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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자전거 순찰대






자전거 타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 3명의 여성이 탄천 주변을 질주하다 멈춰선다. 길 구석구석을 살피며 사진을 찍고 수첩에 메모를 한다. “강남구 자전거 순찰대가 뭐야?” 이들이 입고 있는 조끼에 적힌 문구를 본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취미 활동 하며 봉사도 한다

 주부 홍양길(46)·이미경(43)·전향신(51)씨. 자전거를 탄지 각각 7년, 10년, 8년째 되는 베테랑들이다. 세 사람 모두 강남구 자전거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통 자전거와 함께 생활해, 자전거를 빼놓고는 아무 얘기도 할 수 없을 정도인 이들은 ‘자전거 순찰대’ 활동까지 한다.

 강남구가 자전거 이용에 불편한 점을 고치고자 만든 자전거 순찰대. 자전거교실 수료자와 자전거 동호회 회원 중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자원봉사자 99명이 지난달 5일부터 활동하고 있다. 강남구 전체 22개 동 마다 3~5명씩 배치돼 순찰대 깃발과 표식을 부착한 자전거를 탄 채 일주일에 두 번씩 활동하게 된다.
 
 이씨는 “취미활동을 즐기면서 봉사를 하고 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아 자원했다”며 “초보자들은 일단 자전거 타기에만 급급해 도로나 시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문제를 체계적으로 고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겨 반갑다”고 말했다.

 순찰대가 한달 남짓 지역을 돌면서 파악한 문제점은 현재까지 총 113건. 자전거 도로 파손, 자전거 표지판 오류, 보관대 훼손 등 자전거 시설 재정비 건과 버려진 자전거, 불법시설물, 쓰레기 등 장애물 처리 요청 건 등이다. 개선이 필요한 곳의 사진을 찍어 주민센터 자전거 담당자에게 민원을 제기하면, 현장 답사 후 구청에 정식 민원으로 접수된다. 불법 현수막 제거, 쓰레기나 버려진 물건 치우기 등은 일주일 내에 신속히 해결된다. 시설 개보수 등은 검토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되도록 하고 있다.

 가장 먼저 개선된 것은 압구정동 대로에 버려져 있던 자전거들을 수거한 일이다. 자전거 거치대에 몇개월째 방치돼 있던 자전거는 미관 상으로 좋지 않았을뿐더러 거치대를 써야하는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도 큰 불편을 주었었다. 낙엽이나 쓰레기를 치우고, 시야를 가로막던 불법 현수막도 제거됐다. 이런 일들은 사소해 보이지만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는 행복한 변화다.

“직접 타야 자전거 도로 문제점 알 수 있죠”

 자전거 순찰대는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자전거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자전거 이용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실용적인 대안들이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의 구분이 모호하거나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의 위치가 뒤바뀐 문제, 각 구마다 자전거 도로의 색깔이 달라 혼란이 생기는 일 등 크고 작은 사항들이 순찰대를 통해 하나 둘씩 해결될 전망이다. 강남구는 보다 활발한 의견 교류와 시설 정비를 위해 분기마다 자전거 순찰대와 간담회를 갖고 거기서 나온 의견을 최대한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들은 자전거 관련 설비 개선도 필요하지만 “자전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더 급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홍씨가 최근 겪은 황당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차도 갓길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차를 운전하던 한 남성이 ‘집에서 밥이나 하지 무슨 자전거를 타고 다녀, 길도 좁은데’라며 폭언을 퍼붓는 거예요. 자전거를 생활 교통수단으로 인식하지 않고, 한가로운 레저 수단으로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죠.” 그는 “그린시티를 만들자는 취지로 자전거 활성화를 강조하고는 있지만 아직 개개인의 인식은 ‘자전거는 그저 공원에서만 타는 것’ 정도로만 인식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씨는 “자전거 이용자들만 교통 법규 교육을 받을 게 아니라, 차량 운전자들도 자전거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운전면허 교육 때 자전거 관련 교육을 같이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자전거 이용은 교통량을 줄이고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훌륭한 대안”이라며 “자전거 순찰대의 의견을 잘 수렴해 자전거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자전거타기 좋은 강남’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남구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전거 수리·대여·보관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서자전거종합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설명] 지난 7일 오후, 강남구 자전거순찰대로 활동 중인 이미경·홍양길·전향신(왼쪽부터)씨가 탄천 자전거 도로를 점검하고 있다.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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