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글로벌 아이] ‘적과의 동침’ 택한 오바마의 통 큰 결단







정경민
뉴욕 특파원




1994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참패했다. 하원에서 54석, 상원에선 8석을 잃었다. 40년 만에 상·하 양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줬다. 부인 힐러리 여사를 앞세워 건강보험 개혁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것이다. 클린턴은 재빨리 변신했다. 개혁정책을 뒤로 미루고 중도 실용노선을 택했다.



 이와 달리 공화당 승리를 이끈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원은 의기양양했다. 사사건건 클린턴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95년 공화당이 벌인 ‘예산 전쟁’은 한때 정부 기능을 마비시켰을 정도다. 클린턴은 이를 역이용했다. “공화당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며 유권자의 정치혐오증을 자극했다. 공화당 자충수 덕에 클린턴은 96년 재선에 성공했다.



 2010년 11월 3일 아침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과 비슷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하원 중간선거에서 88년 만에 최악의 패배를 맛봤다. 그에게 고배(苦杯)를 안긴 공화당 지도자는 16년 전 깅그리치 사단의 일원이었던 존 베이너 하원의원이었다. 그런데 오바마는 클린턴과는 사뭇 다른 길을 택했다. 공화당이 요구해온 ‘부자 감세 연장안’을 전격 수용하며 ‘적과의 동침’을 선언한 것이다.



 부자 감세 연장은 오바마에게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2년 전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진보진영에 대한 배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가 타협이란 독배(毒杯)를 선뜻 들이켠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국민을 파탄으로 몰아갈 순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가 부자 감세를 끝까지 거부했다면 ‘세금 폭탄’ 파국은 피하기 어려웠다. 희생자는 서민이었을 것이다.



 오바마의 모험에 점수를 매기긴 아직 이르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오바마와 공화당의 극적인 타협으로 미국 경제는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발판을 마련했다. 비관론이 팽배했던 시장에도 모처럼 낙관론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미국이 경제 파탄 위기에 처했다면 한국은 안보 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다. 한 뼘만 삐끗해도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 누란지세(累卵之勢)의 형국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선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외교전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한데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는 어디인가. 여당의 기억력 한계는 6개월이 채 안 된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확인한 민심은 까맣게 잊어버린 지 오래다. 엉터리 예산 심의에 거리낌 없는 날치기 통과에선 오만과 독선의 냄새가 진동한다. 메아리 없는 ‘형님 예산’ 타령만 하고 있는 야당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에서 벌인 야당의원의 ‘공중 부양’과 ‘이단 옆차기’는 전 세계 신문 1면을 장식하며 태권도 종주국의 체면마저 구겼다.



 적을 앞에 두고 있는 지금 여야가 힘을 모아도 부족하다. 하물며 아직도 이전투구(泥田鬪狗)에 골몰하고 있으니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제라도 꽉 막힌 국민의 가슴을 확 트이게 만들어줄 통 큰 정치인을 우리 정치권에서 기대한다면 부질없는 춘몽(春夢)일까.



정경민 뉴욕 특파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