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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위기의 검찰









“거울은 맑음을 지키는 데 아무런 방해가 없으면 아름다움과 추함을 있는 그대로 비교할 수 있고, 저울은 바름을 지키는 데 아무런 방해가 없으면 가벼움과 무거움을 있는 그대로 달 수 있다. 거울이 움직인다면 사물을 밝게 비출 수 없고, 저울이 움직인다면 사물을 바르게 달 수 없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법치주의를 주창한 한비자는 법치의 중요성을 거울과 저울에 비유했다. 거울과 저울은 외부의 영향이 없어야만 사물의 모습과 중량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시시비비를 엄정히 가려 공명정대함을 펼치는 게 바로 법치주의라고 봤다. 법이 흔들리는 거울이나 저울이 되면 국가 기강이 무너지고, 나아가 몰락(沒落)의 길을 걷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비자는 목수의 먹줄에 빗대어 법의 형평성도 설명했다. “목수가 나무를 먹줄에 정확하게 맞춰 자르듯이 인간의 자의적 판단을 지양하는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법”이라고 했다. ‘목수는 나무가 굽어 있다고 해서 먹줄을 굽히지 않듯’ 계급이나 신분에 관계없이 법을 똑같이 적용하라는 의미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단속하라는 뜻이리라.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검찰에 “피나게 노력해야 한다”며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주문했다. ‘공정사회’를 만들어가는 중심에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있어야 하는데 ‘시대에 뒤처지고,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구구절절 맞는 얘기다. 지난해 김준규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꺼낸 ‘새 패러다임’은 어디로 갔을까. 그는 “명예와 배려를 소중하게 여기는 신사다운 수사” “페어플레이 정신이 담긴 세련된 수사” “지위나 신분이 높건 낮건, 힘이 있건 없건 고려치 않는 수사”를 천명했다. 1년이 지났건만 김 총장이 이끄는 검찰호(號)는 시련과 위기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수사에선 균형을 잃은 저울을 봤고,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에선 외부의 입김에 흔들리는 일그러진 거울이 투영됐다. 기업 수사에서는 신사는커녕 아무 데나 메스를 들쑤셔대는 돌팔이 의사마저 연상시켰다. 법 집행은 아침 이슬같이 순박해야 한다. 호불호(好不好), 선입견, 사사로움이 끼어들면 법의 신뢰와 권위는 추락한다. 검찰 CI(Corporate Identity)는 대나무가 죽 늘어선 모양에다 저울과 칼을 형상화했다. 대나무의 올곧음, 저울의 균형감, 칼의 냉철함이 실현되는 날이 오긴 오는 건가.



고대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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