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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31] 특허





특허괴물 회사는 소송 걸어 돈 벌고, 특허천사는 기술 사서 빌려주죠





특허는 아이디어나 제품의 독창성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하지만 최근엔 특허가 다른 사람이나 기업의 영업활동을 방해하거나, 돈을 뜯어내는 공격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른바 특허괴물(Patent Troll)의 등장이다. 반대의 움직임도 있다. 특허괴물에 맞서 기업들의 정상정인 영업활동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는 특허천사(Patent Angel)도 나타났다. 특허가 경제 전쟁터에서 첨단의 공격과 방어의 무기가 되면서다. 이로 인해 특허를 둘러싼 괴물과 천사의 대결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현철 기자



등록 연 6만 건 세계 4위, 그중 5만 건은 휴면상태



특허는 과학기술 연구의 결과물이다. 노동과 자본을 투입해 대량으로 물건을 찍어내는 시대를 지나, 과학기술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기에 접어든 이후 특허는 경쟁력의 상징이 됐다. 국가든 기업이든, 보다 많은 특허를 얻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투입한다.



과학기술 진흥정책의 결과를 특허로 평가하는 구조도 생겼다. 이미 한국은 특허 건수에 있어서는 선진국 수준이다. 2008년 지식재산백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 특허청에 들어온 특허출원은 연평균 16만건, 등록은 연평균 6만건을 기록했다. 출원 건수는 미국과 일본,중국에 이어 세계 4위다. 특허청이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한국은 25만 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특허 1건이 나와 81만 달러를 쓰는 미국을 크게 앞섰다. 한국의 연구개발(R&D) 지출 대비 특허 산출건수가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다. 6만건의 등록 특허 가운데 5만건은 활용되지 않고 연구실 서랍에 처박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활용되지 않는 5만건 중 최소 2500건은 산업적으로 활용가능하며 상품성도 있다는 데도 말이다. 2008년 기술 수출액을 기술 수입액으로 나눈 비율인 기술무역수지 배율은 0.43배로 일본(3.49배)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기술 분야에서만 31억4000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스위스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 성적이다. 이 때문에 학계나 기업에서 특허가 전시용, 또는 업적보고용이라는 자조의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특허 싸게 사서 비싸게 빌려주는 라이센싱 회사도 등장



2000년대 들어 특허도 거래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서랍에 처박아둔 특허를 꼼꼼히 살펴보니 만든 사람에겐 당장 필요치 않을지라도 다른 사람에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특허가 제법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텍사스인스투루먼트나 폴라로이드가 이런 방식으로 쏠쏠한 이익을 올리자 시장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달아올랐던 정보기술(IT) 업계의 거품이 2001년께 꺼지면서 많은 IT 벤처가 파산하자 이들이 갖고 있던 특허를 재빨리 사들인 회사들이 나타났다. 생산활동은 없이 특허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회사(NPE, Non-Praticing Entity)가 등장한 것이다. 당시 2억 달러에 그치던 특허거래 시장의 규모는 2008년엔 14억 달러로 확 커졌다.



사업 초기 NPE들은 사들인 특허를 필요한 곳에 다시 팔거나 빌려주는 방식에 그쳤지만 점차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영역을 넓혀갔다. 단순 특허 중개에서 여러 공급자와 수요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경매시장을 열어주는 것도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했다. 오션토모라는 회사는 2006년 최초로 오프라인 특허경매를 시작한 데 이어 지식재산 전략이 우수한 300개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OT300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기도 했다.



특허침해 여부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기업(Chipworks)도 등장했다. 벤처캐피털들도 특허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앨티튜드 캐피털 파트너스는 2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특허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 이 회사로부터 35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비스토는 휴대전화 블랙베리의 제조사인 림이 자사의 모바일 e-메일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 2억6800만 달러의 특허사용료를 받아내기도 했다.



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보유특허를 판 뒤 다시 사용료를 내고 그 특허를 이용하는 '매각 후 라이센싱'이라는 기법도 등장했다. 이스라엘의 보칼텍이라는 회사는 특허 22개 중 15개를 이런 방식으로 현금화해 1540만 달러를 조달하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임영모 수석연구원은 최근 ‘진화하는 특허 비즈니스’라는 보고서를 통해 “특허 유통 부문은 다양한 전문기업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신상품도 봇물을 이뤘던 1980년대의 미국 주택 모기지 산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기업들도 특허 보유건수에 연연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내부에 사장된 휴면특허를 외부에 공개해 수익창출과 함께 새시장 창출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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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사용 기다렸다 소송 제기 … 삼성전자 최다 피소



이처럼 다양해진 특허비즈니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게 라이센싱, 이른바 특허괴물이다. 라이센싱이란 특허를 갖고 있지만 돈과 활용능력이 부족한 개인이나 중소기업으로부터 특허를 사들인 뒤 이 기술을 다른 기업에 팔거나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특허괴물들이 확보한 특허를 적극적으로 빌려주거나 팔아서 돈을 벌기보다는 다른 기업이 해당 기술을 무단사용하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불시에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 인기있는 상품을 만들고 있는 기업으로선 특허 침해는 명백한데 해당 기술을 우회한 새 제품을 만들 수도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특허괴물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인텔렉추얼 벤처스(IV)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 기술책임자(CTO) 출신 네이선 마이어볼드가 2000년 설립한 이 회사는 사모펀드 형태로 조성한 50억 달러의 실탄으로 무려 3만 개에 이르는 특허를 확보했다. IV는 그동안 법정 밖 협상에 치중해왔다. 소송은 주로 자회사를 통해 진행했다. 하지만 12월 9일 IV가 세계적인 IT 기업 9개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해 본격적인 선전포고를 했다. 여기에는 한국의 하이닉스도 포함됐다.



지금까지 소송을 가장 많이 낸 회사는 아카시아다. 이 회사는 밴처캐피털로 출발했는데 당시 벤처회사에 돈을 대주면서 엄청난 양의 특허를 확보했고, 지금은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소송을 제기해 돈을 벌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 3월 아카시아의 자회사인 비디오 인핸스먼트 솔루션으로부터 동영상 재생시 화질개선 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했다. 이 기술은 원래 LG전자가 개발했는데, 특별히 사용되지 않아 2008년 국내 특허거래 회사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 관련 조사기관인 패이튼 프리덤에 따르면 2004~08년 동안 특허괴물로부터 소송을 가장 많이 당한 회사가 삼성전자(38건)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서도 R&D 투자액이 많은 국내기업 30개사 중 90%가 이미 특허괴물의 공격을 받았거나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IV가 국내 대학과 중소기업을 돌며 사들인 특허가 268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허전문 변호사인 전경릉 변호사는 “아이디어 차원의 개발내용에 대해 큰 돈을 내고, 나중에 사업화나 권리화ㅍ까지 돕겠다고 나서는 특허괴물의 제안은 솔깃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은 물론이고 대학이나 연구소도 원천 특허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 구성, 분쟁 소지 있는 기술 사들여 ‘괴물’에 맞서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게 마련이다. 특허괴물이 기승을 부리자 곳곳에서 이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스코·HP·노키아·소니 등 16개사는 특허방어펀드 RPX를 만들었다. 분쟁 소지가 있는 특허를 사들여 특허괴물에 대응하는 펀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여기에 가입했다. 패이턴트 프리덤이라는 라이센싱 전문기업은 업계의 동향을 모니터링해 기업에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한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펀드가 등장했다. 올 초 정부가 245억원을 투자해 만든 ‘아이큐브파트너스’다. 또 9월에는 1호 민관합동 창의자본회사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가 출범했다. 이 회사는 2015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받기로 했다. 이미 몇몇 특허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어서 내년 초쯤 1호 지식재산이 탄생할 전망이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의 사업 영역은 특허괴물과 유사하다. 종자돈으로 특허를 미리 사들이고, 필요한 곳에 빌려주는 라이센싱은 기본이다. 일반펀드나 관련 기업들의 모임과 달리 종자돈이 많고, 업종에도 제한이 없다. 또 다양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도 있다. 특허 포트폴리오는 단독으로는 사업화가 어려운 단순 특허나, 기존 특허와 결합해 경쟁력있게 키울 수 있는 힘을 준다. 당장에는 요건을 맞추지 못해 특허를 받기 어려운 아이디어나 발명도 다른 특허나 기술로 보완해 키우면 강력한 특허를 받을 수도 있다. 이른바 특허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는 민간기업이 투자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다. 참여 기업은 필요한 특허를 외국에서 사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 이렇게 구축된 포트폴리오는 기업 입장에서는 특허괴물의 공세를 피할 수 있는 '특허우산'이 되는 것이다.



다수의 특허권자가 보유한 특허를 공동으로 관리·사용하는 특허 풀도 구축할 예정이다. 주로 자금력과 연구개발 기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대상이다. 대기업이 안쓰는 특허를 넘겨받아 필요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허경만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 대표는 “국내 대학·연구소·특허법인·기술중개기관 등과 네트워크 구축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기존에 계획했던 사업 외에도 더 다양한 사업모델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허괴물과 다른 게 있다면 특허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걸고, 돈을 요구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다는 점이다. 순수하게 국내 기업과 연구소의 특허를 보호하고 키우는 역할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허괴물에 대항하는 특허천사라고도 불린다. 대신 특허를 운용하고 키워내는 것을 통해 돈을 벌어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일정한 수익은 보장할 방침이다.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의 유영철 사업지원팀장은 “특허 천사의 힘이 커질수록 국내 기업들이 특허괴물로부터 시달림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게 되는데 성패는 기업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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