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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동아시아 핵보유국 중국만일 필요 없다는 듯 처신”

“북한 핵 문제가 커질수록 ‘핵은 핵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게 될 것이다.” ‘온건한 신사’로 통하는 이홍구 전 총리가 뼈 있는 말을 했다. ‘핵에는 핵’이란 말은 북핵 대응 수단으로 ‘핵무장의 필요성’을 우리 사회에 우회적으로 상기시킨다. 북한에도 ‘좌시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중국에도 북한 비핵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건지 분명히 하라는 경고다. 보수 지식인 가운데 드물게 ‘핵에는 핵’이란 논리를 공개리에 제기하는 이 전 총리로부터 북핵 문제, 중국 문제를 들어봤다.

‘북핵에는 남핵’논리 이해한다는 이홍구 전 총리

-북한 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에 대한 기대가 줄고 있다.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중국을 여전히 중시해야 하나.
“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핵무기 보유 강대국이며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중 유일한 아시아 국가다. 베트남전이 끝난 후 지난 35년 동안 중국은 빠른 속도로 고도 성장해 왔다. 그동안 동아시아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지역이었다. 그 이면에는 동아시아 유일 핵무기 보유국인 중국이 아시아의 강력한 리더로 부상하며 지역평화에 응분의 책임을 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2012년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기대는 줄어들기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이 회의에서 논의될 중요 과제의 하나인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은 일찍부터 입장을 확실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제2차 핵안보 정상회의는 2012년 한국에서 개최되며 핵·핵물질 보유 47개국과 유엔·국제원자력기구(IAEA)·유럽연합(EU)이 참석한다.)

-애매한 현재의 중국 태도가 1년여 사이에 급변할 수 있겠나.
“그것이 걱정이다. 중국도 많은 생각을 하겠지만 자국의 이익과 위상, 미래를 생각할 때 동아시아 전체의 운명도 같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는 북한 핵이 문제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세안+3’의 모든 나라가 ‘중국이 유일 핵무기 보유국으로서 이 지역의 평화를 담보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시작된 이래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입장은 분명치 않았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중국 스스로도 정확한 입장을 못 정한 것 아니냐 하는 우려도 나온다. 늘 북한의 핵 보유를 막는 데 동참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강도 있고 단호한 것인지 속내를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꼭 중국만이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일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동아시아 이웃 나라들은 중국이 유일 핵무기 보유국가로 이 지역의 평화를 담보하는 역할을 해주길 바라지만 정작 중국의 입장은 어떤지 이제는 밝혀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이 되겠다고 했다. 그때까지 중국만 믿고 기다렸지만 아무 성과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이 핵 강국으로 등장할 경우 대책이 없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2012년 2차 핵안보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은 잘된 일이다. 2012년은 주요국의 리더십을 바꾸는 선거가 있는 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 중국 후진타오 주석의 임기 만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역시 재선을 위한 캠페인에 들어간다. 이런 역사적 전환기를 순조롭게 넘기는데 제일 큰 걸림돌의 하나로 부각되는 북핵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중국이 그런 기대를 충족할까.
“오늘의 중국은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과 같은 큰 지도자들이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 개방 및 시장경제 채택 같은 위대한 결정을 했기에 가능했다. 그런 큰 정치 지도자들의 전통이 살아 숨쉬기를 기대할 뿐이다.”

-중국의 불분명한 입장에 주변국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북한 핵의 위협을 받는 나라는 당연히 대처 방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북한 핵 위협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 있는 나라는 중국을 제외한다면 한국과 일본뿐이다. 그러기에 이들 두 나라에서도 북핵에 대처하는 군사적 방안을 서두르는 입장이 대두되고 있다. 중동같이 공개적 협박과 공갈이 일상화된 험악한 곳이라면 이스라엘에서처럼 ‘선제공격’이란 말이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 동아시아에서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중국의 해결력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핵에는 핵밖에 없다’는 얘기가 맞는 것인가.
“상황 논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당연한 것이다. 나는 대다수의 보편적인 한국인과 주변국 아시아인들과 같이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이다. 현재 한국·일본 같은 나라들이 자중하고 있지만 북한 핵 문제가 커질수록 ‘핵은 핵으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번에 그 칼럼(본지 12월 12~13일자 안성규 칼럼 ‘한국 크루즈 미사일에 미 핵탄두 달아라’)이 그러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는 일례가 아닌가. 지금은 그런 얘기가 너무 안 나오고 있다. 중국이 이 급박한 문제를 신중히, 그러나 시급히 대처해 주기를 바라는 이유다.”

-한국의 핵무장 움직임이 중국을 다급하게 만들까.
“다급해지지는 않겠지만 절대로 방치할 수 없는 동향으로 간주할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북한은 핵무장 이유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말한다. 그러나 6자회담의 궁극적 목표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6자회담 참가국 중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중국·러시아 세 나라가 이를 보장하는 합의나 협정을 만들면 된다. 사실 미·중·러 세 나라가 북핵 문제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유엔, 특히 안보리의 존재 이유에 대한 원천적 회의가 확산될 것이다.”

-총리로 재임하던 시기(1994~95) 남북관계는 아주 위험했지만 주한미군의 억지력이 있어 북한의 모험을 막았다. 지금도 미국의 억지력이 북한 핵무기를 저지할 수 있다고 보나.
“물론이다. 그런데 사실 핵무기 시대에 남북한 7300만 민족의 안전을 가장 확실히 담보하는 방법은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이 간단명료한 결론의 타당성을 이해하고 인정한 사람이 고 김일성 주석이었다. 그래서 남북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우리는 미국에 전술핵무기의 철수를 요구했고 곧 집행됐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핵 위협과 공갈은 미군에 다시 한반도에 핵무기를 가져오라는 요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이 평화협력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상태로 갈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김정일이 ‘어떤 경우라도 핵무기는 안 된다’고 크게 결단한다면 노벨상 감이 될 것이다. 김정은은 비핵화 선언을 한 할아버지만 따라가면 된다.”

-1991년 12월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아직도 의미가 있다고 보나.
“한국은 이 공동선언의 유효성을 끝까지 지키고 싶으며 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이 선언을 사실상 무효화한 북한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북한이 정책 전환하는 데 이보다 좋은 명분은 없다. 새해에는 비핵화 공동선언이 20주년을 맞게 되는데 민족의 미래와 생존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의지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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