은 내가 한다”는 자신감으로 보였다.

‘자랑갤’이 이런 식이다. 잘난 척처럼 보일 수 있는 ‘아이비리그 대학 다니는 게 자랑’ ‘서울대 의예과 합격한 게 자랑’이라는 것도 아니꼽기보다 “참 장하다”라고 축하해주고 싶다. ‘6개월 동안 만화책 600권 모은 게 자랑’이라는 건 한심한 게 아니라 “한 우물 파면서 열심히 살았구나” 기특했다.

너무 작아서 ‘덕후’와 ‘잉여’가 아닌 당신의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칭찬받을 만한 자랑거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1년이 또 가는 지금, 이룬 것 없이 시간만 간다고 아쉬워 마시라고 드리는 말씀이다.

PS. ‘자랑갤’엔 이용 조건이 있다. 직접 찍은 사진을 올려서 ‘인증’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돈 자랑은) 현금 1억원 이상일 경우만 인정된다’는 것이다(‘4억 들고 다닌 게 자랑’이라며 돈다발 사진을 올린 ‘갤러’는 현금수송요원이었다. 그래서 그는 “내 돈 아닌 건 안 자랑”이란다). 진정 마음으로 소중한 자랑을 찾아보라고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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