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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시장 80% 좌지우지 … 알뜰 살림 경험이 무기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시장은 새일맘(새로 일을 시작한 엄마들)의 위력이 절대적인 분야다. 정수기 시장 전체 매출의 80% 정도를 새일맘 방문판매사원이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일맘을 내세워 이 시장을 처음 개척한 회사는 웅진코웨이다. 1998년 코디(코웨이레이디) 조직을 구축해 가전제품을 대여해 주고 1~2개월에 한 번씩 이를 무상 점검해 준다는 ‘사전관리 서비스’를 시작하며 급성장했다. 지금은 청호나이스(플래너)와 교원L&C(리빙플래너·LP) 등도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임미진 기자




생활가전 업계의 새일맘(위부터 웅진코웨이·교원L&C·청호나이스)들은 고객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부엌과 화장실 등 집안 구석구석을 다니며 제품을 점검하기 때문이다. 밝은 표정, 친근한 태도가 중요하다.

교원L&C 김수진(33) 리빙플래너의 하루는 오전 7시15분에 시작된다. 일곱 살, 네 살짜리 두 아이의 아침과 간식을 챙겨 놓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맡긴 뒤 오전 9시에 회사에 나간다. 한 시간 정도 조회를 마치고 나면 고객들과의 만남이 시작된다. 하루에 보통 네 집 정도를 방문해 제품을 관리한다. 관리 외에 제품 상담을 위한 약속도 하루 3~8건 정도 잡는 편. 대부분 기존 고객의 소개로 잡는 약속이다.

 이 일을 선택한 이유는 비교적 자유로운 근무시간 때문이다. 고객과의 약속은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 학예회 같은 일정도 대부분 소화하는 편이다. 고객들을 만날 땐 제품을 소개하기보다 육아나 건강 관련 고민을 함께 나누는 편이다. 특히 큰아이가 아토피를 앓았을 때 쌓은 지식이 큰 도움이 된다. “아토피에 어떤 조미료가 좋고 환기는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등을 알려 드리면 굉장히 좋아하세요.” 상담 약속을 다 끝내고 나면 오후 4시30분 정도. 김 리빙플래너는 “근무시간 조절이 가능하고, 비교적 일이 일찍 끝난다는 게 이 직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추정하는 정수기 보유가구는 600만 가구 수준. 업계는 정수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근접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정수기 고객을 자사로 끌어들이는 게 핵심 전략이다. 방문판매원의 역량도 여기에서 갈린다.

 업체 간 방문판매원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업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숙련도 있는 판매사원은 실적이 남다르다. 게다가 “제가 A사에 있어 봤는데, B사는 이런 장점이 있다”고 말하는 게 고객들에게 설득력을 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신생 업체들은 더 높은 대우를 약속하면서 기존 업체 판매원들을 영입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실력 있는 판매원 영입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가전제품의 특성상 감성적 접근보다 이성적 접근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각 회사는 짧게는 2주, 길게는 두 달까지 기본 업무 교육을 실시한다. 이때 가전제품과 관련된 기본 기술을 익히고 점검방식을 배우게 된다. 회사마다 수시로 영업 노하우와 친절 서비스 교육 등을 실시한다. 청호나이스 플래너로 일하는 곽용순씨는 “전업주부로 10년 이상을 살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땐 두려움이 많았는데, 각종 교육을 받다 보니 일상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가격 저항은 낮은 편이다. 한 달 정수기 대여료가 2만~3만원대인데, 4인 가족이라면 생수를 사 마시는 비용보다 적게 들기 때문이다.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어 두면 추가 제품 판매가 쉬운 편이다. 어린아이나 노약자가 있는 집에선 정수기를 대여한 뒤 비데·공기청정기로 대여 제품을 늘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청호나이스 양계영 플래너는 “웰빙 추세 때문에 물과 공기에 신경 쓰는 이들이 점점 늘어 영업하기 편한 편”이라며 “환경 관련 자료를 꼼꼼히 준비해 가는 게 고객 설득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생활가전 방문판매는 다른 방문판매업보다 더 고객과의 관계가 끈끈한 편이다. 집안에 직접 들어가 부엌·화장실 등 집안 구석구석을 직접 살피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난다는 점도 고객과의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요인이다. 교원L&C 박근철 운영기획팀장은 “사전 서비스의 질을 보고 플래너를 다른 이웃들에게 소개해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비스 수준이 가장 중요한 영업 무기”라며 “철저히 제품 정보를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득=생활가전 방문판매업은 자유직업 소득자로 분류된다. 4대 보험 같은 정규직 혜택은 받지 못한다. 일부 회사는 관리자급으로 승진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 4대 보험 및 자녀 교육비 등을 지급하기도 한다.

 근무시간에 큰 제한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각자의 숙련도에 따라 기본적으로 관리할 가정을 배당받는다. 판매를 확장해 나갈수록 관리할 가정이 늘어나게 된다.

 다른 방문판매 분야처럼 보수는 실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가전제품 점검수당이 기본적으로 70만~100만원 정도 나오기 때문에 판매 실적이 전혀 없어도 어느 정도 가계에 보탬이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전제품 관리를 통해 받는 수수료인 ‘점검수당’은 건당 4000~8000원 정도. 여기에 영업 성과에 따라 나오는 ‘영업·판매수당’이 더해져 계산된다. 또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이 내는 렌털료 중 일정 부분이 ‘유지 수수료’란 명목으로 지급된다. 대부분의 회사가 영업 노하우를 익히기 전인 초기 10개월~1년은 10만~50만원을 ‘정착수당’으로 계산해 지급한다.

 이런 수수료가 다 합쳐진 판매원의 평균 월수입은 150만~200만원 정도. 웅진코웨이는 코디 1만3000여 명의 월평균 수입이 190만원, 청호나이스는 플래너 3500여 명의 월평균 수입이 204만원이라고 밝혔다. 회사마다 판매 실적에 따라 연소득이 1억원이 넘는 판매사원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채용=채용 과정에선 인상과 의사소통 능력 등을 주로 본다. 말을 똑 부러지게 잘 할 필요는 없다. 웅진코웨이 신승철 CL사업본부장은 “또래 주부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는 성격이면 문제없다”며 “경험에 비춰 볼 때 ‘고객 건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고객과의 관계도 좋고 업무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는 47세 이하, 청호나이스는 50세 이하, 교원L&C는 45세 이하의 고졸 여성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홈페이지나 전화를 통해 지원 신청을 하면 해당 지역의 센터에서 1~2회의 면접을 거쳐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웅진코웨이(recruit.cody.co.kr·02-2119-1200)와 청호나이스(chplanner.co.kr·02-522-6992)는 연중 수시로 채용 신청을 받는다. 교원L&C는 주로 기존 직원의 추천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매월 20일께 채용해 신입 교육을 실시하고 다음 달 근무를 시작하는 일정이다.

◆새일맘(새로 일을 시작한 엄마)

출산·육아로 사회생활을 쉬다 다시 일터에 뛰어든 기혼 여성. 방문판매·유통서비스·배달·보험·교육사업 등이 주요 활동 분야다. 본지는 ‘워킹맘’이란 단어로는 이들만의 특성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가들과 상의해 이들을 규정하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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