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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침체된 사회의 활력소 … 저명 인사 대접받는 만담가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전국 만담대회 ‘M-1 그랑프리’ 인기









한국에서 일할 땐 문화계 인사들의 지나친 일본 예찬이 거슬렸던 적도 있었다. 음악계 누군가를 만나면 “음악의 다양성이 인정되는 일본에서는 말이죠”, 만화계 인사를 만나면 “창작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일본은 다르죠” 이런 식이다. 일본에 살아보니, 그들의 부러움에 동감하게 되는 사례들이 참으로 많긴 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놀란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을 웃기는 직업, 코미디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 대한 높은 평가와 대우다.



일본에선 각종 버라이어티나 코미디 프로에 나와 웃기는 사람들을 ‘오와라이 게닌(お笑い藝人)’이라 부르는데, 워낙 수도 많고 활약도 대단하다. 올해로 10년째 연말마다 열리고 있는 ‘M-1 그랑프리’라는 행사는 이들의 기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한국 개그맨 김구라와 얼굴도 말씨도 참으로 비슷한 오와라이 출신 사회자 시마다 신스케(사진)가 기획하고, 개그맨 1800여 명이 소속돼 있다는 대형기획사 요시모토 흥업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만자이(漫才·만담)’의 최고 강자를 가리는 대회다. 참고로 일본 코미디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한국의 ‘개그콘서트’처럼 상황을 설정해 연기를 하는 ‘콩트’, 설정 없이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웃음을 끌어내는 ‘만자이’다.



‘M-1 그랑프리’는 말하자면 코미디계의 ‘슈퍼스타K’다. 매년 여름 도쿄를 비롯해 오사카·후쿠오카·나고야 등 전국에서 예선대회가 펼쳐진다. 첫 해인 2001년에 1600여 팀이 참가했는데, 10회를 맞는 올해는 전국에서 총 4825쌍의 만담 콤비가 M-1에 도전했다. 이 중에서 뽑힌10여 팀만 참가하는 결선대회는 12월 26일 아사히 TV에서 전국 생방송으로 중계된다. 매년 20~30%의 높은 시청률이 나오는데, 올해는 요시모토 흥업이 “M-1 그랑프리를 올해로 마감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터라 관심이 더욱 뜨겁다.



신인 개그맨들에게 이 무대는 인생역전의 기회다. 우승할 경우 1000만 엔(약 1억38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것은 물론, ‘M-1버블’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수많은 방송의 러브콜을 받게 된다. 블랙마요네즈·주토리얼·논스타일 등이 이 대회를 통해 스타의 자리에 오른 팀들. 아예 1년 내내 M1 그랑프리만을 노리고 연습하는 신인도 많다는 소문이다.



이런 과감한 투자가 가능한 것은 요시모토 흥업이라는 기획사의 힘이 가장 크지만, 파워 있는 선배 게닌들이 사회 저명인사 대접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니혼TV에서 방송한 ‘다케시와 히토시’라는 특집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오와라이 게닌이자 영화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와 마쓰모토 히토시 두 사람이 뭉쳤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이들은 ‘닛폰 오모시로쿠 프로젝트(일본을 재미있게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일본 사회를 웃음으로 치유할 수 있는 각종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집 앞에 후지산을 본뜬 미니어처 언덕을 만들고 싶다는 70대 할아버지, 도쿄 지하철역에서 출근길 직장인들을 격려하는 응원전을 펼치겠다는 치어리더 등 어이없지만 기발한 프로젝트들이 두 사람의 심사를 통해 방송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갔다.



이처럼 웃음에 대한 높은 가치 부여, 웃음을 만드는 사람에 대한 존경이 침체된 일본 사회에 값진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일본 오와라이보다 ‘개그콘서트’ 백원만군의 “나대지 마라”가 더 웃기는 건 넘어도 넘어지지 않는 언어의 장벽 때문일까.



이영희 misquick@joongang.co.kr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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