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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 키우려면 다른 문화 경험하고 타분야와 협업하라”

백발이 성성한 육순의 노 교육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애플의 신제품 에어맥북을 켰다. 다양한 사진자료가 촘촘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뭐든지 다 물어봐라’ 하는 표정으로 그는 싱긋 웃었다. 토니 존스(Tony Jones)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SAIC) 총장 고문. 그는 29년간 3개의 세계적인 미술대학에서 총장을 지냈다. 1980년 영국 글래스고 미술대학에서 서른 여섯의 나이로 총장직을 맡은 이래 SAIC(1986~92)와 영국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92~96)를 거쳐 다시 SAIC(96~2008)를 지켰다. 예술행정가로서, 현대 건축과 디자인의 권위자로서 그는 급변하는 세계 현대 미술계를 30년간 이끌어온 사람 중 하나다. SAIC 신임 총장단과 함께 SAIC 한국 동문회, 유학생 학부모 등을 만나기 위해 내한한 그를 15일 오전 만났다.

29년간 3개 미술대학 총장 역임, 토니 존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총장 고문

-당신이 30여 년간 추구한 미술교육은 어떤 것인가.
“예술은 인터내셔널한 언어고 디자인은 글로벌 화폐다. 말과 통화는 소통돼야 한다. 단절돼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학생들이 파인아트,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함께 체득하게 했다. 콜라보레이션(협업)이 중요하다. 아티스트와 무용수가 만나고,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힘을 합치도록 했다. 그렇게 다양하게 만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라 간, 지역 간 문화를 섞는 일도 많이 했다. SAIC에서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서, 브라질에서, 또 영국이나 중국에서도 온다. 이들이 다른 지역의 다른 문화를 느껴볼 수 있도록 장려했다. 그렇게 다양한 경험을 한 학생들이 다시 고향으로, 또 다른 곳으로 가서 일한다. 어떤 일을 해낼지 기대가 크다.”

SAIC 신관 , 사진 Kirk Gittings
-구분을 없애는 데 대한 저항은 없었나.
“요즘 학생들은 화가다, 패션디자이너다, 이렇게 단순한 직업을 가질 수 없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한 직업에 정착할 때까지 평균 5번 이직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경험을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입학 때 전공을 정하지 않는다. 5개 정도 분야를 공부하게 한다. 여러 배운 것들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 목표다. 세계의 많은 미술대학들이 우리의 이런 스타일을 따라 하고 있다.”

-전문화 시대라 특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어떤 학교는 아트나 건축, 디자인만으로 특화해 명성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학생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고 선택할 권리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CEO들에게 요즘 대학생들이 뭐가 부족하냐고 물으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창의력과 혁신적인 생각이라고. 창의력이란 다른 분야의 일을 해보는 데서 나온다. 내가 가르친 학생 중에 아일랜드 출신으로 영국 RCA를 졸업하고 한국의 LG에서 근무한 친구가 있다. 그는 한국 문화를 잘 몰랐다. 하지만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김치를 먹어보고 ‘이게 뭐지? 어떻게 만들었지’하고 궁금해 했고, 아주 혁신적인 스타일의 김치냉장고를 디자인해 주목받았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시각이 중요하다.”

-예술을 가르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학생들의 창의적인 스피릿을 끌어내는 것이다. 자기 얘기를 하고자 하는 열정과 동기가 필요하다. 그런 것을 키워줘야 한다. SAIC 동문인 홍상수 감독도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가 있었기에 올해 칸에서 큰 상(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지 않았나.”

-학생들이 대학에서 순수예술을 할지 팔리는 예술을 할지 고민이 많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 아티스트는 시장이 원하는 경우 계속 작품을 만들게 된다. 중요한 것은 창의적 작품으로 새로운 마켓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시장을 쫓아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자기 작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리더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일했나.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나는 다만 어떤 공간을 제공할 뿐이다. 아트스쿨 자체가 큰 스튜디오다. 그 속에서 학생과 교수가 대화를 하도록 한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기대하지 못한 것이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이 나의 재미다.”

-학교 밖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예술 교육 홍보대사다. 정부 관계자들은 흔히 말한다. ‘왜 예술대학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럼 나는 말한다. 학생들이 세상을 바꾸니까. 한 학생의 아이디어가 세상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꿨다. 경제적으로 수억, 수백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보라.”

-한국 학생들에 대해 말해달라.
“한국과는 오랜 인연이 있다. 1924년에 입학해 1925년 졸업한 미스터 박이었다(그는 에어맥북에서 당시 졸업사진을 보여주었다. 동양인이 서너 명 있었는데 누가 미스터 박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한국 학생들은 오래 작업하는 데 익숙하다.”

-한국 현대미술은 어떤가.
“얼마 전 마이애미 아트바젤에서 한국 아티스트의 작품을 많이 봤다. 베니스 비엔날레나 시카고 아트페어에도 한국 작품이 많이 나온다. 특히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분야의 수준은 매우 높다. 삼성이나 LG를 보면 금세 알 수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는 백남준이다. 그는 미디어의 엄청난 영향력을 간파했고, 미디어로 조각을 만든 사람이다. 나는 그를 대한민국의 ‘예술 홍보대사’라고 생각한다. 그의 혁신적인 작품 덕분에 서구에서는 한국 작품이 대체로 실험적이고 창의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문제는 요즘처럼 테크놀로지 환경이 급변하는 와중에서 그의 작품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한국인들은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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