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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현장에서 이젤 세우는 작가정신, 살아있는 역사를 담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진현미의 아티스트 인 차이나 <4> 사실주의 화가 류샤오둥







39Xiao Dou Hanging Out at the Pool Hall39(2010) 제작 과정







UCCA 갤러리는 베이징 다산쯔 예술특구 798에서도 가장 중요한 전시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 건물 꼭대기를 비롯해 거리 곳곳에서는 빨간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입은 여자 그림을 볼 수 있었다. 중앙미술학원 유화과 교수이기도 한 작가 류샤오둥(劉小東·47)의 이번 전시작 중 하나인 ‘Xiao Dou Hanging Out at the Pool Hall'(2010)이다. 중국돈 15위안을 내고 들어간 전시장에서 그의 작품들은 대번에 내 마음속을 파고 들어왔다.



류샤오둥은 중국의 일상을 정직하게 그려 내는 사실주의 화가다. 삶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현실의 역사를 현장에서 자신만의 예술언어로 기록하고 있다. 그림 속 주인공은 역사책에 기록되지 않은, 기록 밖의 사람들이다. 그는 중국 최대 역사(役事)인 양쯔강 싼샤댐 현장을 여러 해 동안 돌아다니며 수백 점의 그림을 그렸다(여기서 그린 ‘온상 1번’이란 작품이 2008년 베이징 자더 경매에서 81억원에 팔렸다). 지진으로 7만 명이 넘게 죽고, 37만여 명이 크게 다쳤으며, 1만8000명이 실종된 쓰촨성 아비규환의 현장에서도 작가는 이젤을 곧추세웠다.



“삶과 죽음에 연연하는 건 배웠다는 지성인들입니다. 그 참혹한 현장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히려 담담했어요. 이미 일상으로 받아들인 것이죠.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로 공존한다는 걸 본능으로 깨닫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이 오히려 날 더 먹먹하게 했습니다. 폐허가 된 도시 한복판에서 나 역시 그들처럼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죠.” 그런 작가를 두고 아트미아 진현미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화풍이나 미술 이론을 몰라도, 사람들은 그의 그림 앞에서 감동합니다. 보는 대로 정직하게 그려 낸 진실의 힘 때문이죠. 중국인들이 그를 존경하는 이유입니다.”









239Xiao Dou Hanging Out at the Pool Hall39(2010), 캔버스에 유채, 140*150㎝



중국에서 세 번째 대형 개인전이라는 이번 전시는 그의 고향에 대한 첫 기록이다. 원래는 내년께 전시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앞당겨졌단다. 전시까지 남은 시간은 6개월. 회고전으로 갈 것인지, 새로운 프로젝트로 진행할 것이지 고민의 기로에서 그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다. 뭘 그리겠느냐는 기획자의 물음을 뒤로하고, 그는 30년 만에 고향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고향은 중국 동북의 진청(金城)의 랴오닝(遼寧省)성에서도 제일 시골이다. 지난 30년 동안 설 때마다 잠시 다녀오곤 하던 고향집으로 돌아가 3~4개월을 머물며 고향의 옛 기억을 기록했다.



“빠른 도시화로 고향 역시 들판은 얼마 남지 않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고층 건물들만 보였습니다. 모든 도시가 다 똑같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마음이 바빠졌죠.”

미술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친구들의 초상화를 그리곤 했던 17세 소년은 이제 30년이 흘러 다시 그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모두 어린 시절을 함께한 고향 친구다. 쉰한 살에 아들을 본 슈준(사람들이 자꾸 누구의 손자냐고 물어 곤란해한단다), 함께 무술을 배우던 여자친구 샤오도, 고향에서 가라오케 클럽을 하는 구오퀴앙, 가난에도 기개를 잃지 않은 슈지…. 그래서 전시 제목도 중국어로 ‘금성소자(金城小子)’, 영어로는 홈타운보이(home town boy), 말 그대로 ‘고향 소년’이다.



류 교수는 캔버스뿐 아니라 일기와 비디오·영화로도 이번 전시의 창작 과정을 하나씩 담아냈다. 전시장 한가운데 마련된 영화관에서 이번 전시의 모든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고 나면 그림 속 류 교수 친구들의 얼굴이 더욱 또렷하게 눈에 들어와 마치 내 친구들을 보는 것처럼 반가워졌다. 다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대만 감독 허우샤오의 작품이다. 감독은 류 교수의 긴 창작 여정에 동참해 한 편의 영화에 손색없을 만큼 완성도 높은 영상을 선보였다. 영화는 단순히 그의 예술 과정만을 기록하는 게 아니라 작가의 자기 성찰이고, 그의 작품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다. “이렇게 잔잔한 일상들이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하자 작가는 “시간이야말로 최고의 예술작품”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자신의 작업을 영화나 사진으로 기록할 생각을 했나.

“황량한 사막 위에 커다란 캔버스를 세팅해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 작업 스타일 자체가 황당한 장면이다. 제3의 눈이 이 장면을 목격하면 굉장히 드라마틱할 것 같았다.”



-현장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건 순간 집중력과 굉장한 스피드를 요하는 작업일 것 같다.

“현장에서는 기획하지 않은 의외성이 종종 발생한다. 작품이 망가지는 일도 있지만 작가가 컨트롤할 수 있는 현실적인 요소도 분명 있다. 결과와 과정을 동일하게 볼 때 나는 이 과정을 더 즐기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번 전시에 망가진 작품을 그대로 전시한 게 있었다. 영화에서 보니 술 취한 운전자가 길가에 임시로 세운 아틀리에를 들이받은 게 있던데.

“나보다 주위 친구들이 단단히 화가 났었다. 힘들게 모델을 선 그림이었으니까, 하하. 친구들은 이번 전시에 차량까지 현장 그대로 재현하자고 했었는데, 반대했다. 그렇게 하면 설치미술인 셈인데, 나의 경우는 우연한 사고 아닌가. 설치예술가를 모독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미완의 그림만 걸었다.”



-전시 관람 도중 직원에게 작품 가격을 물었더니 ‘작가님이 판매하지 말라’는 답을 들었다. 그래서 가격도 없다고 하더라.

“UCCA 미술관은 비영리재단이라 원칙적으로 전시작을 팔진 않는다. 그렇지 않더라도 오랜 친구들을 그린 그림을 팔 만큼 돈이 필요하진 않다. 이번 전시작은 모두 소장할 예정이다. 대신 전시를 진행한 미술관을 배려해 최소한의 비용 마련을 위한 판화 작품을 아트숍에서 판매 중이다.”



-작품을 사고 싶은데, 가격이 도전조차 불가한 가격이라 엄두도 못 내겠다.

“좋아한다고 해서 소유해야 하는 건 아니다. 기억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나같이 기억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노트 같은 문구류라도 만들어 주는 건 어떤가. 798 내 아트숍에 가면 많은 작가가 그렇게 하고 있던데.

“내가 내 작품으로 상품을 만든다면 생산라인 하나 더 만들었다고 사람들은 비난할 것이다. 사랑받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예술은 정치와는 다르니깐.”



-전시 준비가 너무 촉박했겠다.

“이미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전시 준비로 잔뜩 긴장했던 몸이 전시가 시작되면서 급방전됐다. 몸살감기가 너무 심해 인터뷰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병원을 예약해 뒀다.”



-영상 속에서도 병원 가는 장면이 있다. 담배를 너무 많이 피우던데(인터뷰 도중에도 그는 쉴 새 없이 담배를 피워댔다).

“그렇다고 담배를 끊는 건 힘들다. 참, 어머니가 나 때문에 시장을 못 보러 가겠다고 전화를 하셨다. 시장 사람들이 아들이 돈도 잘 벌면서 가격을 왜 깎느냐고 한단다. ‘너 때문에 나한테만 비싸게 판다’며 투정이시다.”



-그러시면서도 아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어깨가 으쓱하실 거다.

“아마도.”



모델을 앞에 두고 직접 스케치하는 모습을 두고 누구는 고리타분하다고 말하지만, 개념적인 화풍이 지배하는 현대미술에 맞서는 듯한 그의 전시는 오늘도 문전성시다. 근원으로 돌아가 마음으로 감동하는 전시를 하고 싶었다는 류 교수의 소박한 바람대로 말이다.전시는 2011년 2월 20일까지 계속된다. 홈페이지(www.xiaodongstudio.com)를 보면 지난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졸업 직후의 작품부터 연도별로 친절하게 정리돼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베이징 글 이호선 레몬트리 편집장hosun72@joongang.co.kr

베이징 사진 문덕관, GU XIAOBO(작품 이미지), TONG WEIJUN(작가의 작품 현장 사진)



※진현미 대표의 류샤오둥 작가 아틀리에 방문기는 ‘레몬트리’ 1월호에서 상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진현미=진현미 대표의 영어 이름은 미아(Mia). 베이징 다산쯔 차오창디 예술 특구에서 자신의 갤러리 ‘ARTMIA(아트미아)’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블루칩 작가들과의 교유를 이 코너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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