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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지 않은 돌

날이 추워졌습니다. 목덜미를 움츠리게 하는 찬 공기는 해 뜨기 전에 더 심합니다. 두터운 점퍼 깃에 자라목으로 강가에 갔습니다. 이왕지사 추운 것, 추위를 온전히 맞이하려는 어리석은 생각이 앞섰습니다. 흰 모래밭을 걸었습니다. 추위에 딱딱해진 모래밭이라 걷기는 편했으나 슬쩍 빠지며 살살 걷는 맛은 없었습니다. 갈 곳 없는 걸음으로 먼 산도 보고, 먼 강도 보며 깊은 숨을 쉬었습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불현듯 키를 낮추었습니다. 무엇을 바라보는 위치에서 무엇과 이야기하는 위치로 자세를 낮추었더니 강가의 돌멩이가 이야기를 겁니다. 항하사 모래알에 얹힌 돌이 “나 여기 있다”고 말을 겁니다. “나도 여기 있다”고 말했습니다. 별것 아닌 이야기들이 잘 풀렸습니다. 강가의 돌멩이가 세찬 바람에, 세찬 물결에 더러 파이긴 했어도 이곳에서 모나지 않은 세월을 보냈다고 온몸으로 말합니다. 보아하니 드러난 차림도 그렇습니다. 추위가 등 떠밀기 전까지 말 없는 대화를 수없이 나누었습니다. 섬진강 모래알도 뜻을 같이했습니다. 세상이 밝습니다. 역시 갈 곳 없는 걸음은 갈 곳 많아 좋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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