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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플리바기닝









2005년 국내에서도 방영된 미국 CBS의 법정 드라마 ‘클로즈 투 홈(close to home)’의 한 대목. 주인공 여검사 아나베스 체이스가 피의자와의 거래를 놓고 검사장과 말다툼을 벌인다. 선량한 모녀를 총으로 살해한 마약 중독자가 지역 마약계 거물을 체포할 수 있는 ‘증언’을 제안한 탓이다. 그와 거래를 할 경우 살인의 죗값을 제대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순간 “큰 고기를 잡기 위해서는 잡은 고기를 놔줘야 하는 법”이란 대사가 나온다. 법정을 소재로 한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 빠지지 않는 장면 중 하나가 이 같은 검사와 피의자 간 거래다. 유죄를 인정하거나 범죄 수사에 협조하면 형량을 낮춰주거나 기소하지 않는 걸 놓고 협상을 한다. 바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이다.



 플리바기닝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등에선 합법이다. 미국은 형사사건의 80~90%에서 플리바기닝이 이뤄진다고 한다. 얼마 전 미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맞교환에서 미국이 활용한 것도 플리바기닝이다. 러시아 스파이 10명이 유죄를 인정하자 법원이 구금 날짜만큼만 형을 선고해 바로 석방 한 것이다. 위키리크스에 정부 기밀을 건넨 혐의로 잡힌 미 육군 일병 브래들리 매닝에 대해서도 플리바기닝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어산지의 연루 사실을 자백받기 위해서다.



 플리바기닝은 한국에선 아직 불법이다. 그럼에도 은밀한 플리바기닝의 흔적이 적지 않다. 2007년 제이유그룹 로비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이 대표적이다. 검사가 피의자에게 거짓 진술을 강요하고 그 대가로 구형을 낮춰주겠다는 내용의 녹음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검찰의 플리바기닝 시도가 법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2008년 세무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유흥업소 업주가 재판 과정에서 “검찰에서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 준 것을 실토하면 형량을 줄여주고 구속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한 것이다.



이런 플리바기닝이 양성화될 모양이다. 법무부가 어제 플리바기닝 도입을 골자로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플리바기닝이 시행되면 내부 가담자의 진술이 중요한 조직범죄나 부패범죄의 수사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반면 부작용 우려도 만만찮다. 피의자를 회유·협박해 진술을 강요하거나 봐주기 수사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플리바기닝이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검찰 하기에 달린 셈이다.



김남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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