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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463만 명 전업주부 ‘국민연금 차별’ 바로잡다





중앙일보 첫 보도로 이슈화
복지부, 뒤늦게 문제점 인정
내년부터 법 바꾸기로



신성식
선임기자




전남에 사는 김모(51·여)씨는 2006년 10월 척추 사이가 좁아지는 협착증 때문에 장애가 생겼다. 그 전에 국민연금 보험료 8개월치를 낸 적이 있어 장애연금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김씨는 장애 등급 심사도 받아보지 못하고 퇴짜를 맞았다. 남편이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고, 김씨는 소득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에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희한한 제도가 있다. 납부예외와 적용제외다. 보험료를 내지 않는 점은 같다. 미혼여성이 실직하면 납부예외자가 되고, 직장생활을 하다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되면 김씨처럼 적용제외자가 된다.











 납부예외자는 장애연금을 받고 본인이 사망하면 가족이 유족연금을 받는다. 그러나 적용제외자는 둘 다 해당사항이 없다(10년 이상 보험료를 내면 유족연금은 가능). 이런 전업주부가 463만 명(2010년 11월 기준)이나 된다. 여자가 279만 명으로 남자(174만 명)의 1.6배다. 대표적인 여성 차별이다. 세상은 크게 달라졌는데도 ‘여자는 남편이 책임지면 된다’는 구시대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한다. 남성도 피해자다. 2005년 9월 교통사고로 뇌 손상이 생긴 이모(55)씨도 당시 아내가 돈을 벌고 본인은 소득이 없는 상태(적용제외자)여서 장애연금 혜택을 못 보고 있다.



 이혼하면 적용제외자에서 납부예외자로 바뀌면서 혜택을 받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다행히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인정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법을 바꿔 내년 중 시행하겠다고 22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늦긴 했지만 잘한 일이다. 이 문제는 본지가 이 문제를 보도(10월 7일자 22면, 2009년 4월 기준)하면서 이슈화됐다. 잘 몰랐던 전업주부들이 분노했다. 한 독자는 “내가 열심히 모은 돈을 유족이 받을 수 없다니 이건 분명한 차별”이라며 “전업주부를 무시하는 이런 악법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10월 7일자 22면.



 그동안 정부가 너무 아둔했다. 현장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탓이다. 장애는 한 번 생기면 평생 간다. 부모가 사망하면 미성년 자녀는 당장 학비 걱정부터 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이다. 이들을 차별하는 것은 공정사회에도 맞지 않다. 전업주부 차별을 없애면 연간 수백억원이 들 것이지만 신뢰라는 값진 소득이 생긴다.



 정부는 올해 9월 연금 수령자가 300만 명을 넘고 자발적 가입자가 늘어나자 “제도가 정착됐다”며 자화자찬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2004년 ‘연금 8대 비밀’ 파동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당시 두 개 연금을 받을 때 대폭 삭감(병급조정)하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그 후 신뢰를 회복하는 데 6년 걸렸다. 국민의 믿음을 얻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까먹는 것은 한순간이다.



 가입자들의 요구 수준도 나날이 높아간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되려면 분할연금 개선, 너무 낮은 대체소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입자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모습에 국민들은 감동한다. 그래야 국민의 노후가 행복해질 것이다. 전업주부 차별 해소 대책이 주는 교훈이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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