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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못 믿는 일본인들, 인문사회과학 책 파고들어

2010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엇일까? 1년 내내 여기저기서 지칠 정도로 하루키를 외쳐 대기에, 당연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1Q84』3권이 올해 베스트셀러 1위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오리콘이 일본 전국 서점의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한 2010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니『1Q84』3권은 총 84만7000부가 판매돼 전체 3위. 그렇다면 세계적인 작가 하루키를 제치고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1위에 오른 책은? 그 이름도 요상한『모시도라(もしどら·사진)』라는 작품이다. ‘모시도라’는 길고도 긴 원제목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もし高校野球ジメント」を<8AAD>んだら)’의 준말이다.

이영희의 코소코소 일본문화: 2010 일본 출판계 결산

‘만약’이라는 뜻의 모시(もし)’와 드러커의 일본식 발음 중 ‘도라(ドラ)’를 합쳐 ‘모시도라’다. 신인작가 이와사키 나쓰미의 작품으로 2009년 12월에 출간돼 올해 11월까지 121만 부나 팔리며 ‘모시도라’ 열풍을 일으켰다. 표지만 보면 ‘만화인가’ 싶지만, 사실은 청춘 소설과 경영서를 절묘하게 접목한 자기 계발서다. 인기에 힘입어 내년 3월에는 NHK에서 10부작 애니메이션으로, 6월에는 실사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

줄거리는 제목 그대로다. 고등학교 야구부의 신인 매니저가 된 가와시마 미나미란 소녀가 우연히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의『매니지먼트』를 읽게 되고, 책에서 배운 드러커의 경영 철학을 야구부 운영에 적용한다. 예를 들면 “무엇을 팔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물어보라”라는 드러커의 조언에서 “야구부의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감동”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내고, 이를 위해 “고시엔(전국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결선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식이다. 목표와 혁신, 리더의 자질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야구부를 개혁한 결과 만년 꼴찌팀이던 이 학교 야구부는 당당히 고시엔에 진출하게 된다.

이 책 이외에도 올해 일본 출판계에서는, ‘어려운 인문·사회과학 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해 주는’ 책들이 인기였다. 5위에 오른『초역니체의 말(超言葉, 한국어 번역본도 11월에 출간)』역시, 니체의 철학을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접목시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이다. 어려운 시사문제를 쉽게 해설해 ‘미스터 뉴스’로 불리는 저널리스트 이케가미 아키라씨의 저서『전하는 힘(<4F1D>える力)』과『모르면 창피한 세계의 문제(知らないと恥をかく世界の大問題)』가 각각 6위, 11위를 차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모시도라’를 비롯해 이 같은 인문·사회과학 교양서들의 인기를 일본 사회의 침울한 분위기와 연관시키는 분석들이 많다. 월간 닛케이엔터테인먼트는 “지금 일본의 문제 중 하나가 정치인들에게 리더십이나 매니지먼트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며“정권이 바뀌면 달라질 거란 희망으로 민주당에 표를 던졌지만 변한 건 없다는 깨달음, 정치인들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은 위험해, 믿을 만한 사람이 없어, 라는 위기감이 이처럼 활발한 지식습득 욕구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도 올해 이례적으로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이 강세였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정의란 무엇인가』가 베스트 셀러 1위(일본에서는 15위)에 올랐고, 장하준 교수의『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큰 인기다. 이에 대한 해석 역시 비슷하다. 사람들이 내 삶과 우리 사회의 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것. 새해를 맞는 두 나라의 공통적인 풍경이다.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 현재 도쿄 게이오 대학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고 있다. 대중문화에 대한 애정을 학업으로 승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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