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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살얼음판’독일 오페라서 살아남은 남자




독일에서 주로 활동 중인 사무엘 윤(아래)은 성악가로는 드물게 노래와 연기 모두에 능숙하다. 지난달 말 오페라 ‘룰루’ 중 캐릭터를 살리는 솜씨가 배우를 뺨칠 정도였다. 세계 오페라의 주요 거점인 독일 바이로이트에서 6년간 살아남은 생존비법 중 하나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독일 남부 도시 바이로이트는 매년 여름 뜨겁다.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설계한 이곳 오페라 극장은 2000여 객석이 가득 차도 냉방 장치를 틀지 않는다. 하지만 바리톤 사무엘 윤(39·한국명 윤태현)은 “세상에서 가장 아슬아슬한 살얼음판 같은 곳”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여름 이곳에서 노래했다. 지난달 말 귀국한 그를 만났다.

 윤씨는 6년 전 이 극장에 처음 섰다. 바그너의 작품만을 공연하는 여름 페스티벌에서다. 바그너의 후손, 독일 최고의 음악가들이 출연진을 깐깐하게 고른다. 한국 성악가로는 네 번째 입성이었다. 치열한 오디션을 거쳤지만 조역으로 출발해야 했다. 2007년까지 네 번 무대에 올랐고, 그 다음 두 해는 쉬었다. 그리고 올 여름 ‘로엔그린’에서 왕의 전령(傳令) 역할을 맡아 훌쩍 도약했다.

 ◆엄청난 부담감=윤씨는 이 오페라 출연진 중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로엔그린’은 2010 바이로이트 축제의 개막작이었다. 테너 주인공역은 세계 오페라의 수퍼스타인 요나스 카우프만(41)이 맡았다. 시선이 집중됐던 공연이다. “두 달에 10㎏이 빠졌어요. 관계자들이 모든 출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다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내보내는 곳이죠.” ‘로엔그린’이 여섯 번 공연되는 도중, 성악가 한 명은 짐을 챙겨야만 했다.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51)은 매일 윤씨의 대기실을 찾아왔다. 독일 음악계의 ‘권력’으로 불리는 틸레만이다.

“‘이 부분은 음량을 10%만 줄여보자, 여기는 15% 크게 해보자’고 하는데 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더군요.”

 바이로이트의 ‘터줏대감’인 틸레만은 윤씨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2004년 윤씨의 데뷔시절부터 쭉 그래왔다. “사실 제가 출연한 무대의 지휘자는 안드리스 넬슨스(31)였어요. 그런데도 틸레만은 리허설까지도 다 지켜볼 정도였죠.”

 바이로이트의 여름은 8월에 끝난다. 그리고 성악가들은 성적표를 받는다. “내년에도 똑같은 역으로 다시 출연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성악가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성적표는 없을 겁니다.”

 ◆생존의 비결=윤씨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힘은 크게 두 가지, 즉 목청과 끼다. 우선 성량이 튼튼하다. 바리톤과 베이스를 모두 소화하는 소리는 오케스트라의 총주를 쉽게 뚫고 객석으로 나간다. 또 하나는 대형무대에서 기죽지 않는 뱃심이다. 남성적이고 힘있는 배역을 특유의 끼로 연기해낸다. 지난달 말 한국에서 출연한 ‘룰루’의 ‘쇤 박사’와 살인마 ‘잭 더 리퍼’ 같은 역할에 제격이다. 바그너 ‘로엔그린’ 왕의 전령 역할, ‘니벨룽의 반지’ 중 신들의 신인 ‘보탄’ 역에도 잘 어울린다. 악한, 혹은 영웅이 그의 ‘전공’이다.

 장점이 확실한 덕에 목표 또한 구체적이다. 바이로이트에서의 ‘보탄’을 하는 것이다. 4부작 ‘니벨룽의 반지’에서 중심적인 역할이다. “몇 년 안엔 바이로이트에 ‘보탄’으로 서는 저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유럽 어느 성악가보다도 잘 할 자신이 더해지고 있으니까요.”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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