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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지 않는다, 탐험가의 시선으로 재능을 찾아낼 뿐”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미국 칼아츠 스티븐 러바인 총장과 캐롤 킴 부총장에게 예술교육을 묻다













미국의 칼아츠(CalArts·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는 월트 디즈니가 1961년 세운 예술전문대학이다. 숙련된 만화영화 제작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이 학교는 에릭 피셜, 데이비드 살레 등 세계적인 비주얼 예술가들을 배출하면서 아트 스쿨부터 유명해진다. 현재 아트·비평·춤·필름&비디오·음악·공연 등 6개 예술 부문에서 걸출한 인재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영화 ‘가위손’ ‘배트맨’의 팀 버튼,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카’의 존 래스터, ‘인크레더블’ ‘라따뚜이’의 브래드 버드도 칼아츠 출신이다. 백남준도 69년 이곳의 아트 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스티븐 러바인 박사는 88년 이래 지금까지 22년간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칼아츠의 ‘살아있는 역사’다. 연세대(총장 김한중)와 교류협정 및 공동학위과정 운영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위해 캐롤 킴 대외협력 부총장과 함께 방한했다. 역시 칼아츠 출신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김형수(미디어아트전공 주임) 교수가 19일 이들과 만나 칼아츠 예술교육만의 특징을 물었다.



-지난 22년간 변화가 많았겠다. 무엇을 추구했나.

“처음 학교에 왔을 때 800명 정도였던 학생 수가 1450명으로 늘었다. 뮤직 테크나 아트 앤 테크놀로지에 대한 과정이 생긴 것도 괄목할 만하다. 특히 학교 안의 커뮤니티 구조가 능동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꼽고 싶다. 다운타운에 설립된 칼아츠의 극장 겸 갤러리인 레드캣(REDCAT)이 대표적이다. 보통 극장이 3분의 1은 무대, 3분의 2가 객석이라면, 레드캣은 60%가 무대고 40%가 객석이다. 예술가를 위한 최첨단 공간이다. 관객에게도 물론 좋고. 나는 공부하는 학생일지라도 프로페셔널이 되길 원했다. 그래서 세상과 직접 소통하게 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학생들에게 프로페셔널들과의 작업과 해외 프로덕션 경험을 다양하게 제공했다. 예를 들어 LA 현대미술관에서 제나카스의 건축적인 음악에 대한 회고전을 열었고 그가 썼던 오페라 중 미공개작을 무대에 올렸는데, 학생들도 다양한 역할을 맡아 참여했다.”



-좋은 예술학교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는가.

“연구(research)가 활발한 곳이다.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교육하기보다 그들이 가진 예술적 가치를 계발해야 한다. 그래서 선생님이 학생을 바라보는 시각은 (뭔가를 찾아내려는) 탐험가의 그것과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예술가란 탐험가이자 발명가 아닌가. 이런 방식이 40여 년 전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궁극적으로 훌륭한 예술가를 만드는 기틀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칼아츠의 한국 학생은.

“39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는데 그 비율은 전체의 11%다. 이중 80~90%가 한국 학생이다. 처음엔 애니메이션·디자인·필름 분야에 주로 있었지만 지금은 댄스 학부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학과에 한국 학생이 있다. 무대 디자인에서 첫 한국인 졸업생이 나왔고, (남성이 많은) 작곡과에 있는 한국 여학생도 매우 뛰어나다.”



-학생은 어떻게 뽑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또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독창적인가다. 다시 말해 그 학생이 후에 사회에 얼마만큼 예술적으로 기여할 수 있나 하는 점이다. 우리는 미래를 위한 개인의 예술적 영감을 키우는 것을 가장 중시한다. 하나의 답이 아니라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칼아츠의 교육 방침은 끊임없는 의문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가.

“그렇다. 작가는 언제나 자신만의 의문을 품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의문에 대한 독창적인 해답을 찾아내야 할 의무가 있다. 아이디어나 영감은 누구에게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영감을 자신이 생각한 대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배움이 있다.”



-분야 간 소통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음악과 학생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음악에 대한 지식은 있지만 기계를 만드는 공학적 지식은 결여돼 있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트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지식이나 경험을 쉽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 학교 이사인 랜디 알버트는 독립음악프로듀서인데, 칼아츠 음악과에서 공부할 무렵 소니의 포터팩 비디오 카메라가 처음 나왔다. 영화과 학생들이 많이 쓰던 이 기기를 이용해 그는 뮤직비디오를 생각했고, 마침 MTV가 생기면서 그는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었다.”



-다양한 인재가 많을 것 같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피추로 유스타브는 플루트를 전공했는데 칼아츠에서 재즈 플루트를 처음 접했다. 그는 연주에 그치지 않고 100가지가 넘는 플루트를 제작했는데, 볼펜으로도 플루트를 만들었고 천장에 닿을 정도로 거대한 것을 만들기도 했다. 현재 할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동양적이고 이국적인 소리는 대부분 그의 작업이다.”



-팀 버튼, 존 래스터 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졸업생이다.

“칼 아츠의 전설적인 장소 중 하나가 A113 강의실이다. 팀 버튼과 존 래스터, (‘미녀와 야수’를 만든) 존 머스커가 함께 이 강의실에서 공부했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차 번호판 등에 이 강의실 번호가 언급되곤 한다. 팀 버튼의 경우 얘기도 잘하지 않고, 수업도 거의 듣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3개의 영화를 동시에 제작하고 있었다. 존 래스터는 컴퓨터가 3D(3차원)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기 이전부터 3D 애니메이션에 호기심이 있던 친구였다. 하지만 그가 입사한 디즈니는 그보다는 저렴한 제작에 관심이 많았다. 결국 마찰이 생겨 그는 해고됐다. 하지만 조지 루카스는 3D에 대한 존의 생각에 동의했다.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에는 다양한 특수효과가 들어갔는데 우리 학교의 많은 학생이 거기에 참여했다. 그런데 현재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총괄하는 사람이 존 래스터라는 점은 흥미롭다.”



-내가 입학하기 직전 카탈로그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보았다. ‘우리는 생각하는 사람을 중시한다’. 다른 학교의 그것과 달라 보였다.

“생각이라는 것은 미래와 닿아 있다. 무엇을 만드는 기술은 다른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디어는 독자적이어야 한다. 기술보다는 아이디어가 우선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 시대는 무서울 정도다. 인간에게 요구되는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들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창작에 대한 부담은 엄청나다. 그들의 진정한 모습을 보려면 새벽 2시에 학교에 가보면 된다.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학교도 24시간 365일 개방했다.얼마 전 중국의 교수진이 6주간 학교를 찾았다. 그들은 첫 주에 학생들이 교수에 대한 존경심도 없어 보이고 수업시간에도 열심히 하지 않는 듯한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곧 공책에 필기를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고, 학생들에게 마음을 열었다.”



-영화, 애니, 미디어 아트, 공연 분야의 테크놀로지는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떤 대처를 하고 있나.

“테크놀로지보다 중요한 것은 콘텐트다. 픽사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3D 테크놀로지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한다는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아 내기 때문이다. 존 래스터는 아이와 같은 순수한 창작욕구가 있는 친구다. 아이를 많이 입양했는데, 그 덕분인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른보다 아이에 맞춰져 있다.”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가고 있다.

“작업에 영혼을 불어넣고 깊이 있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기반이 중요하다. 학부 교과과정의 40%는 문학·역사·사회과학·자연과학 등 교양과목으로 이뤄져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이슈를 작가들은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칼아츠의 학생들이 자신만의 주장과 목소리를 갖기를 바란다.”



정리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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