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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36) ‘그들이 분노하는 이유’

어제(12일) 올 중앙경제공작회의가 끝났습니다. 내년 중국 경제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회의지요. 우리가 눈여겨 볼 핵심은 2가지 입니다.

우선 거시경제 운용방향으로 선택한 '積極穩健(적극온건)'이라는 말을 봐야 합니다. '재정은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은 온건하게'로 해석됩니다. 정부는 돈을 풀어 경기를 이끌어가되, 통화방출은 가급적 줄이겠다는 뜻입니다. 인플레를 막되, 경기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필요한 곳에 돈을 쏘겠다는 겁니다. 국유기업 분야가 더 강해질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경제구조 개혁입니다. '소비의 경제 견인 역할을 강화시킨다'는 말을 주목해야 합니다. 내수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지요. 새로운 소비시장을 찾고, 주민들의 소비여력을 키우고, 소비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여건 역시 지속적으로 좋아질 거라는 얘깁니다.

아, 마지막 하나 언급해야 할 게 더 있군요.

환율과 관련해서는 '위안화 환율 결정시스템을 더욱 개선해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수준에서 기본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외부 압력에 의해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얘깁니다.

자 오늘의 칼럼을 올립니다. 제가 요즘 연구하고 있는 중국이라는 '국가(State)'와 관련된 겁니다.

*********************

"참으로 순진한 발상이었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게 되면 중국 정치/사회가 민주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위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지금 중국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팡리지 아시지요? 1989년 6.4 천안문 사태 때 학생 편에서 시위를 이끌었다가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의 반체제 인사입니다(아래 사진). 애리조나 대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그가 리샤오보의 노벨상 수상 발표 직후 뉴욕 타임스에 쓴 칼럼의 서두입니다. 류사오보가 노벨상을 받은 것에 대한 평가였지요. 글은 서방이 중국의 민주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지난 주 노벨평화상 수상식에서 류샤오보는 없었습니다. 대신 의자에는 그의 사진이 놓여 있었지요. 그러나 분명 그는 있었습니다. 서방의 많은 이들이 중국의 민주주의를 생각했고, 중국 내부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그 장면을 엿본 이 많다는 군요.

민주주의 중국, 저는 오늘 '중국사회가 이제 사춘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지난 주 신문에 썼던 칼럼을 다시 구성해 올립니다).

요즘 중국인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국가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총리감으로 유력시된다는 왕치산(王岐山)부총리, 아니면 영화배우 장쯔이(章子怡)?

아닙니다.

리강(李剛)이라는 사람입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지난 10월 16일 한 고급 승용차가 허베이(河北)대학 캠퍼스에서 두 명의 여대생을 치었습니다. 음주 운전이었지요. 그 중 한 명이 현장에서 사망했습니다. 그럼에도 운전자는 차를 세우지 않고 캠퍼스를 질주했습니다. 학생들이 '서라!'하며 쫓아갔겠지요.차는 정문 경비의 제지를 받고서야 멈췄습니다.

근데 승용차 안에 있는 운전자 내리지도 않은 채 유리창을 내렸습니다. 술기가 완연한 그는 소리를 버럭 질렀지요.

“힘 있으면 고소해, 우리 아버지가 리강이야(我爸是李剛)”.

그의 아버지 리강은 지역 공안(경찰)국 부국장. 젊은이는 아버지의 힘을 믿고 망동을 부린 것입니다. 주변에 몰려든 학생들은 아연실색합니다. 저런 뻔뻔한 놈이 다 있어, 학생들은 흥분합니다.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지요.

인터넷에 관련 사실이 유포됩니다. 리강 부자는 ‘공공의 적’으로 등장했지요. 사건을 패러디한 동영상과 노래, 시(詩)등이 아직도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사건 발생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말입니다.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인)들이 공분(公憤)하고 있는 겁니다.



이유 있는 분노입니다. ‘리강 사건’은 부정부패, 빈부격차, 권력층의 특권의식 등 중국 사회의 문제를 응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리강은 수억원이 넘는 호화주택을 4채나 갖고 있었습니다. 뻔한 경찰월급에 권력형 축재가 아니면 불가능한 얘기입니다.

반면 차에 치어 숨진 여학생은 가난한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노동자)‘의 딸이었습니다. 농민공 부모는 학비를 꾸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할 처지입니다. 중국 민초들은 ‘비리 권력자 아들의 횡포에 가난한 농민공의 딸이 사망했다’는 계급적 비극에 격분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또 법을 무시하는 권력층의 횡포에 치를 떨고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리강 사건은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을 겁니다. 관영매체를 동원해 무마하거나 침묵시키면 그만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라오바이싱들은 이제 더 이상 참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분노의 목소리를 실어 세상에 전합니다.

이번 사건뿐만 아닙니다. 부정부패 사건이 발생하면 인터넷은 여지없이 권력층을 비난하는 목소리로 들끓는습니다. 그들이 권력 부조리에 대해 노(no)라고 선언한 겁니다.

세상에 부정부패 없는 나라 없습니다. 경제가 발전할 수록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게 시장경제의 일반적 현상입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좀 다릅니다. 그 같은 현상이 체제와 관련됐기 때문이지요.



그 메커니즘을 한 번 볼까요.

중국은 공산당이 혁명을 통해 만든 나라입니다. 당(黨)이 아버지라면 국가는 자식인 셈이지요. 당은 아버지가 아들 다루듯 국가를 관리합니다. 공산당 이외의 정치적 대안은 있을 수 없고, 용인되지도 않습니다. 다른 당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이를 '민주당파'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것은 정당이라기 보다는 직능대표, 자문대표라는 게 옳습니다. 물론 민주당파의 존립목적은 정권창출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도 국가의 주인인 당이 국유기업과 국유상업은행을 통해 부(富)를 통제합니다. 국유기업은 국가의 주요 산업을 독점하고 있고, 국유상업은행은 금융자산을 독점하고 있지요. 국가-국유기업-국유상업은행으로 이뤄진 권력의 3각편대가 중국 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게 마련입니다. 역사가 말해줍니다. 우리도 봤습니다. 결과는 뻔합니다. 국민들이 정권을 뒤엎거나, 특정 세력의 쿠테타로 정권을 탈취하거나 입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이게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공산당에 맞설 정치적 구심점이 없으니까요.

중국 공산당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 당 스스로 견제하고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사회적 통제력을 유지하면서 말이지요. 그러나 리강 사건은 공산당의 자정 능력에 한계가 오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지식인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08선언'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을 그 한가운데 있습니다. 막강한 정보유통 통로를 제공해주고 있지요.



사람은 자아의식이 싹트는 사춘기가 되면 아버지에게 반항하고,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국가와 국민 관계도 그렇습니다. 어느 정도 먹을 것을 해결하면, 그 다음에는 정신적 자유를 요구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겪은 그대로입니다.

개혁개방 30년, 먹고 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워진 중국인들은 이제 정신적 자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세대들은 권력의 횡포와 지나친 간섭을 비웃습니다. 적절한 통로를 찾지 못하는 청년들은 정치적인 얘기만 나오면 시니컬해지기도 합니다. 국가라는 권력에 막혀 점점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 사회도 이제 사춘기로 접어드는 것인가?’

리강 사건을 보며 던지는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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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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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