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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르친 건 나”…고전과 현대,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인



▲인상(人像)(1981), 유화, 9172㎝

진현미의 아티스트 인 차이나 (3) 자유로운 영혼 정짜이둥



영화를 전공했지만 무리지어 다니는 영화판이 싫었다. 그래서 혼자 그림 그리는 화가의 길을 택했다. 한 장 두 장 그려 내보이는 그의 그림의 깊이와 독창성에 고향 대만은 물론 대륙 미술계도 반했다. 대만 출신으로 뉴욕에서 공부하다가 1997년부터 상하이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정짜이둥(鄭在東·Zung Zaidong·57) 얘기다. 진현미 대표는 그를 이렇게 말한다. “질투쟁이 대작가들조차 정짜이둥은 존중하고 인정해요. 미운 작가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왜 싫은지 설명하거든요. 아무리 대작가들이라도 돌아서면 서로 욕하는 모습 많이 봤는데 그만은 예외였어요.”



그는 혼자 그림을 익혔다. “내가 나를 가르쳤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자신의 성향처럼 어떤 흐름에도 속하지 않는다. 독립적이며 개인적이다. 소재 역시 개인의 일상이다.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장르 경계도 주류의 벽도 없다. 별다른 이슈를 만들지도 않았다. 오로지 작은 전시를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보여주었고 대형 전시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시장이 탐내는 블루칩 작가가 됐다. 그의 상하이 스튜디오를 찾았다. 골동품과 기석(기이하게 생긴 돌), 기물, 풍월화 등이 곳곳에 세팅된 공간은 중국의 옛 풍류 시인들이 즐기던 정취로 가득했다. 여행을 좋아하고, 옛 문인들의 풍류를 이 시대 삶 속에서 즐기는 ‘유희인생’ 정짜이둥. 항저우와 쑤저우 같은 옛 도시를 지척에 두고 있으면서 체제와 떨어져 있는 자유 모드 상하이는 본토 문화로 진입하고 싶었던 그에게 여러모로 안성맞춤인 도시였다.



-그림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나.

“대학에 떨어졌던 시기에 우연히 작가의 스튜디오에 가게 됐다. 미국에서 온 양싱성(yang xingsheng)이라는 화가였다. 하루 그림을 배운 것이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됐다. 이후 내가 그린 그림을 가지고 가면 그는 기술적인 면을 지적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나의 그림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 뒤 도예와 사진 등에도 취미를 갖게 됐다. 시도 쓰고. 그러다보니 영화를 전공하게 된 것 같다.”



-그림은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나.

“대학에 떨어졌던 시기에 우연히 작가의 스튜디오에 가게 됐다. 미국에서 온 양싱성(yang xingsheng)이라는 화가였다. 하루 그림을 배운 것이 인연이 되어 친구가 됐다. 이후 내가 그린 그림을 가지고 가면 그는 기술적인 면을 지적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나의 그림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 뒤 도예와 사진 등에도 취미를 갖게 됐다. 시도 쓰고. 그러다보니 영화를 전공하게 된 것 같다.”





▲정짜이둥 작가(오른쪽)와 진현미 대표.



그런데 왜 그림을 다시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나는 뭘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단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난 산만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계획하지 않은 일들을 닥치는 대로 즐기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산만한 사람. 최선의 나로 살고 싶었다. 나의 이러한 성향과 협업을 해야 하는 영화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 홀로 내 멋대로 작업할 수 있는 그림을 선택한 것이다.”



-첫 작품은 언제 팔았나.

“84년 뉴욕에서 첫 전시를 했다. 문화센터에 내가 직접 전시기획서를 냈다. 그때 작품도 처음 팔아보았다. 한 노신사가 당시 30만원 정도를 내고 사갔다. 이렇게 번 돈으로 나는 다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샀다. 투자 가치를 생각하거나 한 것이 아니라 옷을 사듯,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산 것이다. 이것이 나의 그림 공부라고 할까. 내가 직접 내 그림을 팔고, 그림 판 돈으로 나의 안목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샀다.”



-당신의 작품 스타일은.

“초기 작품들은 두껍다. 놀다가 다시 고치고, 놀다가 다시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을 계속 고쳤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림의 두께도 덕지덕지 두꺼웠지만, 이 과정이 내 그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지금은 쉬운 척, 천재인 척 빨리 그린다. 일부러.”



요즘 한창 명승고적 시리즈에 빠져 있다는 작가는 여행하고 온 항저우를 그리고 있었다. 색감이 예쁘다고 했더니, 나이가 들면 화려한 걸 좋아하게 된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빙긋 짓는다. 간결하고 생동감 넘치는 그의 그림은 색채가 명쾌하다. 한 평론가는 그의 작품을 “구도는 빙산의 절각이고, 절각의 복잡하기는 송나라 때의 마원(중국 남송의 화가) 같으며, 힘은 하규(역시 중국 남송의 화가)처럼 파워풀하다”고 평했다.

재미있는 건 전업 작가지만 집에서는 오로지 취미를 위한 그림만 그린다. 팔기 위한 그림은 집에서 10분쯤 떨어진 작업실에서만 그린다. 집에서는 먹을 사용한 전통수묵화를, 작업실에서는 오일 페인트를 이용한 유화만을 고집하는 것도 재밌다. 그에게 그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대답하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에는 중요한 것처럼 보이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정치와 종교. 난 이 두 가지가 무엇보다 싫다. 예술만이 이것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예술이란 정치와 종교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힘이다. 나의 삶을 간섭하거나 좌지우지하거나 하지 않는, 번거롭게 하지 않는 힘이다.”



◇진현미=진현미 대표의 영어 이름은 미아(Mia). 그는 베이징 다산쯔 차오창디 예술 특구에서 화랑 ‘아트미아’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블루칩 작가들과의 교유를 이 코너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사진 정짜이둥, 김황직(Studio il) 제공



상하이 글 이호선 레몬트리 편집장hosun72@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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