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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칼럼] 내 안의 두려움




문창극
대기자


연평도 포격이 있던 그날 오후 직장에 나간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 아빠, 전쟁 나는 거 아니에요?”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아닐 거다. 국지전으로 끝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대답을 하며 문득 나는 내 마음속에 숨어 있는 두려움을 보았다.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어떻게 되나? 서울은 어떻게 되고, 경제는 어떻게 되는가?’ 그러니 국지전으로 끝나기를 마음속에서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가 천안함에 이어 이번에도 비겁한 메시지를 내보낸 이유도 비슷한 심적 배경이었을 것이다. 천안함 때 "북한의 연루 혐의가 없어 보인다”고 먼저 해명해 주고, 이번에도 포탄이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확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내린 데는 전면전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우리의 이런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은 ‘전쟁이 겁나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고 싶지 않으면 우리 말을 들어라’고 강요하고 있다. 거기서 ‘전쟁은 막아야 하며 그러자면 어느 정도의 비용을 감수하지 않을수 없다’는 ‘퍼주기’의 논리가 나오는 것이다.

 모든 국가들의 공통된 목표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지키는 것이 국가 이익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그 첫째는 국가의 생존과 보전이다. 그 다음이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사이엔가 이 순위가 바뀌었다. 경제 제일주의가 우리 뼛속 깊이 스며들었다. 포격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서도 ‘이 나라 국토와 국민의 생명이 어떻게 되느냐’보다는 ‘경제는 어떻게 되나’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다. 청와대는 물론 국방을 맡은 사람들에게까지 이런 마음이 퍼져 있다. 안보에 앞질러 경제 걱정을 하니 제대로 된 대응이 나올 수 없다. 국가의 존망은 경제적 계산을 뛰어넘는 것이다. 진정한 국가 리더십은 그런 계산을 초월할 수 있는 담대함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런 지도자에 대해 국민은 신뢰를 보내는 것이다.

  포격이 있던 그날 저녁 일부러 시청앞까지 걸어 나갔다. 높은 빌딩, 휘황한 불빛…이 거리에 포탄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건가?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렇다면 경제를 포기하고 안보에만 열중해야 할까? 아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워런 버핏이 투자한 이스라엘 절삭공구 업체인 IMC 그룹의 CEO 제이콥 하파즈의 인터뷰를 읽었다. 그는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가운데서도 정상조업을 했다면서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가 우리를 보호할 것이라는 것을 믿는다.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걱정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고 했다. 그렇다. 포탄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업이 납기 의무를 지킬 수 있는 그런 책임감 속에서 일을 한다면 전면전이라고 두려워할 것이 없다. 우리는 유리성을 쌓으면 안 된다. 적의 포탄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는 유리성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토성을 쌓아야 한다. 적의 포탄이 떨어지면 비록 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나머지는 언제 포격이 있었느냐는 듯 의연한 그런 토성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두려움이야말로 우리의 적이다.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 전쟁은 이미 끝난 것이다. 두려움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꼼짝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소년 다윗이 거인 골리앗을 거꾸러뜨린 가장 큰 힘은 바로 두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거인을 보고 겁을 먹고 손을 떨었다면 물맷돌을 골리앗 이마에 명중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두려움의 반대는 용기다.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가. 어깨를 거들먹거리며, 큰소리를 치는 것이 용기가 아니다. “적의 공격 후 4분 내에 초전박살하겠다”던 다짐은 용기가 아니라 엄포였다. 용기는 자기의 맡은 바 의무를 묵묵히 실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용기는 책임감이다. 대통령은 나라를 수호하겠다는 책무를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고, 군은 적의 도전이 있을 때 이 땅을 수호하는 의무를 묵묵히 지켜 가는 것이다. 기업인은 포탄이 떨어지는 속에서도 공장을 돌리며 생산에 열중하는 것이다. 거기에는 큰소리도, 과장된 행동도 필요치 않다. 각자에게 맡겨진 의무에 충실하면 그것이 용기인 것이다. 그 임무를 위해 끊임없이 자기연마를 하는 것이 바로 용기인 것이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고, 이에 맞서 조지워싱턴함이 서해에서 훈련을 하는 등, 그런 것은 다 주변 환경에 불과하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다. 우리만 정신을 차리고 있다면 주변은 변하게 되어 있다. 지금 남북은 30배의 국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가 한 손에는 쟁기를, 다른 손에는 창을 들고 나선다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남북의 국력은 100배 이상으로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그때는 김정일도, 중국도 어쩔 수 없는 사태가 온다. 묵묵히 그때를 기다리며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책임을 다하자. 모두가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자.

문창극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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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